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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전30기 제과기능사 합격…지적장애인 “반복이 나의 힘”

제과기능사 시험에 어렵게 합격한 최병진군이 머핀을 오븐에서 꺼내 옮기고 있다. [울산=최은경 기자]

제과기능사 시험에 어렵게 합격한 최병진군이 머핀을 오븐에서 꺼내 옮기고 있다. [울산=최은경 기자]

“왜 제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19세 최병진 “나만의 빵 만들래요”
“느려도 계속 훈련하면 할 수 있어”
어머니 “잘 때 빼곤 책 끼고 살아”

“….”

질문을 못 들었나 싶어 고개를 드니 그제야 느릿하지만 또박또박한 답이 돌아왔다. “친한 학교 선배를 따라 케이크 데코레이션 대회에 나가려다 제과로 바꿨어요. 원래 빵 먹는 걸 좋아해요.” 2년여에 걸쳐 제과기능사 자격시험에 30번 도전한 끝에 지난해 8월 합격증을 받은 최병진(19·울산혜인학교1)군 얘기다. 여섯 살 때 교통사고로 뇌를 크게 다쳐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최군은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보다 느리다.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다. 혜인학교는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육기관으로 초등학교부터 대학 과정까지 있다. 최군은 대학 과정이다.

최군은 언양고등학교 특수반 1학년일 때 제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선생님의 권유로 2학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제과기능사 자격시험을 준비했다. 암기할 것이 많은 제과·제빵은 비장애인에게도 어려운 분야다. 최군의 어머니 김미옥(49)씨는 “(아들이) 잠자는 시간 외에는 항상 제과기능사 문제집을 끼고 살았다”고 말했다. 매일 방과 후 버스로 왕복 1시간30분 걸리는 제빵학원을 다녔다. 집에 오면 자정이 가까웠다.

2014년 봄 첫 필기시험을 쳤다. 결과는 불합격. 2015년 초 7수 끝에 필기시험에 합격했지만 실기라는 더 큰 산이 최군을 기다렸다. 다른 응시자들이 반죽을 틀에 짤 때 최군은 반죽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간 조절을 못해 빵을 태운 적도 많았다. 불합격 통지서는 점점 쌓여 갔다. 김씨는 힘들어하는 아들이 안쓰러워 그만두라고 했다. 하지만 최군은 포기하지 않았다. “시작했으면 끝까지 해야지요. 힘들게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최군은 23번째 실기시험에서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100점 만점에 60점. 가까스로 턱걸이를 했지만 10명 중 6명은 떨어지는 어려운 시험이다.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기술자격검정원 관계자는 “장애가 있는 응시자가 30번이나 도전해 합격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최군의 ‘제빵 선생님’ 황일하 엠제빵직업전문학교 원장은 “(최군이) 성실하고 꼼꼼해 당장 취업을 해도 손색이 없다”고 칭찬했다. 황 원장은 최군이 고교 1학년일 때부터 무료로 제빵을 가르치며 시험을 볼 수 있게 도왔다.

최군은 어떤 일이든 끈기 있게 하는 편이다. 그가 중학생 때 며칠 동안 학교에서 늦게 온 적이 있었다. 어머니 김씨가 이유를 물어보자 청소를 하고 왔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이 집에 일찍 가려고 대충 청소해 놓은 게 마음에 들지 않아 혼자서 다시 했다는 것이다.

최군은 어머니와 단둘이 산다. 김씨는 10년 넘게 하루 8시간씩 빌딩 청소를 하며 최군을 키웠다. 최군이 일반학교 특수반에 잘 적응하지 못해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일터와 학교를 오가야 했다. 김씨는 늘 최군에게 “모르는 것이 있으면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물어보라”고 가르친다. 최군이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힘든 표정이 완연한데도 내색을 하지 않는다. 합격 소감을 물어도 한참을 고민하다 “기뻤어요”라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김씨는 “밝고 명랑했던 병진이가 사고 후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당해 내성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며 “빵을 구우며 많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최군은 “느리고 잘 못해도 반복해 훈련하면 잘할 수 있다”며 “나만의 빵을 만드는 제빵사가 되고 싶다”고 웃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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