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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 “후원금 압박, 대통령 지시라 어쩔 수 없었다”

김종(左), 장시호(右)

김종(左), 장시호(右)

삼성 측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에 거액의 후원금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로 기소된 김종(55) 전 문체부 2차관이 자신의 첫 재판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센터는 최순실(60)씨의 조카인 장시호(37)씨가 운영했던 곳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서 29일에 열린 김 전 차관과 장씨, 최씨에 대한 1차 준비기일에서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GKL이 영재센터에 2억원을 후원한 것에 대해 “후원 검토를 부탁한 것은 맞지만 대통령의 지시 라 거부할 수 없었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김 전 차관 측은 또 삼성의 스포츠사업총괄을 맡고 있는 김재열(48) 제일기획 사장을 만나 영재센터에 16억원을 후원하도록 압박한 혐의에 대해 “김 사장에게 BH(청와대)의 관심사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메모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김 사장을 통해 영재센터를 지원해 달라’고 한 부분이 있다”며 “대통령이 직접 얘기한 것을 굳이 왜 강요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는 삼성과 GKL을 압박해 후원금을 받아낸 혐의와 영재센터 법인 자금 3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인정했다. 장씨 측은 “다만 삼성이 강요에 의해 돈을 냈는지는 의문”이라며 재판부의 법리 판단을 받겠다고 했다. 최씨 측은 “김 전 차관에게 후원 모금을 요청하긴 했지만 특정 기업을 지목한 적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오후 2시10분부터 열린 최씨와 안 전 수석, 정호성(47) 전 비서관에 대한 2차 공판 준비기일에서 정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공무상 비밀 문서 47건을 최씨에게 유출한 혐의와 관련해 대통령과 공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1차 준비기일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며 공모 사실을 시인한 지 열흘 만에 입장을 바꿨다. 그러면서 JTBC가 입수해 검찰에 제출한 태블릿PC에 대해 “해당 PC가 최씨의 것이라는 전제하에 검찰 조사를 받았고, 2012년 대선 캠프에 있을 때 최씨와 e메일 일부를 공유한 적이 있어서 거기서 문서가 나왔다면 자신이 전달한 게 맞 다고 인정한 것이다. 실제 최씨의 PC인지, JTBC가 해당 PC를 적법하게 입수했는지 등은 살펴봐야 한다”며 감정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검찰에서 혐의 일체를 자백하고 대통령 공모 관계까지 인정한 데다 1차 공판 준비기일에서 증거로 동의했던 태블릿PC를 문제 삼는 것은 유감이다”며 “이곳이 정호성의 재판정인지 대통령의 재판정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판부는 감정 여부 결정을 보류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안 전 수석의 수첩 17권 전체에 대한 사본과 최씨 소유 빌딩에서 발견된 주한 외교사절이 대통령에게 준 선물 목록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또 대기업 관계자 23명을 포함해 59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그중 고영태(40)씨와 이승철(57) 전경련 부회장 등 12명의 핵심 증인을 채택하고 다음달 5일 열리는 1차 공판 기일부터 증인 신문을 시작하기로 했다.
 
차은택, “포레카 강탈 시도는 최순실 지시”
이날 피고인 중 유일하게 재판에 출석한 차은택(47)씨는 포스코그룹 계열의 광고업체 포레카를 강탈하려 했다는 혐의(강요미수)에 대해 “최씨의 지시를 받아 공동 인수를 추진했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차씨 측 변호사는 “최씨가 당시 포레카를 인수하려던 경쟁 회사에 세무조사를 운운하며 압박하려고 하기에 이를 막으려고 해당 업체의 대표를 설득했던 것이다”고 설명했다. 차씨는 그러면서 자신이 운영한 광고회사 아프리카픽쳐스의 자금 1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횡령)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한다”며 인정했다.

김선미·송승환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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