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단독] 545조 연금 운용…2시간 밥 먹으며 5차례 회의로 끝

홍완선

홍완선

‘5000만 국민 노후의 보루’ 국민연금이 ‘최순실 스캔들’에 휘말렸다. 사익(私益) 추구에 국민의 돈이 동원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기금운용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탓이다.

안건 64건 중 54건 원안대로
삼성합병 건은 논의도 안 해
특검, 홍완선 피의자 신분 소환
합병찬성 결정 경위 집중 추궁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6일 홍완선(60)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기금운용본부가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해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힌 데 책임이 있다고 보고 의사 결정을 주도한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날 문형표(60)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연금공단 이사장)과 김진수(59)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 집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안건에 연금공단이 찬성 결정을 하도록 문 전 장관과 김 전 비서관이 압력을 넣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특검팀은 27일 문 전 장관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소환 조사한다.
추천 기사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과 관련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기금운용위원회’다. 제도상으로는 복지부 장관이나 기금운용본부장이 마음대로 기금을 주무를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휘둘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운용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다.

법상으로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운용지침(투자정책서), 연도별 운용계획, 운용결과 평가 등 기금운용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위원장인 복지부 장관과 연금공단 이사장 및 관계 부처(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등) 차관 등 당연직 위원 5명, 그리고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대표로 구성된 위촉위원 14명 등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기금운용위원회의 민낯은 그러나 독립성과는 거리가 멀다. 회의는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본지가 국민연금 기금이 300조원을 돌파한 2010년 이후 최근(9월 말 현재 545조원)까지 36차례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전수조사했다. 회의는 평균 1년에 다섯 차례, 20명 중 13명이 출석한 가운데 밥 먹으면서 두 시간 동안 열렸다. 기금이 500조원을 돌파한 2015년부터는 평균 회의 시간이 더 줄었다. 최근까지의 여덟 차례 회의는 평균 1시간45분 만에 끝났다.

위원 중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36차례 회의 중 두 번만 모습을 드러냈다.
 
특검 ‘삼성합병 외압 의혹’ 문형표 오늘 소환 조사
위촉위원 가운데 자영업자 관련 단체 한 곳 몫으로 배정된 자리는 3년 넘게 공석이다. 나머지 위촉위원들도 대부분 비전문가다.

이런 위원들이 모여 두 시간 밥 먹으면서 회의를 하니, 안건 대부분은 무사 통과였다. 36차례 회의에서 안건으로 올라온 64건 가운데 54건이 원 안대로 의결됐다. 일부 문구를 수정해 4건이 의결됐고, 재논의 및 보류된 6건은 이후 회의에서 결국 의결 처리됐다.

기금 운용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지만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의 실제 운용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지난해 6월 9일 열린 2015년도 2차 회의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의결권 행사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 논쟁이 오갔다. 민주노총이 추천한 김경자 위원이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열어서 관련 논의를 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하지만 홍완선 전 본부장은 “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개별 (합병) 건에 대해 (의결권행사 전문위에 안건을 부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맞섰다.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라 그렇게 주장했다. 그러나 상위법인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기금의 운용에 관하여 중요한 사항으로써 운용위원회 위원장이 회의에 부치는 사항’은 기금운용위원회가 논의할 수 있다. 당시 위원장인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은 두 회사의 합병 안건을 운용위원회 회의에 부치지 않았다. “기금운용위원회가 ‘거수기’ 역할밖에 못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두 시간 밥 먹으면서, 1년에 5번 모여 하는 회의로 500조원 넘는 돈을 굴리고, 중요한 의결권 행사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위원들을 전문성 있는 인사로 구성해 명실상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임장혁 기자 neora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