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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제휴한 TV로 우리만의 소리·디자인 보게될 것

세계적인 명품 오디오 회사인 뱅앤올룹슨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헨리크 클라우센이 최근 회사 매각 철회 발표 직후 서울 압구정동 뱅앤올룹슨 매장을 찾았다. 대표 제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그는 ‘연매출 10% 성장’이라는 목표를 처음으로 밝혔다. 오상민 기자


영원한 것은 없다. 수많은 기업이 위기를 겪는다. 난세를 넘지 못한 곳은 스러져가고, 몇몇이 살아남아 맥을 잇는다. 오랜 시간 생존한 기업들엔 무엇과도 바꾸지 못할 브랜드라는 이름의 유산이 쌓인다. 뱅앤올룹슨(B&O)의 가장 큰 자산은 브랜드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기업이자 세계 1% 부자들이 찾는 명품 오디오를 만든다. 올해로 설립 91년을 맞은 뱅앤올룹슨은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실적 부진과 회사 매각 논란을 넘어 최근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뱅앤올룹슨의 미래와 전망을 헨리크 클라우센(53)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들어봤다.


 

베오사운드 모먼트(왼쪽·380만원), 75인치 TV 베오비전 아방트(3030만원)와 스피커 베오랩90(9990만원).


클라우센은 올해 7월 CEO 자리에 올랐다. 3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매각설이 회사를 흔들 때였다. 컨설팅 업체인 액센추어의 파트너였고 최근까지 유럽 최대 통신사인 노르웨이의 텔레노어의 경영진이었던 그의 영입은 의미가 남다르다. 말하자면 그는 ‘구원투수’인 셈이다. 중국 야오라이(耀萊·Sparkle Roll)그룹으로의 회사 매각이 무산되면서 그는 세계 시장 점검에 나섰다. 하루는 상하이, 다음날 한국, 그리고 하루 뒤엔 태국, 홍콩…. 강행군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를 서울 압구정에 있는 뱅앤올룹슨 매장에서 만났다. 압구정 매장은 뱅앤올룹슨 전 세계 700여 개 매장 가운데 매출 5위(2015년)에 오른 곳이다.


그는 “뱅앤올룹슨에서 CEO 자리를 제안해왔을 때 회사의 역사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덴마크 국민의 한 사람으로 뱅앤올룹슨 CEO 자리에 오른 것을 인생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엄청난 자부심이었다.


작은 시골마을인 덴마크 스투루에르에 회사가 세워진 것은 1925년. 공학을 전공한 피터 뱅은 1924년 대학 졸업 직후 가방을 쌌다. 평소 라디오에 관심이 많던 그는 기술이 한발 앞서 있는 미국행을 택했다. 미국에 도착한 뱅은 곧바로 라디오 공장에 취직했다. 그리고 1년 뒤 그는 고향인 스투루에르로 돌아와 나이는 세 살 많지만 뜻이 잘 통하던 친구 스벤트 올룹슨을 찾아간다. 둘은 다락방에 연구실을 차렸고 이듬해 자신들의 이름을 딴 뱅앤올룹슨을 차렸다. 이후 세계 최초 휴대용 녹음기(47년), 오디오 컴포넌트(59년), 레코드 플레이어(72년)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디자이너를 직원으로 고용하지 않고 협업을 통해 만드는 독특한 오디오 제품들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보존될 정도로 명성이 높다.


-세계적인 명품 회사들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뱅앤올룹슨은 장인정신으로 유명하다. 소비자가 제품 재질이 알루미늄 같다고 생각하면 진짜 알루미늄으로 만든다. 소재부터 진품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데서 회사의 성장 기회가 있다고 본다. 우리에겐 단기 목표가 있다. 연 10% 성장이다. 지난해 이미 이 목표를 달성했고 올해도 가능하리라 본다. 도전도 존재한다. 전통의 럭셔리 라인이 성장을 못했다. 대신 블루투스 기술을 활용한 이어폰과 헤드폰·스피커 등 B&O 플레이어가 잘 팔리면서 (부진을) 상쇄했다. 문제도 있었다. TV 출시가 지연됐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늦어지면서 8월에야 TV 제품을 출시했다. 이젠 TV 분야에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가 됐다.”


