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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미약품 쇼크…기술수출 ‘성장통’ 앓는 제약업계

올해 마지막 증시 거래일인 29일 주식시장의 최대 화제는 한미약품이었다.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와 맺은 기술수출 계약을 일부 해지했다고 한미약품이 장 시작 전 공시하자 주가는 급락했다. 이날 한미약품 주가는 전일 대비 10.2% 떨어진 30만55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번 계약 해지로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사노피와 당뇨 신약 ‘퀀텀 프로젝트’ 계약 체결 시 받은 계약금 4억 유로(약 5050억원) 중 1억9600만 유로(약 2500억원)를 2018년까지 반환하게 됐다. 계약 해지로 사노피는 ‘주 1회 투약형 인슐린’에 대한 권리를 한미약품에 도로 반환한다.

한미약품 측은 “인슐린 제재에 대한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과 개발 가능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이와 같은 결정을 사노피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지난해와 올해 총 7건, 약 9조원의 신약 기술수출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지난 9월 베링거인겔하임과의 8000억원 규모의 계약이 전면 파기된 데 이어 이번에 사노피와의 4조8000원 규모의 계약도 일부 해지되며 주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전날 유한양행도 “중국 제약사 뤄신과 체결한 1450억원 규모의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YH25448’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자료: 각 회사·미국바이오협회·한국거래소

자료: 각 회사·미국바이오협회·한국거래소

연이은 임상 중단 소식이라는 악재가 터지긴 했지만 국내 제약회사들의 기술수출 노력은 올 한 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가장 성과가 두드러진 곳도 한미약품이었다. 지난 10월 표적 항암신약 ‘HM95573’을 제넨텍에 기술수출 하면서 9억1000만 달러(약 1조9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제약업계 사상 세 번째로 큰 기술수출 계약이다.

지난달 코오롱생명과학은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에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계약금은 483억원, 마일스톤(개발 단계별 기술료)은 4700억원 규모다. 올 한 해 체결된 대규모 기술수출 평균 계약 규모는 3100억원 규모다. 평균 계약금만 229억원에 달한다.
자료: 각 회사·미국바이오협회·한국거래소

자료: 각 회사·미국바이오협회·한국거래소

과거에는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제약사에 찾아가 파이프라인을 설명해 힘겹게 계약을 성사시켰다면, 최근엔 해외 콘퍼런스나 설명회에 참여하면 국내 제약사에 글로벌 제약사가 먼저 제안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처럼 제약회사들이 기술수출에 매달리게 된 것은 ‘저위험 고수익’(Low-risk high-return)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임상에만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직접 만드는 것보다 신약 후보물질을 수출하거나 전임상, 임상 1·2상 과정의 기술을 수출하는 방식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시장성이 검증된 기존 약에 아이디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신약 개발 과정은 평균 10년의 기간과 비용 1조원이 들어가는 고난의 여정이다. 미국바이오협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약품 후보 물질이 임상시험부터 신약 승인 단계까지 무사히 통과할 수 있는 확률은 9.6%에 불과하다. 힘들게 임상 단계에 진입해도 10개 중 9개는 중도 탈락한다. 기초연구와 동물실험을 거쳐 임상 1상부터 3상까지 거치며 약효의 인체 무해성과 안전성 등을 검증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약효가 예상보다 낮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면 임상시험은 중단된다.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지난해 신약 승인을 내린 치료제는 40개에 불과하다. 연 매출 100억원 규모의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도 어려운 데다 천문학적인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까지 생각하면 기술 수출이 좀 더 안전한 방법인 것이다.
자료: 각 회사·미국바이오협회·한국거래소

자료: 각 회사·미국바이오협회·한국거래소

문제는 한미약품·유한양행의 계약 해지 사례에서 보듯이 시장은 여전히 제약회사들의 기술수출과 계약 해지, 임상 실패 소식이 알려질 때마다 일희일비한다는 것이다. 지난 9월의 한미약품 사태는 이런 시장 분위기를 방증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압도적인 기술수출 실적을 앞세워 6배가 넘는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9월 기술수출 계약 체결 사실과 해지 사실을 제때 공시하지 않으며 시장의 몰매를 맞았다. 개인투자자들은 반발했고, 한미약품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시가총액이 2조5000억원 이상 증발했다. 기술수출 계약 규모의 대부분은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마일스톤’이다. 후보물질 단계에서 실제 상업화까지는 10년 안팎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마일스톤은 당장 제약사의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도 못한다. 관행적으로 제약사들이 계약 규모를 발표할 때 마일스톤 수익을 포함한 총 매출액을 명시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잘 알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총 계약금액에만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경호 한국제약협회 회장은 “신약 개발에 대해 맹목적인 기대감을 가지는 분위기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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