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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문 대한배구협회장 퇴진…또 선장 잃은 배구협회

서병문(72) 대한배구협회장이 취임 4개월만에 불명예 퇴진한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29일 서울 도곡동 배구회관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서 회장을 포함한 임원 전원의 해임을 의결했다. 재적 대의원 23명 중 3분의2가 넘는 16명이 출석해 찬성함에 따라 불신임안은 가결됐다. 정관에 따라 지난 8월 10일 대한배구협회장에 당선됐던 서병문 회장은 4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대의원단은 지난 10월과 이달 초 '임원 불신임'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임시 대의원총회 개최를 협회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나 대의원 13명이 지난 16일 대한체육회에 제출한 '임시 대의원총회 개최 요구' 공문이 승인되면서 결국 이날 총회가 열렸다. 비상대책위원회는 60일 이내에 새로운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집행부와 대의원단이 마찰을 빚은 건 '약속 불이행'과 '불통' 때문이었다. 서 전 회장은 회장 선거 당시 인사·행정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을 약속했다. 그러나 서 회장은 당선과 동시에 김찬호 경희대 감독을 실무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미 두 차례 이사를 맡아 더 이상 이사직을 맡을 수 없는 김 감독에게 맡기기 위해 신설한 직위였다. 김 감독은 선거 당시 서 회장을 지원한 '실세'였다. 부회장과 실무이사 등 전임 집행부 15명 가운데 7명은 보직만 바뀐 채 남기도 했다.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재 출연을 포함한 재정확보,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 건립과 국가대표 전임감독제 실시 등도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

지역협회 및 배구인에 대한 지원 문제는 충돌을 격화시켰다. 서병문 회장은 지역협회에 분기별로 보내는 행정지원금 폐지를 추진했다. 심판 수당은 7만원에서 4만원으로 줄였다. 배구 원로에 대한 예우도 없앴다. 지역협회장과 연맹회장단으로 구성된 대의원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배구협회는 최근 몇 년간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2009년 9월 배구회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배구협회 건물을 매입한 게 시발점이었다.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건물을 매입하면서 대출금만 113억원을 넘었다. 그러나 임대료 수입은 이자에도 못 미쳤다. 2014년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건물 매입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의뢰했고, 한 임원의 횡령 사실이 드러나면서 임태희 당시 배구협회장이 물러났다. 지난해 4월까지는 6개월간 회장 없이 협회가 운영됐다.

협회 재정 문제는 대표팀 경기력에도 영향을 끼쳤다. 여자 대표팀은 참가비가 없어서 국제대회인 그랑프리에 출전하지 못했다. 또 국내에서 그랑프리 대회 개최 의사를 밝혀다가 철회하면서 국제배구연맹의 징계를 받아 2017년까지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 직후에는 금메달을 딴 선수단이 김치찌개로 회식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 8월 리우 올림픽에서는 지원인력이 부족해 주장 김연경이 통역까지 맡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게 된 홍병익 제주도협회장은 "배구계 혁신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빠른 시일 내에 회장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병문 회장은 30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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