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애초 설계 잘못해 고치고 또 고치고 또…말 많고 탈 많은 실손의료보험 개선 논란

실손의료보험은 도입 초기부터 개선 논란이 많았다. 올 5월 18일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이 실손의료보험 제도 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도입 초기부터 개선 논란이 많았다. 올 5월 18일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이 실손의료보험 제도 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 세 명 중 두 명꼴로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이 수술대에 올랐다. 일부 가입자와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이대로 가면 생존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표준화된 상품 구조를 ‘기본형+특약 3종’으로 분리하는 대수술이 현재 진행 중이다. 내년 4월 1일 실손보험이 건강한 모습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3500만 가입한 베스트셀러, 애물단지 전락
25% 저렴한 기본형 상품 출시 예정

실손보험은 소비자에게는 인기 아이템이지만 보험사엔 애물단지였다. 손해율(들어온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 비율)이 122.1%에 달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높은 손해율을 만회하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보험료가 10년 이내에 2배로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보험개발원). 이는 실손보험 도입 초기부터 제기됐던 문제다. 2000년부터 각 보험사는 앞다퉈 실손보험을 출시했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보장 범위와 한도를 경쟁적으로 높였다.

2003년 금융당국은 실손보험의 중복 보상을 폐지하고 총 진료비가 아닌 본인부담금에 한해 보장해주도록 제도를 바꿨다. 하지만 본인 부담 한푼 없이 공짜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실손보험의 인기는 여전히 높았다. 2006년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병원 이용을 늘리면서 건강보험 지출까지 덩달아 늘어나 건보 재정을 갉아먹는다는 이유였다.

이후 오랜 논란 끝에 정부는 2009년 실손보험 상품 구조를 표준화하고 자기부담금 10%를 신설했다. 실손보험의 1차 대수술이었다.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장치로 고안된 것이 자기부담금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실손보험으로 보장되는 도수치료를 체형 교정용으로 포장해서 환자를 유치하는 의료기관이 지난 몇 년 간 급격히 늘어났다.

신데렐라주사ㆍ백옥주사 같은 미용 목적 주사제도 치료용으로 둔갑시켜 실손보험금을 타갔다. 표준화된 상품 구조가 가진 맹점을 파고들었다. 저렴하게 체형교정과 미용 시술을 받고 싶은 환자와 이를 부추겨 장사를 하려는 의사들의 이해가 맞물려 실손보험 시장은 혼탁해졌다.

일부 대형 보험사는 심사를 강화해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중소형 보험사는 아예 이를 심사해 걸러낼만한 여력조차 없었다. 이로 인해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만 늘어난 게 아니라 전체 의료비 규모까지 끌어올렸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건강보험 급여 항목의 의료비는 연평균 6.7% 증가했지만 비급여 의료비는 10.2%씩 늘었다.
 
과잉 진료와 도덕적 해이 부추겨
2015년 정부는 실손보험의 비급여 항목 자기부담금을 10%에서 20%로 높였다. 가입자의 의료 쇼핑을 자제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정도 처방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상품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도수치료를 과잉 진료하는 의사나 환자도 문제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라며 “기본적으로 상품을 잘못 만들었다는 게 실손보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보건복지부, 금융감독원과 공동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실손보험 개선 방안 논의에 나섰다. 핵심은 소수의 의료 쇼핑이 가입자 전체의 보험료 급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자기부담금 비율을 상향하는 식의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나온 게 기본형과 특약으로 분리하는 방안이다. 모두가 가입하는 기본형 실손보험에서 과잉 진료가 크고 보험료 상승을 유발하는 주범을 골라내 특약으로 떼어내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어디까지를 기본형으로 하느냐였다. 특약으로 많이 떼어낼수록 기본형은 가볍고 저렴해지지만 대신 꼭 필요한 치료마저 기본형에서 빠진다면 곤란하다. 또 특약이 너무 많으면 소비자는 가입할 때 여러 특약 중 무엇에 가입할 지 선택하는데 혼란스러울 수 있다.
 
새 실손보험으로 얼마나 전환할지가 관건
공동 TF는 처음엔 근골격계 질환을 모두 특약으로 빼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렇게 하면 기본형 보험료가 기존 상품보다 40% 가량 저렴해질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많은 항목을 특약으로 빼기보다는 과잉 진료 소지가 큰 대표적인 항목만 골라내는 게 낫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그래서 나온 게 ‘기본형+특약 3종’ 개편안이다. 총 5가지 진료행위(도수ㆍ체외충격파ㆍ증식치료, 비급여 주사제, 자기공명영상촬영(MRI))를 3개의 특약으로 나눠 담았다. 이렇게 해서 지금보다 25% 보험료가 저렴한 기본형 실손보험이 내년 4월 출시될 예정이다.

구조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보험업계나 소비자단체 모두 긍정적인 입장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소비자로서는 기존에 가입한 실손보험을 유지할지, 아니면 갱신 시점에 보험료가 저렴한 새 기본형 상품으로 갈아탈지를 고를 수 있어서 선택권이 다양화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대수술로 실손보험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느냐는 지켜볼 일이다. 이미 기존 실손보험에 가입해 있는 가입자 수가 3456만 명(9월 말 기준)에 달한다. 만약 이들이 내년 4월 이후에도 새 실손보험으로 갈아타지 않고 기존 상품을 유지한다면 지금과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제 같은 실손보험을 활용한 진료가 과잉으로 이뤄질 것이고, 이로 인한 보험료 급등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얼마나 많은 가입자가, 얼마나 빨리 신형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금융위원회는 소비자들이 쉽게 새 실손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예컨대 지금은 사망보험을 주계약, 실손보험을 특약으로 가입했다면 해당 특약만 해지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실손보험의 경우 해당 특약만 떼서 단독형 실손보험으로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 중 95% 이상이 이러한 특약형 실손보험에 가입해 있다. 또 기존 가입자가 실손보험 전환을 신청하면 보험사는 최소한의 인수심사를 거쳐서 이를 승인토록 할 계획이다. 손주형 금융위 보험과장은 “암이나 심장질환 같은 중증질환 병력이 있는 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기존 가입자는 새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기사 이미지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