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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작가전] 신현림의 매혹적인 시와 사진 이야기 #6. 따스한 저녁 불빛 속에서 그리운 것들 (2)

- 모리야마 다이토의 사진들
 
 
폐허의 골목길을 속치마 한 장 걸치고 뛰어가는 여인이나, 길을 잃어버린 듯한 개를 보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의문과 궁금증이 생긴다. 마치 희미한 창 너머에 두 남녀가 격렬하게 싸우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것은 바람 부는 날의 호수 물결처럼 흔들린다. 모리야마 다이토 사진 너머엔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 흐린 유리창 너머 같은 것에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심상찮은 기분. 불안하고 기이해서 신비롭기까지 하다. 작품의 예술성은 세밀한 구체성을 바탕으로 한 리얼리티가 애매성과 얼마나 조화가 잘 이루어졌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라 본다. 모리야마의 신비롭기까지 한 기이함은 애매성에서 나오고, 그 의식이라는 것은 작가가 오랫동안 공부하고 고뇌하여 얻은 축적물이고 체질화된 감각이다. 그의 사진엔 그러한 애매성이 절묘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잘 배어 있다. 빵에 설탕과 우유와 버터, 밀가루 반죽이 골고루 섞여 있듯이. 애매성은 상상력의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상상의 안개를 드리운 채 펄럭이는 이미지. 그 이미지에 갇혀 버리면 나오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펄럭이는 게 사랑이라면, 번져가는 사랑의 입김이라면 더 더욱 못 빠져 나오지 않을까.
사랑스러운 남편은 기다려도 오시지 않습니다.
하늘을 저 멀리 바라보니
밤도 많이 깊었습니다.
밤늦게 폭풍이 부니
멈춰 서서 기다리는 저의 소매에
내리는 눈은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이제 새삼스럽게 당신이 오실까
나중에 만나자고
달래는 마음을 지니고
양 소매로 마루를 털고 닦아
현실에서는 당신을 만나지 못하지만
꿈에서나마 만나게 모습을 보여주세요.
며칠 밤이나 계속.

 
위는 남자가 오기를 기다리는 여자의 노래다. 실제 만나는 것을 포기하고 꿈에서라도 만나고픈 애절한 사랑의 마음을 담았다. 나이가 들어가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무시하고, 오직 눈에 보이는 것만을 따지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바보 같은 사랑이라고 등 돌릴지 모른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눈에 보이나 안 보이나 다 똑같은 게 아닐까, 하는 기분이다. 그리하여 이 시가 가슴에 깊이 와 닿기도 하는 밤이다. 이 시는 우리 향가와 비교 많이 되는 <만엽집>에 있는 시다. 일본의 남녀의 사랑. 특히 고대 일본열도에 살던 남녀의 사랑. 꼭 일본이 아니래도 옛사람들의 사랑이 현대인들의 사랑보다는 더 애절하다. 흰 눈이 펄펄 날리는 풍경처럼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
일본의 국민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토의 사진들을 봐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일본 동경사진미술관에서 대형전시를 봤는데, 또 영국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도 윌리엄 클라인과의 동행전을 보며 참 부럽기도 했다. 스케일 면에서나, 작가가 다룬 이미지 속에서 더없이 자유로운 분위기, 통념을 넘어서는 작품 방식이 그랬다.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굵은 입자와 강한 콘트라스트, 고의적인 미숙, 어둡고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 등은 사진에서 내가 고민한 점이라 왜 이 작가가 이랬을까 묻지 않아도 공감되었다. 우리는 사진을 찍고 인화하는 과정에서 나는 실수나 생채기들이 있는 사진을 무조건 버리는 것으로 배우며 익혔다. 보통 사진의 정착 과정에서 티끌 하나 없는 완벽한 퀄리티. 그러나 당연한 이것이 왜 당연해야만 하는가? 이런 의문을 가지면 답답한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고정된 가치라는 건 없다. 사랑도 인연도 고정되지 않았다. 흘러가고 흘러온다. 넘어서고, 거듭 넘어선다. 이런 흘러감과 넘어섬을 온전히 받아들이는데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나. 예술 자체가 고정되고 정체된 인식의 탈출이고 낯설게 하기가 아닌가?
 
