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손가락 ‘톡’ 대면 플러그가 ‘쏙’

대형 컨벤션센터 킨텍스(KINTEX)를 코앞에 두고 사는 건 분명한 이점이 있다. 세상 돌아가는 흐름과 각 분야의 생생한 현재를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관심 있는 이슈가 있을 때면 킨텍스를 지나치지 못한다. 국내와 세계의 사정이 한 눈에 파악되는 고성능 안테나가 따로 없다.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축복의 장소는 찾아줘야 미덕이다. 이런 시설이 없던 시절엔 일부러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날아가지 않았던가. 북 페어에 처음 참가했던 1990년대 초의 일이다.



최근 킨텍스에 열린 2016 대한민국 우수상품전시회장을 찾았다. 국내 최대의 중소기업 상품 전시회란 광고는 뻥이 아니었다. 큰 전시장 전관을 채운 900여 개의 부스가 늘어선 규모는 대단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관심과 실력을 돌아볼 기회다. 작심하고 전 부스를 꼼꼼하게 챙겨볼 심산이었다. 하루 가지곤 모자랐다. 다음날 다시 전시장을 찾았다. 발로 뛰어야 얻을 것이 많다는 경험의 행동이다.



윤광준의 新 생활명품 -49- 태주산업의 클릭 탭

그저 그런 구태도, 혁신의 참신함도 섞여 있었다. 세상의 이로움을 위해 혹은 ‘대박’ 상품의 기대를 품은 온갖 상품 더미 속에서 우리의 현재를 확인해 보았다. 이들이 잘 돼야 대한민국이 산다. 개인과 작은 규모의 기업이 일군 바탕의 탄탄함에서 더 큰 가능성이 열리게 마련이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브랜드의 대부분은 이렇게 출발했다. 유명한 것이 중요하지 않다. 유명해지기까지 걸어온 과정과 방향에 방점을 찍어야 올바른 파악이다.



[뻑뻑해 잘 빠지지 않는 플러그의 악몽]



태주산업이란 회사를 아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나도 전시장의 맨 끝 부스에서 발견했으니까. 진열된 상품이라곤 너무나 흔한 전기 콘센트인 멀티 탭 몇 개가 전부였다. 클릭 탭이라 이름붙인 제품은 얼핏 봐선 별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지나치려고 했다. 앳되어 보이는 부스의 담당자는 열심히 자사의 제품을 설명했다. 성의를 봐서라도 시선이라도 마주쳐야 할 듯싶었다.



“뻑뻑해 잘 빠지지 않는 전기 플러그가 우리 멀티 탭을 사용하면 쉽게 빠집니다.”



잘 빠진다는 말에 솔깃했다. 며칠 전 빠지지 않는 전기선 때문에 곤혹을 치른 기억 때문이다. 작업실 청소를 마친 진공청소기의 전원 플러그가 빠지지 않았다. 좁은 틈 사이에 낀 멀티 탭은 손가락마저 들어가기 쉽지 않았다. 뭉툭한 전원 플러그는 쉽게 빠지지 않았다. 억지로 힘주어 빼다가 테이블 모서리를 팔꿈치로 건드렸다. 순간 번지는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다. 테이블 위에 얹어놓은 CD 더미가 바닥에 떨어졌다. 와장창! 소리는 요란했고 애써 청소한 바닥은 엉망이 되었다. 짜증은 이럴 때 극대화 된다. 어수선한 나랏일의 공분도 제 눈앞에 펼쳐진 사태보다 급하진 않다.



태주산업의 멀티 탭은 전원 플러그를 누르면 꽂히고 다시 누르면 빠지는 푸시 버튼식이다. 단단하게 물린 플러그를 손가락이나 발로 눌러 쉽게 탈착하는 방식은 신선했다. 무릇 체험은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불편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샘플로 진열된 멀티 탭을 직접 실험해보니 생각보다 쓸 만했다. 잘 빠지는 멀티 탭. 바로 내가 찾던 물건이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4구 멀티 탭을 하나 샀다.



사실 옷과 신발, LP나 CD는 사들이고 사들여도 필요할 때는 정작 마땅한 것이 없다. 없어서가 아니다. 계절과 기분에 따라 조합의 변수는 언제나 늘어나는 법이니 말이다.



