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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힘들 땐 꿈꾸는 여행지 사진 화날 땐 드뷔시 ‘달빛’ 감상

이화여대 일반대학원 음악치료학과 이진형 교수(맨 오른쪽)와 학생들이 기타·키보드·타악기 등으로 즉석 연주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조상희]

이화여대 일반대학원 음악치료학과 이진형 교수(맨 오른쪽)와 학생들이 기타·키보드·타악기 등으로 즉석 연주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조상희]

한 해를 차분히 되돌아보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준비할 때다. 힘들었던 한 해를 보내며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리고 작은 변화로 기쁨을 느껴 보는 건 어떨까. 나만의 공간 꾸미기부터 음악·미술·패션을 활용한 치유까지 일상에서 쉽게 힐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새해 맞이 심기일전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작은 갤러리에선 ‘힐링의 빛과 영혼의 새’를 주제로 한 일러스트 작가의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이 전시회를 찾은 주부 김영인(45)씨는 “푸른 바다 위에 흰 날개를 펼친 새의 그림을 보고 있으니 잠시 꿈을 꾼 듯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힐링을 주제로 한 만큼 갤러리 방문객은 건강 명상법을 체험하고 유기농 차를 맛보며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시간을 보냈다.

한국인은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유엔이 발표한 ‘2016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로 58위를 기록했다. 연말엔 이런저런 이유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최근 취업포털 ‘커리어’ 조사에선 직장인 350명 중 76%가 “연말이 되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데 따른 조급한 마음(29%), 새해에 대한 준비 부족(13.2%) 등을 꼽았다.

잠시 일손 놓고 ‘미 타임(Me-Time)’
올 한 해 쉬지 않고 달려왔다면 잠시 멈춰설 때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기분을 잊고 힐링의 시간을 가져 보자. 시 쓰기, 사진 찍기 같은 ‘표현치료’를 하는 김동철 심리케어 원장은 “힐링은 멀리 여행을 떠나야만 얻어지는 게 아니라 생활 가까이에서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다”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상 속 여가로 매일 ‘미 타임(Me-Time)’을 갖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미타임은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사가 2013년 옥스퍼드 영어사전 온라인판에 추가한 신조어다. 나 자신을 위한 스트레스 해소, 에너지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을 말한다. 유럽인들은 매일 오후 차를 마시거나 낮잠을 자는 방법으로 휴식을 취한다. 현실적으로 이런 여유를 갖기 힘든 한국의 직장인은 책상 위에서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컴퓨터에 평소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 5분 정도 쇼처럼 이어지도록 배경화면을 만들어 둔다. 평소 가고 싶던 산과 바다 사진, 예쁘고 귀여운 동물 사진을 모아 꾸민다. 매일 규칙적으로 이를 보며 잠시 시간 여행을 즐긴다. 김 원장은 “뭐든지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한국인은 힐링도 빨리 해치우려고 한다. 바쁜 업무 중에 억지로라도 휴식시간을 갖다 보면 어느새 습관이 돼 삶의 여유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예술치유허브’의 예술 치유 프로 그램에 참여한 주부들 [사진 각 업체]

심리 상태에 따라 공간 분위기를 바꿔 보는 것도 좋다. 스트레스가 많은 이들은 무작정 ‘떠나고 싶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없는 곳에 있을 때 외로움과 무기력감을 느끼기 쉽다. 어디론가 떠나는 대신 하루 중 가장 많이 머무르는 곳을 바꾸면 기분 전환도 되고 심리적인 안정도 취할 수 있다.

직장인은 사무실, 주부라면 주방이나 거실을 택한다. 사무실에선 책상과 애착관계를 만들면 소소한 힐링을 느낄 수 있다. 피규어처럼 좋아하는 물건을 모아 장식하거나 취향에 따라 예쁜 꽃병이나 장식품을 두는 것도 좋다. 서류가 어지럽게 널브러진 책상을 보며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오히려 물건을 정리해 버리는 게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벽으로 막힌 자리에 앉아 있다면 우울감이 커질 수 있다. 적절한 긴장감을 주도록 자리를 배치하면 무기력감을 없애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간접조명, 악기 연주로 힐링
주부는 주방에 라디오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놓아 보자. 청각 자극은 우뇌와 좌뇌의 자극을 촉진해 뇌를 안정화시키고 우울감을 누그러뜨린다. 주방에서 음악이 흐르면 마치 다른 곳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잠시 머리를 식히기에 좋다. 조명과 공간의 크기도 심리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너무 밝은 LED 조명보다 간접조명이 좋다. 바닥은 벽보다 어두워야 안정감이 생긴다. 방이 넓으면 오히려 더 외롭고 허전함을 느끼기 쉽다. 우울감을 줄이고 싶다면 작고 아늑한 공간이 적합하다. 천장이 높은 공간은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상상력과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예술치유허브’의 예술 치유 프로 그램에 참여한 주부들(왼쪽)과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힐링 전시회를 감상하는 관람객. [사진 각 업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힐링 전시회를 감상하는 관람객. [사진 각 업체]

