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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충전소] 온난화 주범 CO2, 쓰레기처럼 모아 묻는다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진은 천연가스 정제 중 나온 이산화탄소를 바다 아래 지층에 저장하는 노르웨이 슬라이프너 플랫폼. [사진 Statoli사]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진은 천연가스 정제 중 나온 이산화탄소를 바다 아래 지층에 저장하는 노르웨이 슬라이프너 플랫폼. [사진 Statoli사]

대전시 유성구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는 10m 높이에 3층으로 이뤄진 철탑 구조물이 있다. 이산화탄소(CO2)를 빨아들이는 테스트 플랜트다.

군데군데 가스통들이 세워져 있는 이 시설은 연구원 내 소규모(2㎿급)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끌어와 그 안에 들어 있는 CO2를 붙잡는 기능을 한다. 이때 CO2를 흡수할 수 있는 화학물질인 흡수제 용액을 사용한다. 흡수제와 결합된 CO2는 열을 가해 떼어낸 뒤 따로 모으고(포집), 흡수제는 재활용한다. 각 대학과 국책연구소 연구팀으로 구성된 한국이산화탄소포집 및 처리 연구개발센터(KCRC)는 이 시설을 통해 최근 기존 흡수제에 비해 흡수량은 2.5배, 흡수속도는 1.5배 높고 에너지 사용량은 40% 줄인 새로운 흡수제와 포집기술을 개발해 냈다. 박태성 KCRC 연구기획실장은 “99% 이상의 고순도로 분리한 CO2는 땅속에 저장하거나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데 이용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CO2를 따로 모으는 장치나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CO2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대표적 온실가스이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달 초 정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줄이기로 한 계획을 마련했다. 이번 로드맵은 산업·에너지·수송 등 분야별 감축량을 세부적으로 정한 것이다. 여기엔 CO2를 포집·저장하고 자원화하는 기술을 통해 2030년 기준으로 연간 1000만t의 CO2를 처리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탄소 포집·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CCS) 기술은 천연가스 정제시설에서 연료 성분을 제외하고 남은 CO2나 비료 공장 굴뚝 배기가스 속에 포함된 CO2를 모아 땅속 빈 공간에 넣어 채우는 것을 말한다. 별도의 용기에 넣어 묻는 것이 아니라 지층 속 빈 공간을 활용한다. 선박에 싣고 가 해상 플랫폼과 연결된 파이프 라인을 통해 바다 아래 땅속에 묻기도 한다. 아예 육지에서부터 연결된 파이프 라인을 통해 멀리 보낸 뒤 땅속에다 배출하기도 한다.
또 탄소 포집·이용(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CCU) 기술 혹은 탄소자원화 기술은 포집한 CO2를 별도의 용도로 활용하거나 화학반응을 통해 새로운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CO2는 메탄올 같은 연료나 요소 비료를 만들거나 폴리머 등 화학물질을 합성하는 데 사용된다. CO2를 석탄재와 반응시켜 단단한 광물(탄산염)로 바꾼 뒤 폐광산의 빈 공간을 채우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광합성을 하는 조류(藻類) 배양에 활용하기도 한다.

우리 정부가 CCS나 CCU로 감축하려는 연간 1000만t은 2030년 기준 전체 배출전망치 8억5100만t의 1.2% 수준이다. 37%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1.2%는 많은 양이 아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우리도 손을 놓고 있을 수만 없는 분야다.

지난달 발효된 파리 기후협정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이하로 억제하고, 가능하면 1.5도로 묶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려면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 2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매장된 석탄의 82%, 가스 49%, 석유 33%는 채굴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둬야 한다. 그러나 땅속 화석연료는 ‘현금’이고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화석연료를 태우면서도 CO2 배출은 없애는 CCS나 CCU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CO2를 포집해 원유 회수증진(Enhanced Oil Recovery·EOR)에 사용하면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원유를 채굴할수록 압력이 낮아지고 채굴도 어려워지는데, 원유가 저장된 지층에 CO2를 주입하면 그 압력으로 더 많은 원유를 캘 수 있다. 이게 EOR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론적으로 EOR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2400억t의 CO2를 저장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이는 2014년 기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8년 치에 해당한다. 또 이를 통해 2050년까지 3750억 배럴의 원유를 더 생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2014년 기준으로 전 세계 소비량 13년 치에 해당한다. CCS가 없다면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 개선이나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예산을 40% 더 투자해야 한다는 게 IEA의 설명이다. 결국 CCS나 CCU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빗나갈 경우에 대비한 ‘보험’이 될 수도 있다.

IEA와 글로벌 CCS연구소 등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16개의 대규모 CCS 사업이 진행 중이다. CO2 매장량도 연간 3000만t 규모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 천연가스 정제 과정에서 불순물로 나오는 CO2를 EOR에 활용하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발전소나 비료 공장에서 나오는 CO2를 저장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원유 매장 지역에 CO2를 공급하기 위한 파이프 라인만 6600㎞에 이른다.

순수하게 CO2 저장 목적으로만 CCS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노르웨이 슬라이프너(Sleipner) CCS 사업이 대표적이다. 바다 밑 지층에 매년 100만t 규모로 묻고 있는 이 사업은 지난 20년 동안 진행돼 왔다. 또 내년 말까지 미국·캐나다·호주 등지에서 5~6개 사업, 매년 총 1000만t 이상 매장하는 규모의 CCS 가 추가될 전망이다. 박태성 실장은 “2050년 전 세계적으로 탄소 포집 시장만 150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라며 “고효율 저비용의 탄소 포집 원천기술을 확보하면 국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기술 수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탄소 포집 단계뿐만 아니라 저장이나 자원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은 초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2010년 국가 CCS 계획을 마련했고, 해양수산부는 CO2를 선박으로 수송해 바다 밑에 저장하는 기술 개발을 맡았다. 연간 100만t씩 저장하는 실증사업도 추진했지만 지난달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김태기 해수부 해양보전과장은 “저장기술에 앞서 포집기술을 먼저 집중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2일 ‘탄소자원화 국가 전략프로젝트 실증 로드맵’을 발표했다. CCU를 통해 2030년에는 연간 2500만t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에서는 CCS가 화석연료 사용을 부추길 수 있고, 땅속에 저장해 놓은 CO2가 지진 등으로 분출될 경우 자칫 생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IEA는 노르웨이 슬라이프너 등에서 지난 20년 동안 누출 위험 등에 대해 면밀하게 점검해 왔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강성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해양CCS연구단장은 “석탄을 천년만년 계속 태울 수는 없지만 신재생에너지가 완전히 자리 잡을 때까지는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CCS는 그런 과도기에 가교 역할을 하는 ‘브리징 테크놀로지’”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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