멀티 탭도 비슷했다. 나날이 늘어나는 디지털 기기의 숫자보다 더 많이 달리는 전원부다. 어수선하게 꽂힌 멀티 탭 주변의 전선을 보라.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벽의 콘센트는 멀고 써야 할 기기는 바로 제 손 앞에 있다. 연장의 연장으로 이어진 전선과 멀티 탭으로 어지럽지 않은 집 있으면 나와 보시라.



깔끔해 보이는 사무실 역시 다르지 않다. 사람이 사는 곳 치고 멀티 탭 주변이 예쁜 집 보지 못했다. 장담컨대 멀티 탭의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각기 다른 전압과 전류를 필요로 하는 가전제품과 디지털 기기의 통합 규격이 나오기 전엔. 세상은 일렉트로피아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래서 전기 플러그가 잘 빠지는 멀티 탭도 또 필요하다. 일시적 용도의 가전제품은 얼마나 많은가. 진공청소기, 헤어드라이어, 다리미, 믹서기….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자주 쓰는 가전제품이 많을 것이다. 남자들은 자신의 관심이 빗겨난 분야에 대해선 철저하게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자기가 불편했다면 벌써 온갖 대책을 마련했을 터다. 클릭 탭은 여성들이 더 불편했을 체험을 상품화한 제품이다.



[3만번의 누름을 견뎌내는 튼실함]



신혼시절 아내가 다리미 전원 플러그를 뽑다가 벽체의 콘센트까지 달려나오는 기막힌 경우를 당한 가장이 있었다. 부실한 시공을 한 건설업체의 무성의는 당연히 비난받아야 한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전원 플러그가 빠지지 않아 곤혹스러웠던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다. 게다가 오른쪽 팔 다리가 불편한 장모는 전기선을 꼽고 빼는 일을 힘들어 했다. 전기와 안전공학을 전공한 남편의 눈썰미는 남달랐다. 멀티 탭 개선의 필요를 실감했을 테니까.



그 남편은 보험사를 거쳐 외국 가전브랜드의 영업을 맡았던 이력이 있다. 새로운 멀티 탭을 만들어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전기 제품 쓰는 이 치고 플러그 꽂고 빼는 불편 겪지 않은 이 없다. 충분한 수요 예측의 셈법은 영업직의 현실감각으로 얻어졌다. 회사를 다니며 자신만의 꿈을 꾸게 된다. 장모가 결혼선물로 준 금 목걸이를 판 돈 450만원으로 결국 창업했다.



여기까진 그저 그런 미화된 창업 비화로 쳐도 좋다. 쉽게 꽂아지고 빠지는 콘센트의 아이디어는 누구라도 낼 수 있다.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하지 않던가. 시제품부터 2000여 회의 시행 착오와 설계 변경을 거쳐 완성도를 높인 점이 중요하다. 단전되는 동안의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스위치 역할도 해야 한다. 필요할 만큼의 내구성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3만 번 정도의 반복을 견디는 튼튼함이 갖춰졌다. 통상의 사용법이라면 20년 정도의 세월을 견뎌낼 강도다.



태주의 클릭 탭은 내 작업실의 현역으로 바로 투입됐다. 본체의 디자인은 남다른 데가 있다. 고급스런 재질감과 사각의 형태가 반듯한 안정감이 넘친다. 여느 멀티 탭 보다 높이가 약간 높다. 푸시 버튼 구조의 부품이 차지하는 공간 때문일 것이다. 기존 멀티 탭과 다른 세련된 차별성이 눈에 띈다. 얼마 뒤 이유를 알았다. 2014년 독일의 iF 디자인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어쩐지…. 사소해 보이는 물건의 격이 다르게 보이는 좋은 디자인의 힘을 실감했다.



클릭 탭을 쓰게 된 이후의 변화는 생각보다 컸다.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발로 전원 플러그를 넣고 뺄 수 있다는 편의성이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온갖 기기들을 작동시키기 위해 비굴하게 허리를 굽혔다. 이제 진짜 주인이 된 기분이다. 자주 쓰는 기기들의 전원 플러그를 일렬로 꽂았다. 나만이 아는 순서로 엄지발가락을 까딱거리면 온 오프 스위치 역할이 된다. 감탄은 이럴 때 흘리는 것이다. 도대체! 이런 물건이 왜? 이제야 나왔을까. 물건 만들어준 사람에게 따로 감사의 인사라도 해야 할 판이다. ●



 



 



윤광준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