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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터널·밀정 성적 좋았지만…성평등 성적은

올해 1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한국 영화 24편 중 여성 투톱 영화는 ‘아가씨’ ‘미씽:사라진 여자’ ‘귀향’으로 3편에 불과했다. 반면 여성이 범죄 피해자로 그려진 영화는 11편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사진 각 영화사]

올해 1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한국 영화 24편 중 여성 투톱 영화는 ‘아가씨’ ‘미씽:사라진 여자’ ‘귀향’으로 3편에 불과했다. 반면 여성이 범죄 피해자로 그려진 영화는 11편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사진 각 영화사]

여느 해보다 페미니즘 논쟁이 뜨거웠던 한 해다. 지난 5월 ‘강남역 묻지마살인 사건’은 ‘여성혐오’에 대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사회 각 분야에서 묵인돼 온 성폭력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나쁜 페미니스트』(록산 게이 지음) 등 페미니즘·젠더 관련 서적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그렇다면 2016년 한국영화 속 여성들은 어땠을까. 올해 여성 감독·주인공이 이끄는 영화는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었다. 그러나 아직은 영화(계) 전반의 ‘남성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까지 1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올해 한국영화 개봉작 24편 중 여성 배우가 크레딧 첫 순서에 등장한(여성 원톱) 영화는 7편, 여성 배우 이름이 두 번째 순서까지 차지한(여성 투톱) 영화는 3편으로 나타났다. 각각 지난해 3편·1편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여성 원톱 영화는 손예진 주연의 ‘덕혜옹주’(허진호 감독), 김혜수 주연의 ‘굿바이 싱글’(김태곤 감독)등이며, 투톱 영화는 ‘미씽:사라진 여자’(이언희 감독), ‘아가씨’(박찬욱 감독) ‘귀향’(조정래 감독) 등이다. 여성 투톱 영화에 2년 연속 ‘단골 주연’한 배우도 있다. 김혜수는 지난해 ‘차이나타운’(한준희 감독)에 이어 올해 ‘굿바이 싱글’에, 엄지원은 지난해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이해영 감독)에 이어 올해 ‘미씽’에 출연했다.
‘귀향’. [사진 각 영화사]

‘귀향’. [사진 각 영화사]

반면 100만 명 이상 관람한 한국영화 24편 중 17편은 남성 배우 중심의 멀티캐스팅 혹은 남성 원톱 배우가 주도했다. ‘부산행’(연상호 감독) ‘터널’(김성훈 감독) ‘밀정’(김지운 감독) ‘곡성(哭聲)’(나홍진 감독) ‘아수라’(김성수 감독) ‘판도라’(박정우 감독) ‘마스터’(조의석 감독)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홍지영 감독) 등이다. 전년에 비해 여성 주연 작품수는 늘었지만 극 중 여성 캐릭터의 입지는 여전히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행작 24편 중 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기여도를 따지는 ‘벡델 테스트’(①이름 있는 여성이 2명 이상 등장하는가 ②그 두 여성이 서로 대화를 하는가 ③그 대화의 내용이 남성과 관련이 없는가)를 통과한 작품은 7편에 그쳤다.

또 극중 여성 배우의 비중과 독립성에 중점을 두고 양성 평등 지수를 따지는 마코모리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도 8편에 불과했다. 마코모리 테스트는 ①최소한 한 명의 여성이 등장하는지, ②그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지, ③그 이야기가 남성 인물의 이야기를 보조하는데 그치진 않았는지 등을 따진다. 두 테스트를 모두 통과한 영화는 6편. ‘덕혜옹주’ ‘아가씨’ ‘귀향’ ‘굿바이 싱글’ ‘미씽’ ‘날, 보러와요’ 등이다. 그외 여성이 남성에 의해 살해, 납치, 폭행 등 수난을 당하거나 구출 대상으로 그려진 ‘여성 수난 영화’도 11편으로 여전히 많았다.
‘미씽:사라진 여자’. [사진 각 영화사]

‘미씽:사라진 여자’. [사진 각 영화사]

한편 올해 여성 감독이 연출작 중 관객 1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작품은 이언희 감독의 ‘미씽’과 홍지영 감독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2편이었다. 흥행 50위 안에는 ‘미씽’ ‘좋아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비밀은 없다’ ‘나를 잊지 말아요’ ‘순정’ 등 6편이 포함됐다. 지난해에는 50위권 안에 노덕 감독의 ‘특종:량첸살인기’ 단 1편이 들었다. 여성 제작자·프로듀서·각본가가 참여한 영화도 지난해 4편·5편·5편에서 각각 9편·9편·10편으로 늘었다.

지난 6월 자식 잃은 여성의 절규를 색다르게 풀어낸 스릴러 ‘비밀은 없다’를 선보인 이경미(43) 감독은 “여성 감독의 존재 자체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으려면 여성 감독의 수가 적어도 전체의 30%는 돼야 할 것 같다”며, “그래야 감독의 성별에 상관없이, 오로지 작품의 내용만으로 이야기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 말했다.

나원정·장성란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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