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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어쩌다 시리아 휴전에서 빠졌나

6년째 이어진 시리아 내전의 휴전 협상을 러시아와 터키가 이끌게 되면서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사라지게 된 이유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있다. 또 올해 11월, 터키가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시키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던 양국이 어떻게 '시리아 내전 휴전'을 함께 논의하게 됐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유엔을 앞세워 정부군과 반군 사이 휴전을 위한 평화협상을 중재하고 나섰던 상황. 전문가들은 미국이 빠지고, 러시아와 터키가 키를 쥐게된 시리아 휴전과 그 휴전이 하루 가까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 배경을 분석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터키가 이른바 '임시(Pop-up) 연합'을 이뤄냈다고 분석했다.
지난 9월, 러시아가 시리아 내 IS에 대한 공습을 시작하면서 양국의 갈등은 격화됐다. 공습 과정에서 터키는 러시아 전투기가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며 날을 세웠고, 러시아는 IS뿐 아니라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맞선 반군들을 상대로도 공습을 벌였다. 그러던 중 11월, 터키가 자국과 시리아의 접경지역에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시키면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닫기도 했다.
양국 관계의 변화가 느껴진건 지난 19일, 터키에서 러시아 대사 피격사건이 벌어지면서부터다. 사건 다음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메블뤼트 차우쇼울루 터키 외무장관과 만나 "양국이 보다 단호하게 테러와 싸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동성명을 통해 "서방을 배제한 시리아 평화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그리고 터키는 온건 반군들을 상대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양국은 휴전 협상 당사자들과 심리적으로 가깝거나 물리적으로도 가까운 잇점을 갖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휴전 협상은 깨지기 매우 쉽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변수가 많은 가운데 양국은 협상 진행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은 다음달 중 카자흐스탄에서 평화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휴전을 통해 시리아 내 무장단체들간의 연결고리에서 온건파들을 분리시키는 데에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번 휴전 협상 대상자에서 IS를 비롯해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자바트 파테 알샴(구 '알 누스라 전선')' 등은 제외됐다. 그리고 양국은 쿠르드 인민수비대(YPG)도 극단주의 무장세력으로 분류하고 휴전에서 제외시켰다.
쿠르드족은 시리아 및 터키 등에 흩어져 사는 소수민족으로 오랜기간 분리독립을 요구해왔다. 이중 YPG는 시리아 내 쿠르드족으로 구성됐고, 터키와는 수년간 갈등을 빚어왔다. 터키에겐 자국내 쿠르드족 무장단체인 PKK와 더불어 큰 골칫거리였던 셈이다.
그동안 YPG는 '대 IS 전선'에선 미국의 지원을 받아 국제연합군의 편에서 IS와의 지상전에 투입됐다. 미국이 YPG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해온 터키는 이번 휴전을 발표하며 "지금부터 미국이 YPG에 대해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모두 중단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로써 터키는 양대 쿠르드족 무장단체 가운데 하나를 러시아의 힘을 빌어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됐다. 러시아는 당장 이번주부터 터키 추종세력이 IS와 맞서고 있는 시리아 내 전략적 요충지인 알바브에 공군력을 투입한다. 더 이상 외부의 비난 또는 이해관계의 충돌 없이 공습 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미국이 '완전 배제'될 수 있었던 이유로 오바마 대통령의 '얼마 남지 않은 임기'를 꼽았다.
러시아와 터키는 미국 대통령의 이·취임을 앞두고 휴전 발표를 단행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터키 양국은 트럼프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휴전과 평화협상의 틀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으로 예측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은 "조만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자 마자 우리의 노력에 함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세르게이 알렉사센코 연구원은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지금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온건 반군들을 하나로 묶을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트럼프 당선인은 실제 여러차례 오바마 정부의 온건 반군 지원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또, 온건 반군을 지원하느니 러시아와 함께 IS에 맞서 싸우는 편이 낫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리아에서 가장 많은 전투기를 투입해 가장 많은 폭탄을 떨어뜨린 미국은 결국 이렇게 휴전 협상에서 빠지게 됐다. 하지만 휴전의 실제 이행과 협상 진행엔 많은 전문가들이 난항을 예상하고 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얽힌 전선에서 모두가 무기를 내려놓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과 더불어 휴전이 이행되고 협상이 진전된다 하더라도 결국 아사드 정권의 처리 문제를 놓고 대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터키는 이번 휴전 발표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사드 정권이 축출되어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와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또, 터키는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처리를 놓고 이번 협상의 또다른 조력자인 이란과 이해가 충돌한다. 터키는 현재 정부군의 주요 지원세력인 헤즈볼라가 시리아에서 사라지길 바라지만 이란은 이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휴전 협상에 있어 반군측의 반발이 이전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다양한 난관들이 있겠지만 6년째 정부군과 치열한 전투를 치르면서 반군들의 세력이 이전의 협상 시도 때에 비해 많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접 이해당사자인 러시아와 터키, 이란 등이 휴전 협상의 전면에 나서 보다 더 현실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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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