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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성분 분석 어플 화해…제품의 뒷면을 보라. 당장!

화장품 성분 분석 어플인 ‘화해(化解)’는 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알 권리가 중요해지면서 소비자들에 주목받고 있는 앱이다. 요즘 탈모나 민감성 피부를 가진 직장인, 아토피를 앓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스마트폰엔 거의 대부분 이 어플이 깔려 있다.
버드뷰는 이웅 대표(사진)가 고등학교 친구 두 명과 세 번째로 창업한 회사다. 2012년 한국관광공사에서 주최한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서 받은 상금 2000만원으로 여행 어플과 헬스 보충제 자판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연달아 실패했다. 이 대표는 “둘 다 확신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반응이 없어 의기소침했다”고 했다. 수중에 남은 돈은 겨우 300만원. 셋 다 머리가 복잡해져서 막노동을 하면서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2013년 12월. 세 친구가 다시 모였다. “화장품이 앞으로 대세라는데?” 한 친구의 말에 다른 친구가 거들었다. “나도 들었어. 근데 요즘엔 남자들도 뷰티에 관심이 많잖아.” 셋 중에 화장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머지 한 친구가 말했다. “남자 화장품 큐레이션 사업을 해보자.” 두 친구가 물었다. “뭘 보고 공부하지?”. “화장품 포장각 정보를 보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세 친구는 화장품 용기에 표기된 성분이나 효능 표시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더 정확히는 성분을 봐도 그 성분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없었다. “화장품 성분을 좀더 정확히 알려주면 남자들이 화장품을 사지 않을까?” 남자 셋은 성분을 공부하기 위해 서점으로 갔다.
 
화장품에 ‘꽂힌’ 세 남자

거기서 이은주 교수가 쓴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을 발견했다. 책을 읽은 후 남자 셋은 이 교수를 찾아갔다. 책에 나온 기준을 참고해 화장품에 주로 들어가는 원료를 중심으로 소비자가 주의해야 할 성분을 20가지로 정리했다. 피부 트러블이 심했던 이웅 대표는 직접 화장품을 발라보고 성분도 분석했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성분이 좋은 화장품은 남녀 모두에게 필요하다.” 그는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화면에 큰 글씨로 이렇게 적었다. “설화수 크림을 분석해 드립니다.”

사업이 본격화하기 전에 한 친구가 대기업에 취업했다. 남은 두 친구는 그동안 공부하고 정리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플을 만들었다. 이름은 ‘화장품을 해석한다’는 뜻의 화해. 현재 어플다운로드 횟수는 300만이 넘었고 월 사용자는 100만 명에 육박한다.

제품 사용 리뷰는 140만 건이 넘는다. 고객 평가가 좋은 브랜드를 선정한 ‘화해 어워드’는 화장품 회사들의 제품 홍보 문구에 사용될 만큼 화장품 브랜드가 주목하고 있는 어플로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에 화장품 데이터를 우리만큼 축적한 곳은 없다“고 어깨를 으쓱해 했다. 요즘은 아모레퍼시픽 연구원, 약학과 교수, 식약처 그리고 해외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까지 두루 만날 정도로 ‘떴다’.

현재까지 화해는 시중에 유통되는 9000개 브랜드의 8만7000개 제품 중 7만 개 제품을 분석했다. 이 중 주의성분이 없는 제품은 겨우 10% 정도다. 이웅 대표는 말한다. “보습크림에 색소는 왜 넣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 그도 걱정이다. 의도와는 다르게 자칫 그의 활동이 화장품 브랜드를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까 두렵다는 것이다.

최근엔 동덕여대 화장품특성화 사업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화장품 성분에 대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연구활동도 추가했다. 이 대표는 “화장품에서 다루는 성분은 1만5000가지가 넘는다. 그 중 20가지만 정한 것이니 최근 화장품에 많이 들어가는 성분이나 성분간의 조화 등을 좀더 연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의 규정에선 50㎜이하 제품은 전체 성분 기재 의무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좀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게다가 국내에 수입돼 다시 라벨을 붙여 판매하는 제품 역시 라벨 부착 과정에서 성분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불거지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덧붙였다. “사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은 식약처에서 허용한 성분들입니다. 소비자들이 미리 성분을 알았다면 각자가 알아서 판단했겠죠. 알 권리의 문제라고 봐요. 화해도 이처럼 소비자의 알 권리를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실제 가습기 살균제 이슈가 터진 직후 “성분 이슈가 화장품 업계로도 번질 것”이라고 말하는 관계자들이 많았다. 최근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주목하는 것 못지 않게 제조사와 성분을 꼼꼼히 따지는 성향도 ‘소비자의 알 권리에 대한 욕구’ 측면에서 결을 같이 한다.

이 대표는 “브랜드가 제품력을 담보하던 시대는 지났다. 브랜드는 약해도 품질에 진정성을 담은 브랜드가 많다는 걸 소비자들이 알게 됐고, 덕분에 좋은 성분을 사용하는 착한 중소 브랜드에게도 기회가 열렸다”고 분석했다.
 
소비자의 알 권리에 부응
 
업계의 상식이기도 하지만, 화장품 원가는 제품 가격의 10% 이하다. 이런 점을 겨냥해 확실한 콘셉트와 진정성을 담고 창업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는 브랜드도 하나둘 씩 늘고 있다.

‘아빠가 만드는 화장품’이란 콘셉트로 2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봄비’, 아로마테라피를 주제로 한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아로마티카’의 경우 브랜드는 약했지만 천연성분과 사용후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성공한 브랜드다. (화해는 고객 리뷰와 평점을 바탕으로 자체 어워드를 실시하고 있다. 어플에선 제품의 성분 외에 제품군에 따라 평가가 좋은 브랜드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K뷰티 역시 이런 까다롭고 똑똑한 소비자 덕분에 확산됐다. 화해 역시 화장품 브랜드들에겐 까다로운 소비자 중 하나인 셈”이라고 말했다.

시장도 적극 반응하고 있다. 화해측 관계자는 “아모레나 LG생활건강 등 국내 대형 브랜드는 향료를 필수 레시피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일부 제품에서 향료를 제외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 역시 “내부적으로 성분 자극도를 최하위로 떨어뜨리기 위해 필요없는 성분을 빼는 작업 중”이라고 했다.

화해는 이커머스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어플 내에서 제품 성분과 후기, 사용 평점을 확인하고 구매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이런 방식의 비즈니스는 일본에도 있다. 엣코스메가 대표적이다. 일본의 2030 여성들에겐 필수앱으로 사용자가 1000만명이 넘는다. 오프라인 매장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화해 역시 조만간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중이다.

이웅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하고 만난 어떤 화장품 브랜드 담당자가 비아냥처럼 던졌던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되겠나. 쪼가리짓 하지 말고 큰 일을 해라.” 이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배시시 웃고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엔 작았지만 지금은 큰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화장품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중요한 문제예요. 제일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제품의 뒷면을 더 주의깊게 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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