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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 다니엘의 문화탐구생활] 드뷔시의 '달빛' 그리고 눈물

일러스트=강일구

일러스트=강일구

2016년 한국에서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감사하게도 꾸준히 방송에 출연했고, 음악 작업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어김없이 연말이 찾아왔다. 나는 한 해를 마감하며, 내가 보낸 한 해를 천천히 되돌아보고 있다. 요즘 카페에 가거나 라디오를 들으면, 연말 분위기에 맞춰 크리스마스 캐럴이나 종교 음악이 자주 흘러나온다. 이런 음악들과 함께하니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가끔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듣다 보면, 사람마다 취향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어떤 친구는 흥겨운 리듬의 캐럴을 좋아하고, 또 다른 친구는 ‘링 크리스마스 벨스(Ring Christmas Bells)’처럼 잔잔하고 웅장한 음악에 감동받는다.

나는 열 살 때부터 6년간 피아노를 배웠고, 4년간 파이프 오르간을 배웠다. 따라서 제일 많이 연주한 장르가 바로 클래식이었다. 그래서인지 클래식을 듣는 것이 익숙하다. 물론 피아노는 팝송이나 다른 장르의 곡으로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피아노 선생님은 “음악은 클래식부터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덕분에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요하네스 브람스,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 등 여러 작곡가의 작품을 익힐 수 있었다. 연주 기술과 코드 지식뿐 아니라 음악을 대하는 자세도 함께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개인적으로 감동받거나 좋아하는 곡은 많지 않다. 오랜 세월 수많은 클래식 곡을 연주했음에도 말이다. 내가 음악을 마음이 아닌 귀로만 들어서 그런 걸까.

1년 전부터 취미 삼아 다시 피아노를 치고 있다. 연주와 함께 틈틈이 작곡도 하는 중이다. 나는 ‘작가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야, 자신의 작품도 더 잘 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작곡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클래식·재즈·팝송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음악을 듣는다. 작곡에 필요한 좋은 자극을 많이 받기 위해서다.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다른 음악을 들어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지금 제대로 작곡하고 있는 걸까’ ‘내 실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음악이 가슴으로 다가오더니, 그때부터 악상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최근 어떤 클래식 연주곡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 눈물 흘렸다. 그 음악은 클로드 아실 드뷔시(1862~1918)의 ‘달빛’(원제 Clair de Lune)을 피아노와 현악기로 연주한 작품이었다. ‘달빛’은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가 1890년에 작곡해 1905년에 출간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제3곡이다. 피아노 버전이 원곡이지만, 레오폴드 스토콥스키가 편곡한 오케스트라 버전이 가장 널리 연주되고 있다. 대중에게는 영화 ‘트와일라잇’(2008, 캐서린 하드윅 감독)에서 흘러나와 익숙한 곡이다. 이 음악은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설렘 가득 안고 수줍게 춤추는 장면에 쓰였다. 이번에 이 곡을 들으며 새로운 감정을 느꼈다. 피아노와 현악기의 선율이 아름답고 조화롭게 들리더니, 근사한 멜로디가 섬세하게 이어졌다. 이 음악을 듣고 있자니, 마치 내가 날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정도였다.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었다.

솔직히 20대까지만 해도 ‘클래식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또래 친구들 앞에서 숨기고 싶은 일이었다. 왠지 록이나 힙합을 듣는 사람이 더 멋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클래식이 가진 고리타분한 인상 탓이기도 했다. 하지만 30대가 되면서 클래식 음악에서 많은 걸 배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취미 삼아 작곡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럴 때마다 클래식 음악의 가치를 다시금 느끼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특정 장르가 다른 장르보다 나은 것은 아니다. 장르와 상관없이 ‘나를 감동시키는 곡’이 곧 좋은 음악이니까. 특히 힘든 순간에 희망을 준다면, 그것은 진정 좋은 음악이다. 모쪼록 모두 좋은 음악과 함께 힘들었던 2016년을 잘 마무리하시길.

다니엘 린데만 독일 사람? 한국 사람? 베를린보다 서울의 통인시장에 더 많이 가 본, 이제는 한국의 다니엘! 1985년생 소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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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