음악·미술 같은 정통 예술 분야와 접목한 힐링 방법도 눈길을 끈다. 자신의 정서 상태에 따라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감상하는 것부터 시작해 기타·드럼·피아노를 배워보길 추천한다. 우울할 땐 마음을 달래주거나 슬픔과 우울함을 배가시키는 곡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울에 대한 이해와 위로를 주고 새로운 기대를 심어주는 분위기의 곡이 어울린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네 번째 움직임 피날레,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1악장,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3악장, 주페의 시인과 농부 서곡 등을 꼽을 수 있다. 화났을 땐 마음을 안정시키는 반복적인 선율을 느낄 수 있는 곡이 도움을 준다. 드뷔시 달빛, 슈베르트 세레나데, 쇼팽 야상곡 제3번,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 등을 추천한다.

전문 음악치료사 지도를 받으며 자신만의 곡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노래 장르와 주제를 정해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어 악기로 연주하고 녹음한 뒤 자신의 곡을 감상해 보자. 노래를 만들어 부르다 보면 속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음악치료 기관별로 40~50분 정도 세션이 진행된다. 1회당 비용은 5만~8만원 선이다. 이진형 이화여대 일반대학원 음악치료학과 교수는 “노래방에서 노래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처럼 음악 감상이나 악기 연주·학습을 통해 기분전환을 하거나 음악의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색연필로 해 그리기, 눈길 사로잡는 옷 입기 … 긍정의 힘 솟는다
그림을 그리며 힐링할 수도 있다. 그림은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내면의 고민을 밖으로 표출하도록 돕는다. 동화책 그림 작가 한지수씨는 “의식적으로 빛이나 태양처럼 긍정을 상징하는 것들을 그리면 나도 모르는 새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드러운 유성 파스텔이나 색연필을 이용하면 힐링 효과가 좋다. 지난해 베스트셀러 열풍을 일으킨 성인용 색칠공부 ‘컬러링북’은 피로에 지친 사람들이 자유롭게 색을 칠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갖는 도구로 큰 인기를 끌었다. 푸른색은 집중력을 강화시키고, 녹색·갈색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노란색은 대화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힘을 가진 색이다. 한국패션심리연구소 민율미 소장은 “색깔은 우리의 심리와 연결돼 있다. 컬러링북이 아니라도 빈 종이에 색연필통을 놓고 잡히는 색을 골라 계속 칠하다 보면 마음이 한결 안정된다”고 전했다.
‘패션심리’를 활용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다. 예뻐 보이는 옷차림으로 타인의 시선을 받으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긍정적으로 변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방법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좋아하는 색보다는 자신과 어울리는 색을 이용하는 것이다. 민 소장은 “보통 좋아하는 색 의상에 손이 가지만 다양한 색의 원단을 얼굴 옆에 댔을 때 주변인이 객관적으로 더 예뻐 보인다고 말하는 색을 골라 그 색 의상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영화 관람, 사진 찍기로 치유
영화 감상도 마음 다스리기에 좋은 방법이다. 필름 치료, 비디오 치료 등으로 불리는 ‘영화 치료’가 요즘 주목 받고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비슷한 등장인물이 나오는 영화를 선택해 감상하면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영상으로 위로를 받으며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 영상을 보며 시각, 청각, 문자 언어 같은 다양한 자극을 받고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부부간에 혹은 친구와 갈등이 있다면 당사자와 함께 영화를 봐도 좋다. 둘 이상이 함께 영화를 본다면 이후 등장인물의 문제를 현재 자신들의 고민과 연결해 토론하고 해결책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진 찍기도 힐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스로의 모습이나 다른 사람, 풍경, 물체 등을 자유롭게 촬영한 뒤 사진을 현상하고 인화해 자신만의 창작물을 다시 천천히 감상하는 방식이다. 상처받고 힘들었던 공간을 찾아 사진 촬영을 하거나 깜깜한 암실에서 자신만 알고 있는 모습을 스스로 촬영하는 등 사진 치유의 방법은 다양하다.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촬영한 사진을 통해 객관화한 ‘나’를 볼 수 있다. 자화상 같은 사진을 보며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앞으로의 모습을 상상하며 새로운 다짐을 할 수 있다. 심영섭 아트테라피의 정윤경 선임연구원은 “평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도 사진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객관화된 시선에서 수월하게 말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우울한 정도가 심하다고 생각돼 일상 속 치유가 아닌 본격적인 상담을 받고 싶다면 먼저 온라인 자가검진 프로그램을 이용해 나의 상태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다. 서울시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자가검진을 통해 심리 상태 등을 측정하고 5회 온라인 세션에 참여해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고 행동을 변화해 나가는 ‘마인드 스파 마음터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경험해 볼 수 있다. 우소정 서울사이버대학교 심리·상담학부 미술치료 교수는 “예술은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도구가 되지만 예술 활동으로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개인의 취향과 성향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으므로 ‘이 작품은 집중력에 좋다더라’는 식의 말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진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진·윤혜연·라예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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