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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변희석 음악감독의 뮤지컬 인생

지난가을 뮤지컬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열린 축제 ‘제1회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부터, 수많은 뮤지컬 매니어의 지지를 받고 있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2017년 2월 5일까지, 백암아트홀), 연말에 열릴 뮤지컬 콘서트 ‘음악감독 변희석 ‘Thank You Musical’’(12월 29~30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이들 공연에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바로 변희석(45) 음악감독이다. 뮤지컬 매니어 중엔 배우가 아니라 변 음악감독의 팬임을 자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질적·양적인 면에서 급속도로 성장한 지난 20년간 음악감독으로서 뮤지컬과 함께해 왔다. 그를 직접 만나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함없이 ‘땡큐! 뮤지컬’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글- 윤이나 영화칼럼니스트

최근 ‘팬텀싱어’(방영 중, JTBC)에서 김문정 음악감독의 지휘가 화제를 모았다. 박자를 맞추지 못하고 노래하던 참가자들. 그런데 김 감독이 지휘하자, 이들은 박자를 정확히 맞출 뿐 아니라 멜로디의 강약과 감정 표현까지 소화해 냈다. 마법이 따로 없었다. 변희석 음악감독을 만났을 때 “뮤지컬 음악감독은 손끝으로 마법을 부리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휘로) 감정을 주고 또 받는다. 노래나 연기의 움직임을 느끼고 호흡도 맞춘다. 마법처럼 보이겠지만, 뮤지컬 같은 이야기가 있는 음악을 만지고 다루는 사람들의 일이 바로 그것이다. 배우에게서 연기와 캐릭터, 이야기를 끌어낸다. 그러니 같은 작품이라도 배우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매번 느낌이 달라진다. 그것이 무대 예술, 특히 뮤지컬의 매력이다.” ‘뮤지컬 음악감독의 역할’이라 하면 흔히 오케스트라 지휘를 떠올린다. 하지만 지휘는 그 역할의 일부일 뿐, 음악감독이 맡는 일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연출가와 협업해 음악에 어울리는 연기 및 노래, 장면에 대한 모든 일을 담당한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것부터 편곡, 극장 사운드와 환경에 맞게 음악을 만들어 내는 작업도 한다. 그리고 완성된 작품이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부터는 음악감독이 선장 역할을 해야 한다.” 게다가 변 음악감독은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서 피아노 연주까지 하니 더 바쁠 수밖에 없다. 신기한 것은 그의 바쁜 손놀림 안에서 배우들의 ‘인생 연기’가 계속 탄생한다는 것이다. 그가 음악감독을 맡았던 뮤지컬은 노래만큼이나 연기가 중요한 작품이 많다. 변 음악감독은 “이야기를 이해하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좋은 음악과 만났을 때 좋은 노래가 나온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하나를 이뤄 좋은 뮤지컬이 되는 것”이라 말한다.
사진=이소정(STUDIO 706)

사진=이소정(STUDIO 706)

 
시작은 피아노 반주 아르바이트
변희석 음악감독은 작곡과(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원래는 “클래식만 좋아했던 골수 클래식 작곡가”였다. 뮤지컬은 물론, 대중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조차 없었다. 그런 그의 삶이 완전히 바뀐 것은, 1997년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리허설 피아노 반주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부터다. “아르바이트로만 대학 등록금의 두 배를 벌 수 있다고 해서” 합류한 뒤, 처음으로 뮤지컬을 제대로 접한 그는 크게 충격받았다. “음악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자연스럽게 뮤지컬에 몸담게 됐고, 이후로는 한길만 걸어왔다.”

