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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정년 땐 연금받기까지 5년…‘소득 크레바스’ 없앤다

경남 창원공단의 근로자 박모(56)씨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정년 연장의 혜택을 본다. 당초 회사의 정년이 58세였지만 정년 연장 덕분에 2년 더 일하게 됐다. 대신 58세를 정점으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돼 60세에는 임금이 기존의 75%로 내려간다. 박씨는 “임금이 다소 깎여도 정년 연장이 이득”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퇴직 후 대책이다. 그가 4년 뒤 퇴직하면 2년을 기다려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회사에서 촉탁으로라도 일을 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안 되면 2년 동안 ‘소득 공백기’를 견뎌야만 하는 것이다. 박씨는 “정년이 더 연장돼 은퇴하자마자 바로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자료 :보건복지부·한국노동연구원

자료 :보건복지부·한국노동연구원

박씨의 이런 고민이 정부가 정년 연장 카드를 꺼낸 이유다. 올해 도입된 ‘60세 정년 의무화’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지만 정부는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말 제 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년)에서 운을 띄우더니 이번에는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가 29일 동시에 나섰다. 기재부는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에 이를 넣었고, 복지부·고용부는 1차 노후준비 지원 5개년 계획(2016~2020년)의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올해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53.1%가 노후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노후 준비를 하는 사람도 국민연금과 예금·적금 의존도가 매우 높다. 그런데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은 현재 61세지만 2018년에는 62세(1957~60년생), 2023년 63세(61~64년생), 2028년 64세(65~68년생), 2033년(69년생 이후) 65세로 늦춰지게 돼 있다. 2017년까지는 정년과 연금 수령 연령이 1년만 차이 나지만 점점 벌어져 5년이 된다. 국민연금 없이 5년을 견뎌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빙하의 갈라진 틈처럼 ‘소득 크레바스’가 은퇴자를 괴롭히게 된다. 급속한 고령인구 증가로 인해 그 고통은 더 커질 전망이다.
자료 :보건복지부·한국노동연구원

자료 :보건복지부·한국노동연구원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은 이런 크레바스를 없앴다. 정년과 연금 연령의 일치를 통해서다. ‘고령화의 교과서’로 볼 수 있는 일본도 98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했고, 2006년엔 이를 65세로 늦췄다. 국민연금 수령 연령도 따라갔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은 “한국이 선진국과 차이 나는 게 정년퇴직과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다. 그걸 연계하되 당장 시행하기 어려우니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호원 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장은 “사회적 합의 없이는 시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년 2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올려 논의를 개시할 방침”이라며 “기본 원칙은 정년과 연금수령 연령을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 :보건복지부·한국노동연구원

자료 :보건복지부·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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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기 때문에 고령 인력을 활용하는 게 중요한데 정년 연장은 이런 취지에 부합하는 면도 있다. 하지만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우선 기업 부담 증가다. 이상철 경총 사회정책본부장은 “60세 정년 연장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도입돼 기업에 부담을 안겼다. 60세 정년 연장부터 안착시키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박사는 “조직이 커지지 않는 상태에서 정년만 연장하면 신규 채용을 줄여 청년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 특히 공공부문이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 직원은 임금피크제 같은 걸 도입하고 신규 직원은 임금체계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사무직 근로자의 실제 퇴직연령은 55.7세, 생산직은 58.7세다. 지금도 50대 중반에 퇴직하는 마당에 정년 연장이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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