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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제 밥그릇 발로 차는 홍삼협회

이 현 사회2부 기자

이 현
사회2부 기자

미국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에는 미 식품의약국(FDA) 청사가 있다. FDA를 출입하는 절차는 백악관보다도 까다롭다. 이중 삼중의 검문을 거쳐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과 책임의식이 그 검문 속에 담겨 있다. 그런 FDA 청사의 입구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벽화 형태로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식의약품을 소개하고 있다. 동양 쪽 식의약품 중에 유일하다시피 그려져 있는 게 ‘Ginseng(인삼의 영어식 표기)’이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FDA지만 인삼의 효능만큼은 인정했다는 의미다.

인삼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것이 한국산이다. 옛것의 인기가 시들한 요즘도 홍삼은 명절 선물 1위, 중국인 관광객의 쇼핑 목록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런데 최근 3년간 연평균 47.5t의 중국산 인삼 농축액이 수입됐다. 시중 인삼 제품에서 원산지를 ‘중국산’으로 표시한 것은 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가 확인됐다. 중국산 원료를 국산으로 둔갑시킨 ‘짝퉁 홍삼’을 만들어 팔았기 때문이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서울 서부지검은 중국산으로 만든 홍삼 제품을 국산으로 속여 판 제조업체 대표 7명을 최근 구속 기소했다. 2012년부터 중국산 인삼 농축액에 물엿, 캐러멜 색소 따위를 섞어 ‘국내산 홍삼 100%’로 속여 판 게 총 460억원어치다. 사용된 중국산 인삼 농축액은 50t이 넘는다.

수법도 치밀했다. 공장과 떨어진 제3의 장소에 비밀 창고를 만들어 농축액을 보관했고, 수입업자를 통해 얻은 허위 경작확인서를 판매처에 증빙 서류로 보여줬다. 수사팀에 따르면 성분 분석만으로는 가짜 홍삼을 분간하기 어려워 공장에서 쓰고 버린 인삼농축액 통을 구하기 위해 고물상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피의자들은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한데, 면세점 등에서는 단가를 낮추라 요구해 그렇게 됐다”고 변명했다.

구속된 업체 대표 7명 중 4명은 한국인삼제품협회 임원들이었다. 이 협회는 정부에서 위탁받아 홍삼 제품의 기준 규격 검사를 대행한다. A업체 대표 김모(73)씨는 한창 가짜 홍삼 제품을 만들어 팔던 2년 전 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부회장 신모(58)씨는 뒤로 164억원 상당의 ‘가짜 홍삼’을 만들어 팔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중국에 밀린다”며 한국 인삼 종합 유통단지, 일명 ‘인삼 아웃렛’을 만들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얄팍한 속임수로 제 밥그릇을 찼다. 당장 이번 설 선물로 홍삼을 사려는 소비자부터 찝찝한 마음이 들 것이다. 조선 후기 홍삼 무역으로 부를 쌓은 임상옥은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아야 하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아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벌면 결국 망한다는 경고다.

이현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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