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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테이큰3’처럼, 방해 음파 쏴 도청 막죠

할리우드 명배우 리암 니슨이 열연한 영화 ‘테이큰3’에는 만년필 모양의 독특한 기기가 등장한다. 살인 혐의자로 경찰에 쫓기는 리암 니슨의 딸이 도청 장치를 몸에 지니고 있는 걸 알아챈 리암 니슨의 친구는 만년필 같은 기기를 눌러 방해 전파를 발사하면서 귓속말로 도피 요령을 전해준다. 딸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경찰들은 귓속말이 오가는 순간 ‘지지직’하는 잡음이 나면서 말소리가 들리지 않자 당황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것과 유사한 원리로 만들어진 도청방지 장비가 국내 기술로 탄생했다.
서대중 대표

서대중 대표

시스템 통합(SI)과 IT솔루션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 부보시스템즈는 ‘도청·녹음 방지시스템 RBS(Recording & Bug Suppressor)’를 국내 최초로 상품화했다. 최근 도청·녹취로 인한 사생활 침해가 높아지는 와중이라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BS에 적용된 도청 방지 기술은 ‘들리지 않는 소음’을 적용했다. 사람이 대화할 때 나는 음압은 통상 60데시벨(db) 정도다. 부보시스템즈가 개발한 장비는 110db로 소음(음향파 초음파)을 쏜다.

대화 내용을 녹음하거나 외부에서 들으려고 해도 RBS가 내는 소음 소리에 묻혀 도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소음은 정작 현장에서 대화를 하는 사람의 귀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서대중 부보시스템즈 대표는 “인간의 귀는 음파를 20KHz(1초에 2만번 진동)까지 들을 수 있는데 음향파 초음파는 이 범위를 벗어나는 소음”이라며 “사람의 귀에는 인지되지 않지만 기계에 녹음할 경우 ‘지지직’하는 소음만 들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음파의 원리를 이용해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음을 연구·개발하는데 3년 가까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영화 ‘테이큰3’에 등장한 기기 보다 활용도가 높다. 영화 속 ‘전파 교란기’는 대부분의 해외 국가는 물론 국내에서도 사용이 금지돼 있다. 주변의 휴대폰이나 기지국을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RBS는 전파가 아닌 음파여서 합법적으로 도청을 예방할 수 있다.

RBS는 벽면에 부착하는 소형 스피커 모양으로 탈부착이 가능하다. 9.9~16.5㎡(약 3~5평) 규모에 벽면과 천정 등에 3개(대당 약 600만~800만원)를 설치하면 각종 스마트 기기나 펜·마우스·USB 등을 통한 도청이 원천 차단된다.

정보를 다루거나 고도의 보안성을 요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휴대용 RBS를 소지하면 차량 안이나 이동 중에도 도청 걱정없이 대화할 수 있다.

2011년 설립된 부보시스템즈는 2013년 음향파 초음파 기술 특허 출원에 성공한 뒤 지난해에 이 특허 기술을 적용한 RBS 제품을 출시했다. 도청 예방 효과가 알려지면서 올들어 국내 각종 주요 정보기관, 대기업, 관공서, 지자체 등에서 설치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서 대표는 “올해 RBS로만 20억원 가량의 매출이 기대된다”며 “내년부터는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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