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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가 반갑다

장주영 산업부 기자

장주영
산업부 기자

권리가 의무로 바뀌면 ‘할 수 있는 일’이 ‘꼭 해야 하는 일’이 된다. 대체로 이런 변화에 사람들은 저항하게 마련이지만 최근 이를 반기는 사례가 있다. 롯데그룹이 내년부터 시행하는 ‘남성육아휴직 의무제’ 이야기다. 롯데그룹은 남성 직원을 대상으로 배우자가 출산하면 최소 1개월은 휴직토록 했다. 월급은 그대로 받는다.

벌써부터 그룹 내 반응이 폭발적이다. 계열사 별로 신청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아이를 출산한 직원들로부터 “소급 적용을 해주면 안되느냐”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다. 한 직원은 “미뤄뒀던 둘째 출산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의 결정은 검찰 수사와 ‘최순실 게이트’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끝에 나오긴 했다.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한 것”이라며 순수성을 의심하는 눈초리가 있긴 하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계 5위인 롯데 그룹이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를 도입한 것은 의미가 크다.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인구 유지를 위한 대체출산율(2.1명)에 한참 못 미치는 1.2명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먼 훗날 국민이 없어 한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평균 수명이 제아무리 연장돼도 인구 감소는 못 막는다. 오히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을 늘릴 뿐이다. 그래서 저출산은 단순한 인구 문제가 아니라 경제·안보를 통째로 뒤흔드는 국가 존립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절박한 상황 인식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긴 1년의 육아휴직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실제 남성 육아휴직은 출산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해외 사례가 입증한다. 캐나다 퀘백주는 2006년 남성 육아휴직자가 4만명에서 지난해 6만명으로 늘면서 출생아 수가 7%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은 전체 육아휴직자 중 7.4%(상반기) 만이 남성인 실정이다. 20~30%를 차지하는 유럽과 대조적이다.

인구 정책의 일차적 책임은 물론 정부 주무부처(보건복지부)에 있다. 그러나 저출산 극복은 일개 부처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초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며 육아휴직을 비롯한 일-가정 양립 문제에 관한 한 기업은 가장 중요한 조력자가 돼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영향력이 큰 대기업이 변화를 이끄는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롯데로 끝나선 안된다.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그러다 보면 남성육아휴직이 진짜 권리가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장주영 산업부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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