어쩌면 이건 작가가 의도하기에 앞서 생래적 체질에 가까운 그 무엇이다. 그런데 계속 의식하고 찍다 보면 체질이 된다. 체질은 스타일이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없다면 별 볼 일이 없다. 별 볼 일 있는 그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면 이렇다.
 
“나는 의미로서의 사진은 전혀 흥미를 갖지 않고, 찍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생리적이라고 했을 때, 꼭 의식이 개재합니다. 거기에는 꼭 육체가 같이 혼연일체가 되어 찍습니다. 그러므로 찍는 순간은 대단히 감각적이고, 극히 육체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의 사진엔 드라마틱한 자본주의 발전 속에 나타나는 여러 병리 현상이나 사회구조적인 모순과 현대인들의 불안과 두려움들이 깊게 배어 있다. 인간에게 닥쳐오는 갑작스러운 일들, 불길함, 그 어떤 조짐, 의외의 사건들은 스산하고 신산스러운 바람에 나부끼듯 흘러간다.
 
그는 일본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바꾸게 한 사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급격한 사회의 발전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일본의 대가 호소에 에이코의 조수로 그는 3년간 일했다. 모리야마 다이토가 활동하던 초기인 1960년대와 1970년대 초의 많은 일본의 예술가들은 정치와 사회에 깊이 충격을 받고, 도발적이고 반발적이었다 한다. 그가 속한 비보 그룹 멤버들은 전쟁 패배의 변화로부터 새로운 사회를 표현하려고 노력했으며 좀 더 개인적이고 정신적·심상적인 표현과 관련되었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아주 사소한 것들의 의미, 사건과 사건 사이의 틈새, 그 분위기를 중요시하는 게 아닐까 한다. 어쩌면 그는 찍는다는 의식 이전의 삶의 모습, 스쳐 지나감, 한 찰나를 가장 자연스럽게 담으려는 건지 모른다. 이 또한 내가 가장 의미 있게 바라본 그의 능력, 그의 남다른 감각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만남이 있다. 그 만남이 연애든, 우정이든 그것으로 망가지기도 하고 풍요롭게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사려 깊은 자는 그 어떤 만남이든 훌륭한 저녁을 만든다. 그렇게 사려 깊어질 때까지 우리는 가슴에도 노을이 번져 스스로 아름다워진다. 괴로움이든 슬픔이든 스스로 수행과 깨달음의 과정으로 여긴다.
 
작가소개
시인. 사진가. 미대 디자인과 수학, 국문학과와 디자인대학원에서 파인아트를 전공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방위작가로 다양한 매니아층이 있다.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세기말 블루스』 『해질녘에 아픈 사람』 『침대를 타고 달렸어』를 냈다.
영상에세이 『나의 아름다운 창』 『신현림의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 『신현림의 미술에서 읽은 시』
힐링에세이 『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 『서른, 나에게로 돌아간다』 『천개의 바람이 되어』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 
세계시 모음집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1, 2권 『사랑은 시처럼 온다』 등
동시집으로 초등 교과서에 동시가 실린 『초코파이 자전거』 『옛 그림과 뛰노는 동시 놀이터』 『세계 명화와 뛰노는 동시 놀이터』와
역서로는 『예술가들에게 슬쩍한 크리에이티브 킷 59』 『Love That Dog』 등이 있다.
 
사진가로 사진가로는 낯설고, 기이하고 미스터리한 삶의 관점을 보여준 첫 전시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전 이래 사과 이미지를 통해 '존재의 성찰'을 펼쳐, 세 번째 사진전 <사과밭 사진관>으로 2012년 울산국제사진페스티벌 한국 대표 작가 4명중에 선정된 바 있다. 4번째 사진전 <사과여행>사진집은 일본 교토 게이분샤 서점과 갤러리에 채택되어 선보이고 있다
 
최근 <사과, 날다- 사과여행 #2>전을 열고, 사진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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