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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청년 여행도 리셋을

이상언 사회2부장

이상언 사회2부장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학생 사이에 유럽 배낭여행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아마도 중장년층은 기억하실 겁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30대 초반 정도의 직장인까지 행렬에 가세했습니다. 입시 준비를 하는 고교생들도 대학에 진학해 배낭여행을 갈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부모가 수백만원을 어렵지 않게 내줄 수 있는 집 아들딸만 갔던 게 아닙니다. 엄마가 어렵게 부어 탄 곗돈으로, 과외 아르바이트를 해 1년 넘게 모은 돈으로 항공권과 기차패스를 마련하고 최소 생활비를 계산해 여행자수표로 바꿔 ‘세계화’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IMF 사태’로 나라가 휘청거리기 전까지 정말 격렬히 떠났습니다. 유적지나 관광 명소에 낙서로 방문을 증명한 ‘어글리 코리안’ 때문에 나라 전체가 욕을 먹게 했고, 날치기·사기에 가진 것 몽땅 털리고 급거 귀국하는 일도 속출했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에어텔’ 해외 여행이 주류가 됐습니다. 유스호스텔을 전전하거나 기차에서 새우잠을 자는 저가형 대학생 여행이 호텔을 사전에 예약해 놓고 가는 중저가형으로 변신했습니다. IMF 극복 선언으로 고무된 사회 분위기와 정보기술(IT) 호황이 불러온 일이었습니다. 여행의 안전성과 계획 이행도가 높아졌습니다. 반면 고난의 행군 무용담이나 좌충우돌 속에 나타난 행운의 일화는 줄었습니다.

2010년대에는 다시 한번 젊은이들의 여행 패턴이 바뀌었습니다. 주요 대도시에 점을 찍듯 옮겨 다니는 일별형은 줄어들고 한두 곳에 오래 머무는 집중형이 중심이 됐습니다. 쇼핑이나 맛집 기행이 중심 테마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여행이 대중화된 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뻔한 관광 명소 사진과 스토리로는 눈길을 끌 수 없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양극화도 영향을 미쳐 여행이 그림의 떡인 층과, 사서 고생하는 여행은 하지 않는 층으로 크게 두 갈래로 나눠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세계사를 보고 느끼고, 우리보다 발달한 민주주의와 인권 보장 시스템을 공부하는 데 소홀해졌습니다. 젊은이들의 견문 넓히는 일이 퇴보했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공항에 가 보면 배낭 메고 나가는 우리 청년보다 배낭 메고 오는 외국 청년이 더 많습니다. 대다수의 사람이 새해는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리셋’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세계를 다시 배울 필요도 있습니다. 부모들도 다시 쌈짓돈 털어 자녀 시야를 넓혀줘야 합니다. 그들의 눈과 머리에 미래가 있습니다.

이상언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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