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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인플레이] 타고투저, 투수들은 도망가지 않았다



'역대급' 타고시즌이 3년째 이어졌다. ‘타고(打高)’란 다른 말로 ‘투저(投低)’다. 그러다보니 과거보다 투수 수준이 떨어졌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정은 이르다. 

야구에서 투수와 타자의 실력이 그대로여도 환경에 따라 타율이 높아지고 홈런이 늘어나고 득점이 많아질 수 있다. 공과 배트의 반발력, 외야펜스 거리, 파울지역의 넓이, 스트라이크존의 크기 등은 타고투저, 투고타저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11~2013년은 타고가 아니라 투고의 3시즌이었다. 투고 3년과 이후 타고 3년을 비교하면 인플레이타율(BABIP)이 0.307에서 0.329로 높아졌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55명 중 40명이 3할 타자가 된 이유다. 타자가 투수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보인 건 맞다. 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었다.

타석당 볼넷비율은 9.47%에서 9.37%로 약간이지만 낮아졌다. 타석당 삼진비율은 16.97%에서 17.40%로 높아졌다. 타고 현상이 투수 실력 저하의 결과라면 볼넷과 삼진 관련 지표에서도 투수의 약세가 나타나야 더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공을 때려 페어그라운드로 보낸 결과(인플레이타율)에서는 투수들이 처절하게 당했지만, 그외 경우에는 반대였다. 볼넷은 줄었고 삼진은 늘었다. 

세부지표를 보면 투수들이 일방적으로 밀린 것은 아니었다는 정황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야구통계에서 투수의 구위를 평가하는 가장 일반적 지표는 헛스윙율이다.  타자의 배트를 '제꼈다는' 건 구속이든 무브먼트가 좋든, 제구가 뛰어났든 결국 공에 힘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투고였던 2011~2013년에 비해 2014~2016년의 헛스윙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헛스윙이 가장 치명적인 상황은 2스트라이크 이후다. 이 때 헛스윙은 아웃카운트 하나와 같다. 한방을 노리는 파워히터들도 스윙 폭을 줄이며 컨택트에 신경을 쓴다. 그런데 2S 이후의 헛스윙율 역시 투고 3년과 타고 3년이 별로 차이가 없었다.  2011~13년에 각각 19.5%, 19.1%, 20.2%였다. 2014~2016년엔 19.2%, 20.6%, 19.6% 였다. 비슷하거나 약간 높아졌다. 

헛스윙하지 않고 공을 배트에 맞췄다면, 인플레이타격(페어)이나 파울 둘 중 하나다.  파울을 더 많이 유도했다면 구위가 좋은 공일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그런데 2014~2016년 타고 기간 중 인플레이타격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타자가 공을 맞췄을 때 페어존에 보내지 못하고 파울이 된 경우가 더 많았다. 역시 투수의 공이 타자를 이겨내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전체 투구 중 볼을 던진 비율도 줄었다. 투고 3년 동안 전체 투구에서 볼 비율은 38.4%, 38.0%, 38.3%였다. 타고 3년 동안엔 38.4%, 37.6%, 38.1%로 변했다. 결과적으로 안타를 많이 맞긴 했지만, 이 기간 중에도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었다.

볼카운트 싸움이 시작되는 초구로 한정했을 때도 결과는 비슷하다. 초구 볼 비율은 2011~2013년에 42.8%, 42.3%, 42.7%였다. 이후 3년엔 42.3%, 41.1%, 42.2% 로 역시 낮아졌다. 결과가 어찌됐든 투수의 초구는 스트라이크 존을 겨냥해 날아갔다. 

최근 3년이 지독한 타고투저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3할 타자는 너무 흔해졌고, 평균자책점 3점대 투수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이 원인을 투수가 못 던졌기 때문이라 쉽게 단정짓곤 한다. 하지만 그리 간단치 않다. 헛스윙율 상승이나 인플레이타구비율 하락은 일반적으로 투수의 구위가 좋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 낮아진 볼 비율은 투수의 제구력에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해 들어갔다는 정황을 말한다. 

그렇다면 최근 3년 동안의 타고는 왜 나타났을까. 볼넷과 삼진, 헛스윙율과 인플레이타격비율, 볼비율 등 대부분의 투구지표에서 나쁘지 않았던 투수들이 왜 유독 인플레이타격결과에서만 처절한 실패를 경험해야 했을까. 

타고 현상 원인은 이미 KBO리그의 중요한 관심대상이다. 야구에서 타격전은 나름대로 매력적인 컨텐츠다. 하지만 다양성도 중요하다. 투수와 타자가 상대를 이겨내기 위해 기술과 전략을 겨루는 과정이 야구의 묘미다. 지나친 타고성향이 이 과정을 단조롭게 만들 위험이 있다.

해법을 찾고자 한다면 원인의 정확한 이해가 먼저다. 투수들이 약하진 탓이라는 단정은 섣부르다. 그리고 이롭지 못하다. 가장 쉬운 설명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라면 타고 성향의 객관적 실체를 찾아내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어떤 구단과 감독이든 "투수를 키우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실현이 어려운 대안은 대안이 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지난 3시즌 동안 투수들은 지독하게 당했다.  하지만 세부지표로 봤을 때 투수들은 무기력하지만은 않았다. 구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스트라이크크존으로 공을 던지는 배짱도 있었다. 타고 성향에 대한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면, 투수를 탓하기에 앞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다. 공과 배트와 같은 경기용구, 경기장의 규격, 스트라이트존 같은 외적 요인이 미친 변화를 측정하고 분석해야 한다.
 
신동윤(한국야구학회 데이터분과장)
데이터는 신비로운 마법도 절대적 진리도 아니다. 대신 "당신 야구 얼마나 해봤는데?" 라고 묻지도 않는다. 그것은 편견 없는 소통의 언어이며 협력의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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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