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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그림으로 배웠네] ‘키스’를 부르는 그림들

사랑에서 가장 로맨틱한 순간은 언제일까. 여러 순간들이 있겠지만, 나는 단연코 ‘키스’라고 생각한다. 뽀뽀가 좋아하는 감정을 장난스레 드러내는 것이라면, 키스는 본격적인 사랑을 향한 육체의 수신호 같은 느낌이다. 키스를 통해야만 우리는 상대와 호흡을 맞추고 사랑을 감각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생애 첫키스는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물론 생애 처음은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키스는 소중한 기억이다. 아, 빼놓을 뻔했다. 거칠게 싸운 다음에 화해하는 순간의 격정적인 키스. 서로를 향한 오만가지 증오와 격노도 격정적인 키스 뒤에는 눈 녹은 듯 사라져버린다.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 1907~1908년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 1907~1908년

‘키스’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그림이 있다. 바로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ㆍ1862~1918년)의 ‘키스’다. 찬란한 금빛 후광에 둘러싸여 있는 남녀 한 쌍이 서로에게 황홀하게 취해 있다. 이들 밑에는 만개한 꽃들이 찬란히 펼쳐져 있다. 말 그대로 꽃길 위에서 젊은 남녀가 꽃 같은 키스를 나누는 중이다.

둘의 키스가 더 빛나는 이유는 커플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황금빛 때문이다. 실제로 이 그림은 클림트가 금박과 금색 물감을 자주 사용한 1907-1908년, 이른바 ‘황금 시기(golden period)’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이 그림에서 남녀의 자세가 흥미롭다. 남자는 여자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안고 키스를 주도하고 있다. 그래선지 남자의 남성성이 잔뜩 강조돼 보인다. 여자는 남자의 황홀한 키스에 부끄러운 듯 살포시 눈을 감고 있다. 여자의 태도가 더 수동적으로 비치는 이유는 연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자세 때문인 것 같다.
로이 리히텐슈타인, 키스, 1961년

로이 리히텐슈타인, 키스, 1961년

‘키스’하면 유명한 그림이 또 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ㆍ1923~1997년)의 ‘키스’다.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듯 리히텐슈타인은 이미 발표된 만화를 차용해 그림을 그렸다. 그 이유는 대량 복제 시대에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대중 문화의 속성을 극대화해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이러한 현실 인식은 미술의 영역을 대중 문화로까지 확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어찌 됐건 그림 속 키스는 화해의 키스가 아닐까 싶다. 두 사람은 격정적인 싸움으로 서로 마음을 헤집어 놓은 다음에야 사랑을 확인했을 거다. 그제야 둘은 눈물로 화해를 하고 열정의 키스를 나누고 있다. 클림트의 그림보다 이 그림 속의 여자는 키스에 적극적이다. 남자의 목을 팔로 두르고 그에게 밀착하며 키스를 만끽하고 있다.

 
카롤루스 뒤랑, 키스, 1868년

카롤루스 뒤랑, 키스, 1868년

이 그림의 키스는 어떤가. 카롤루스 뒤랑(Charles Auguste Emile Durandㆍ1837~1917년)은 매혹적인 초상화에 타고난 재능을 발휘한 작가다. 고전적이지만, 촌스럽지 않은 도도한 기품이 그의 그림에 서려있다. 이 그림에도 그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돼 있다.

그림 속 남녀의 키스는 매우 로맨틱하다. 누워 있는 여자 위에 있는 남자가 키스를 건넨다. 남자는 한 손으로는 여자의 머리를 받치고 있다. 오랫동안 유지할 자세는 아니다. 남자의 왼손 위치만 봐도 조만간 남자의 자세가 바뀔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다. 다음 장면이 더 궁금해지는 그림이다.

 
르네 마그리트, 연인, 1928년

르네 마그리트, 연인, 1928년

이 그림 속 키스는 다른 그림과 전혀 다르다. 얼굴에 하얀 천을 두른 남녀가 키스를 하고 있다. 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감각에 의존해 서로 얼굴과 입을 찾아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키스라니. 뭔가 더 로맨틱한 느낌이다. 시각이 차단된 상태의 키스는 아무래도 더욱 강렬할 것 같다.

이 그림은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ㆍ1898~1967년)의 ‘연인’이다. 마그리트의 작품은 익숙한 사물을 왜곡하거나 축소ㆍ과장해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가의 주특기대로 이 그림은 키스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부추기고 있다.

위 그림 가운데 당신이 해보고 싶은 키스는 무엇인가. 자세가 어떠하던 무슨 상관인가. 사랑하는 연인이 서로 눈빛을 마주치고 묘한 끌림에 입술이 맞닿는 순간, 멈추지 못하고 더 큰 욕망의 불꽃을 지피는 순간, 키스는 그 자체로 아련하고 애틋하며 아름답다. 아, 황홀한 키스여! 그 기억이 아득하기만 하다.

KISSME@joongang.co.kr

‘연애를 OO으로 배웠네’ 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들이 다양한 문화콘텐트에 연애 경험담을 엮어 연재하는 잡글입니다. 잡글이라 함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기자 이름과 e메일 주소는 글 내용에 맞춰 허구로 만든 것이며 익명으로 연재합니다. 연애 좀비가 사랑꾼이 되는 그날까지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합니다. 많은 의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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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