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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트럼프의 최순실

김영훈 디지털담당

김영훈
디지털담당

말하자면 후유증 같은 것이다. 모든 일에 최순실 프레임을 갖다대는 습성이 생긴 건 말이다. 미국판 최순실의 전면 등장은 지난주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규제개혁 자문관을 지명했다.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이다. 그에게 제물이 된 기업은 화려하다. 항공사 TWA, 석유회사 텍사코, 타임워너, 모토로라, 야후….

여든 살의 노회한 투자자는 트럼프노믹스의 설계자다. 미 언론은 재무·상무 장관을 추천한 이가 아이칸이라고 전한다. 정작 그는 장관직을 맡지 않았다. 자문관은 대통령 개인의 고문 성격이다. 트럼프 측은 “세금으로 월급 받는 자리가 아니다”고 강조한다. 공직자가 아니니 시비 걸지 말라는 얘기다.

그러나 미 언론의 우려는 크다. 트럼프 당선 후 아이칸이 투자한 정유사 CVR에너지 주가는 급등했다. 수익성의 걸림돌은 환경보호청(EPA)의 환경 규제였다. EPA 책임자로 내정된 스콧 프루이트는 규제 반대론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의 사익과 자문관의 공익이 충돌할 것으로 우려한다. 아이칸이 투자 중인 보험사 AIG, 철도차량회사 ARI, 건강보조식품업체 허벌라이프 등은 모두 규제·감독 쟁점이 있는 곳이다.

트럼프와 아이칸은 스타일도 비슷하다. 트럼프는 최근 트위터로 주가를 주물렀다. 핵을 강조한 트윗이 우라늄 광업주 주가를 올리는 식이다. 이는 3년 전 아이칸이 쓴 방식 그대로다. 아이칸은 ‘애플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트윗으로 애플 주가를 단번에 5% 올렸다. 금액으로 하면 200억 달러가 오락가락했다. 두 사람은 카지노 사업을 통해 사실상 동업자 관계를 맺기도 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트럼프와 아이칸은 20여 년 전부터 경제적 동맹을 유지해 왔다. 아이칸은 장관 인선에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도 감 놔라 배 놔라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아이칸은 정부 조직 밖에 있다. 물론 아이칸이 최순실처럼 불법적인 일을 할 리는 없다. 실세가 곧 악은 아니다.

문제는 실세의 실력이다. 아이칸은 진짜 선수다. 돈 냄새가 나면 급소를 틀어쥔 후 협상으로 결과를 쟁취한다. 트럼프는 자문관 내정 성명에서 그를 “최고의 협상가”로 규정했다. 협상가의 실체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아이칸은 2006년 KT&G를 먹잇감으로 삼아 어르고 달래면서 협상을 했다. 그러고는 1500억원을 챙겨서 떠났다.

우리는 또 탈탈 털릴 위기 앞에 섰다. 그런데 관가에선 ‘트럼프 당선에도 시장은 괜찮네’라는 이상한 안도감이 있다. 아이칸은 무사안일을 이미 눈치채고 있을지 모른다.

아이칸이 트럼프의 최순실이 될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다만 트럼프 당선 축하연이 열리던 날, 지지자들이 축배를 들던 그 시간에, 조용히 파티장을 나가 주가가 오르면 돈을 버는 파생상품에 10억 달러를 투자한 사람이 아이칸이었다는 것은 기억하자. 그의 별명은 ‘상어’다.

김영훈 디지털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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