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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복거일 소설가

복거일 소설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이 복직할 가능성이 없는 궐위의 경우엔 권한대행은 권한을 온전히 지니지만, 대통령이 복직할 가능성이 있는 사고의 경우엔 ‘현상유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인 듯하다. 이런 구분은 들여다볼수록 비합리적이다. ‘현상유지’를 명확히 정의할 수 없으니 분란을 피할 수 없다. 대통령의 직무는 유기적으로 구성되었으므로 일부를 제외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권한대행의 사전적 뜻은 ‘임시로 복무함’이다. 즉 정당한 후임자가 나올 때까지 복무하지만 권한은 모두 행사한다. 헌법도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으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했다. 대행의 권한에 대한 제약이 없다.

이 점은 권한대행이 빈번한 군대에서 잘 드러난다. 지휘관이 부대를 지휘할 능력을 잃으면 바로 아래 사람이 온전히 이어받는다. 1950년 겨울의 ‘장진호 싸움’에서 미군이 중공군에 포위되었을 때 대위인 중대장 이하 장교들이 차례로 쓰러져 마지막엔 소위가 중대를 지휘한 경우들이 흔했다.

권한대행에 관한 교훈들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1942년 6월의 ‘미드웨이 해전’이다. 펄 하버 기습으로 우세를 확보한 일본 함대와 겨우 살아남은 항공모함들로 이루어진 미국 함대 사이에 벌어진 이 해전에서 미국 함대가 승리함으로써 태평양 전쟁의 흐름이 단숨에 바뀌었다.
미드웨이 해전 직전 미국 태평양 항공모함함대 사령관 윌리엄 홀지 중장이 병에 걸리자 프랭크 플레처 소장이 사령관 권한대행이 되었다. 두 척의 항공모함으로 이루어진 16임무단은 레이먼드 스프루언스 소장이 지휘하고 한 척의 항공모함을 가진 17임무단은 플레처가 직접 지휘했다. 홀지는 공격적 작전으로 큰 명성을 얻었고 추종자들이 많았다. 스프루언스는 홀지의 기함과 참모진을 물려받았으므로 도덕적 권위가 작아서 권한대행의 성격을 짙게 띠었다.

싸움이 시작된 날 훈련이 덜 된 미국 항공모함들에선 함재기 발진이 느렸다. 먼저 뜬 함재기들은 상공에서 선회하느라 기름을 써서, 마지막 함재기가 뜨면 먼저 뜬 함재기들은 급유를 위해 다시 내려야 될 판이었다. 스프루언스는 먼저 뜬 어뢰 폭격기들이 바로 목표를 찾아 나서도록 했다. 원래 어뢰 폭격기, 급강하 폭격기와 전투기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모든 해군들의 교리였다. 그래야 폭격기들을 적군 전투기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스프루언스의 결단은 교리에 어긋나는 모험이었고, 일이 잘못되면 그는 어리석은 패장으로 기록될 터였다.

실제로 일본 함대에 접근한 미군 어뢰 폭격기들은 일본 전투기들에 의해 모조리 격추되었다. 그때 미국 급강하 폭격기 편대 하나가 일본 항공모함들을 찾아냈다. 일본 전투기들이 낮게 들어오는 어뢰 폭격기들을 사냥하느라 함대 상공을 비운 사이 미국 폭격기들은 급강하해서 일본 항공모함들을 격침시켰다.

날이 저물자 스프루언스는 함대를 뒤로 물렸다. 아직 전함들을 보유한 일본 함대를 어둠 속에 쫓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결정은 홀지의 공격적 태도에 익숙한 참모들의 반발과 경멸을 불렀다. 그래도 그는 자기 판단에 따랐다. 실제로 일본 함대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은 남은 전함들을 이끌고 미국 함대를 찾아 나섰다. 날이 밝자 스프루언스는 함대를 돌려 손상된 일본 군함들을 따라잡아 격침시켰다. 전사가들은 참모들의 반발과 경멸을 견디면서 승리를 굳힌 스프루언스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

여기서 우리는 확인한다, 권한대행이 느끼게 마련인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참모들은 권한대행의 결정을 돕고 충실히 따라야 한다는 것을. 황교안 권한대행은 청와대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국정을 이끌어야 하고 비서관들은 그를 충실히 보좌해야 한다.

한편 사령관 권한대행 플레처 소장은 자신의 기함인 항공모함이 격침되자 순양함으로 옮겼다. 그리고 두 척의 항공모함들을 직접 지휘해 작전을 보다 잘 이끌 수 있는 스프루언스에게 지휘권을 넘겼다. 스프루언스가 전황을 보고하고서 “내게 내릴 지침이 있습니까?”하고 묻자 플레처는 답했다. “없소. 당신의 기동에 나도 맞추겠소.” 권한대행에게 이전되는 권한은 온전하며 권한을 넘긴 지휘관도 대행의 지휘를 받는 게 순리라는 점을 일깨워 주는 일화다.

나라가 어려우니 과감한 지도력이 절실하다. 업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어려울 수밖에 없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도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은 시민들의 도덕적 책무다. 물론 자신들의 궁극적 이익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복거일 소설가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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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