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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배 긴 숙성 기간 그만큼 깊은 맛

쥐라 지역의 최고봉 와인 뱅 존 샤또 샬롱(Chateau Chalon)과 스위트 와인 뱅드 빠이(맨 오른쪽).



프랑스 쥐라(Jura) 지역은 부르고뉴와 스위스 국경 사이에 있는 고원지대다. 오래전 이 지역 어느 마을에서 열린 나이 지긋한 시인을 위한 만찬에 동석한 적이 있었다. 식사가 끝나자 사람들이 시인을 아이용 시소에 앉히고 평형이 될 때까지, 즉 그의 몸무게만큼 쥐라 와인을 종류별로 선물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것을 축하하며 다들 와인을 마시며 온몸이 땀에 젖을 때까지 춤추던 유쾌한 기억도.



[와인 이야기] 황금빛 와인, 뱅 존

이곳의 포도 경작지는 2000㏊가 조금 안 된다. 하지만 현대 와인 양조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품고 있다. 세계적인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1822~1895) 덕분이다. 그는 쥐라 지역의 중심 마을인 아르부아에서 3년 정도 살면서 양조 중 생기는 나쁜 미생물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것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오늘날과 같은 제대로 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로 인해 와인이 변질된다는 것을 몰랐고 그저 하늘의 뜻을 기다렸다.



쥐라 지역에서 사용하는 품종은 5종류다. 그 중 사바냥 품종으로 만든 뱅 존(Vin Jaune·노란 빛을 띄고 있는 와인)이 가장 유명한데, 일반 와인보다 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와인은 포도를 수확해 발효와 숙성 과정까지 최대 2년 정도면 시장에 선보일 수 있다. 하지만 뱅 존은 발효과정이 끝난 와인을 225L 오크통 속에 넣고 어떤 인위적 행위 없이 지하 저장고에서 6년 3개월 동안 숙성시킨다. 일반 와인 양조에서 하는 오크통 바꾸기나 증발된 알코올만큼 다시 채워주는 일을 전혀 하지 않는다.



이렇게 놓아두면 와인 상층에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보호막이 스스로 생긴다. 이 막 아래서 황금색으로 숙성된 와인을 이 지역만의 특별한 병 ‘끌라벨린(clavelin)’에 담는데, 용량이 620㎖이다. 보통 와인(750㎖)보다 130㎖가 적다. 이유는 숙성되는 6년 3개월 동안 용량이 1000㎖에서 증발로 인해 620㎖로 줄기 때문이다. 이를 알리기 위해 특화된 병을 사용하는 것이다.



우아하게 산화된 만큼 맛이 독특하다. 와인 매니어도 쉽게 적응하기 힘들 정도다. 오랫동안 음미해야 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뱅 존을 넣어 만든 삿갓버섯(Morille) 크림소스는 풍미가 가득하고, 역시 쥐라 지역의 특산 치즈인 꽁떼(Comte)와 최고의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쥐라 와인과 꽁떼 치즈를 홍보하기 위해 1966년부터 매년 뱅 존과 꽁떼 치즈 기사단을 임명하는 의식이 파스퇴르 기념관에서 열린다.



올해는 10월 15일 열렸는데, 한국인 최초로 최정은 안시와인 대표가 기사단에 선정됐다. 보르도나 부르고뉴에서 기사가 된 분들은 있지만 특별한 와인을 소량 생산하는 지역에서 받은 기사증은 우리나라 와인 시장의 다채로운 변화를 방증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와인과 함께할 수 있는 식문화도 함께 발달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도 있다.



이제 필자가 잘 다니는 서촌의 작은 식당에서도 쥐라 와인으로 요리한 독특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김혁 와인·문화·여행 컨설팅 전문가www.kimhyu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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