2004년 뮤지컬 ‘메노포즈’ 음악감독으로 데뷔한 이후 그는 많은 작품을 만났다. 지난해 국내 초연 10주년을 맞은 ‘벽을 뚫는 남자’ 같은 대극장 뮤지컬도 있고, 오만석·엄기준·신성록 등 유명 배우를 배출한 ‘김종욱 찾기’ 같은 소극장 뮤지컬도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각각 동명 영화와 웹툰이 원작인 ‘공동경비구역 JSA’와 ‘신과 함께:저승편’, 화제의 창작 뮤지컬 ‘로기수’ 등의 음악을 책임졌다. 그중 많은 뮤지컬 매니어를 ‘변희석 음악감독 팬’으로 끌어들인 작품이 바로 현재 공연 중인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다. 톰과 앨빈, 단 두 사람만 무대 위에 등장하는 이 뮤지컬은 우정과 인생 그리고 창작과 작가에 대한 영감 어린 이야기를 다뤄 팬층이 두텁다. 변 음악감독은 “관객뿐 아니라, 나를 비롯한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사랑하는 작품”이라 말한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영화 ‘멋진 인생’(2011년, 신춘수 감독)의 시작점이 된 작품이라는 점이다. ‘멋진 인생’은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제작사인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메가폰을 잡아, 뮤지컬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픽션을 더해 만든 영화다. 극 중 음악감독 역으로 출연한 변 음악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이전에는 ‘신춘수 대표의 꿈을 이뤄 준 작품’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 제1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가 열리며 뮤지컬 제작 과정을 담은 영화나 뮤지컬영화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늘고 있어, ‘멋진 인생’이 나름 의미 있는 시도가 아니었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뮤지컬로 얻은 행복을 나누는 것이 꿈
지난 9월 3일 경기도 가평 자라섬에서 열린 제1회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은 변 음악감독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무대였다. 많은 뮤지컬 관련 시상식이 사라진 상황에서,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관계자·배우들이 만날 장(場)이 필요하다’ 생각하던 차에 (페스티벌 음악감독 직을) 제안받아 기분 좋게 시작”했지만, 그리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85곡에 달하는 음악을 전부 오케스트라 연주로 편곡해야 했다. 하루 4시간 30분씩, 이틀간 총 9시간에 걸쳐 펼쳐진 공연이었다. 정말 힘들었지만 무사히 치뤄 다행이었고, 공연 내내 행복하더라. 게다가 자그마치 85곡의 자료를 가지게 된 것이니, 앞으로 내가 못할 뮤지컬 레퍼토리는 없을 것 같아 결론적으로는 뿌듯했다.” 크고 작은 뮤지컬 작품들과 홍광호·김선영·옥주현 등 ‘뮤지컬계 간판스타’들의 콘서트에 뮤지컬 페스티벌까지 책임져 온 변 음악감독. 그의 다음 무대는 연말에 열릴 ‘음악감독 변희석 ‘Thank You Musical’’이다. 예전에 그의 꿈은 ‘큰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었다. 그 꿈은 2년전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콘서트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 10주년’ 무대에서 이뤘다. 그의 다음 꿈은 ‘뮤지컬을 통해 얻은 행복을 나누는 것’이다. 작품을 함께했던 많은 배우들이 ‘변 음악감독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기꺼이 무대에 설 것을 약속했다. “음악감독을 20년이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누군가 ‘나의 인생 작품’이라 말하는 무대에 음악감독으로 설 수 있어 또 고맙다. 그런 마음을 담은 콘서트가 될 것이다.”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계속 살아가는 것, 언젠가 아름다운 뮤지컬 음악을 직접 작곡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변희석 음악감독의 꿈이다.
 
<변희석 음악감독이 다시 만나고 싶은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 영화 ‘스핏파이어 그릴’(1996, 리 데이비드 즐로토프)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한국에서는 2007년 5월 무대에 올랐다. 수감생활하다 가석방된 ‘퍼시’라는 여인이 작은 시골 마을의 가게에서 일하면서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초연 당시 배우 조정은이 퍼시 역을 맡아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 없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힘든 시간과 고통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뮤지컬이다. 포크 장르의 음악도 아름답고 따뜻하다. 작품성은 훌륭하지만 흥행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여태 다시 무대에 오르지 못해 무척 안타깝다. 지금은 이런 이야기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스핏파이어 그릴’이 꼭 다시 무대로 돌아오길 바란다.”
 
글=윤이나 영화칼럼니스트, 사진=이소정(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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