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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 위자료 2배 올린다

차 보험 14년 만에 대인배상 현실화
60세 이상인 무직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면 가해자 측 자동차보험사는 얼마를 보상해 줄까. 보험약관에 따르면 지금까지 보상액은 4300만원이었다. 젊은 사람은 돈을 벌지 못해 입은 손해(일실수입)를 배상해 주지만 나이 든 무직자는 장례비 300만원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4000만원이 전부였다. 이 금액은 2003년 약관이 개정된 뒤 지금까지 그대로였다. 사람 목숨 값이 웬만한 수입차 값만도 못하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였다.

19~59세 4500만원서 8000만원으로
중상해자 입원간병비 신설, 연 47만 명 혜택
금감원 “보험료는 1% 안팎 인상 불가피”

14년 만에 자동차보험 사망위자료가 인상된다. 금융감독원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 대인배상 금액을 현실화한다고 26일 발표했다. 연령에 따라 4500만원(19~59세) 또는 4000만원(기타 연령)이었던 사망위자료는 60세 미만 8000만원, 60세 이상 5000만원으로 올라간다. 장례비도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했다. 후유장애자에게 주는 위자료도 최대 3150만원에서 3825만원으로 조정했다(사지마비·식물인간은 6800만원). 바뀐 표준약관은 내년 3월 1일 가입자부터 적용된다.
그동안은 보험사의 사망위자료가 너무 적다 보니 상당수 피해자가 소송으로 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3월부터 교통사고 사망자에 대한 위자료 기준금액을 8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려 적용하고 있다. 판례대로 하면 교통사고 사망자의 나이와 소득에 따라 6000만~1억원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는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그제야 예상판결액의 70~90% 수준으로 합의하는 ‘특인(특별승인)’ 제도를 내부적으로 운영해 왔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사망위자료가 8000만원으로 올랐으니 앞으로는 유가족들이 소송에 따른 시간과 비용 부담을 감안해 굳이 소송까지 가지 않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상해자를 위한 입원간병비도 신설된다. 거동이 불편해 간병인을 쓸 수밖에 없는 피해자에게 입원한 기간 동안 하루 8만2770원씩 지급해 주기로 했다. 총 14개 상해등급 중 1~5등급에 해당하는 환자가 대상이다. 상해등급에 따라 간병비는 최대 15~60일까지 받을 수 있다. 부모 중 한 명이 사망 또는 중상해를 당한 만 7세 미만의 자녀가 입원한 경우도 간병비를 최대 60일까지 주기로 했다. 그동안은 입원했을 때 간병비가 따로 없었다. 식물인간·사지완전마비 판정(노동능력상실률 100%)을 받은 경우에 한해서만 퇴원한 뒤 가정간호비를 지급했다.
간병비 신설은 지난 7월 강원도 정선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입원했던 남매의 사연이 발단이 됐다. 생후 30개월과 8개월인 두 아이가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보험사로부터 간병비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졌다. 보험 약관상 간병비 지급 대상이 아니므로 소송에서 법원 판결을 받아야만 간병비를 줄 수 있다는 게 보험사의 논리였다. 해당 보험사는 결국 여론 압박에 밀려 간병비 지급을 결정했고 이후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입원 중 간병비를 피해자가 직접 부담해야 했던 자동차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했다”며 “이번 표준약관 개정으로 연간 47만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표준약관 개정으로 중상·사망 사고에 대한 보장이 늘어나는 만큼 보험료는 오를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로 인한 자동차보험료의 인상폭을 1% 내외로 추정했다. 다만 보험사마다, 개인용이냐 영업용이냐에 따라 인상률은 달라질 수 있다.

소비자단체는 이번 약관 개정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한국의 위자료 수준이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지마비인 경우 위자료가 표준약관 개정 뒤에도 6800만원에 그치지만 주요 선진국에서는 수억원대 위자료를 지급한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각국의 법원 판례를 종합한 바에 따르면 프랑스의 사지마비 관련 위자료는 3억원, 영국은 5억원, 독일은 8억원, 미국은 70억원에 달한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뒤늦게라도 국내 법원 판례를 반영해 위자료를 올린 건 반길 만한 일이지만 아직도 선진국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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