뱅앤올룹슨이 TV를 선보인 것은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후 복구 과정에서 뱅앤올룹슨은 TV 개발에 뛰어들면서 덴마크 시장에 TV 붐을 일으켰다. 오디오 사업에 주력하던 뱅앤올룹슨은 최근 구글의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기반의 초고화질(UHD) 스마트 TV 베오비전14를 선보였다. 내년에는 신제품도 나온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다. 그간 몇 년에 걸쳐 신제품 하나를 내놓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올 초엔 LG전자와 전략적 기술 제휴도 발표했다.


-왜 TV가 중요한가. “소리로 진입하는 시작점이 TV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TV 판매를 하면서 TV만이 아닌 스피커를 파는 이유기도 하다. TV는 각 가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새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디스플레이 같은 TV 핵심 기술을 개발할 역량은 없다. TV 디스플레이를 직접 개발하기보다 우리의 사운드 기술을 잘 결합시켜 뱅앤올룹슨만의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LG는 대량생산이 가능해 비용 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LG와의 기술 제휴로 뱅앤올룹슨의 TV를 내게 되었는데 소비자는 우리만의 소리와 디자인을 알아보게 될 것이다.”


-오디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10년 뒤, 20년 뒤 사람들이 음악을 어떤 방식으로 즐길지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지금과는 다른 방식이 될 것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차 안에서든 집에서든 음악을 어디에서나 듣고 싶어한다. 음악 스트리밍(streaming) 서비스와 연결을 통해 다양한 기기에 연결해 듣길 원한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음악을 통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가령 집안의 디자인과 소리를 통합하는 것이다. 집을 디자인하는 것은 인테리어적인 개념이다. 집안 곳곳에 음악이 스며들 수 있는 새 제품을 고민하고 있다.”


-시각적인 분야에서는 가상현실(VR) 기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오디오 분야에서는 그런 진척을 기대할 수 없나. “오디오 분야에서도 그와 비슷한 것들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 현실 세계에 가상의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AR) 사업을 하는 회사들과 만나 소리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가령 소음이 많은 곳에서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음소거 기술은 이미 나와 있지만 새 기반 기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집안에 있을 때도 어느 공간인지에 따라 다른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음향과 관련해 핵심 역량을 잘 살려 새 경험을 어떻게 개발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뱅앤올룹슨은 자동차 오디오 시스템 사업을 1억5700만 달러(약 1799억원)에 독일 음향회사인 하만에 매각했다. 애플과 구글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데 성급히 미래 먹거리인 차 오디오사업을 매각한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지난해 사업부를 매각한 것은 맞지만 차 안에서 훌륭한 소리와 경험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버린 것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사업을 인수한 하만과 조인트 파트너십을 통해 사업을 계속한다”는 이야기도 보탰다. 아우디와 포드에 들어가는 오디오 시스템이 뱅앤올룹슨의 이름으로 들어가고 있으며 앞으로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은 계속 유지할 것이란 설명이다.


회사 인수를 시도했던 중국 야오라이그룹과의 관계도 물었다. 야오라이는 명품 브랜드를 중화권 시장에서 유통하고 있는 명품 시장의 큰손이다. 치젠훙 야오라이그룹 회장과 뱅앤올룹슨이 손잡은 것은 2012년 일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뱅앤올룹슨은 크게 휘청거렸다. 2010년 기존 럭셔리 상품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B&O 플레이어군을 내놨다. 하지만 매출 성장세가 2013년(전년 대비 -6.4%), 2014년(-23.2%) 연속 꺾였다. 2013년엔 2700만 달러의 순손실을 냈고 2014년엔 526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 중국 시장을 노린 뱅앤올룹슨은 야오라이그룹에 지분 8%를 팔았다. 야오라이와의 돈독한 관계를 구축해 중화권에서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올 초 치젠훙 회장은 지분을 늘렸다. 20%에 달하는 지분을 사들인 치 회장은 뱅앤올룹슨을 통째로 인수하길 원했다.


외신들은 “중국 자본이 덴마크의 자존심을 사들인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지분을 늘린 치 회장은 이사회 의석도 요구했다. 지난달 뱅앤올룹슨은 “잠재적 인수자들의 관심이 있었지만 회사 매각을 하지 않고 독립적인 회사로 만들어나가겠다”고 협상 결렬을 발표했다.(블룸버그에 따르면 치 회장은 27일 기준 지분을 15%로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클라우센은 “중국은 기회가 있는 곳임은 분명하다. 대주주가 전체 주식의 20%가량이 있는데 그 정도면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야오라이그룹은) 회사 운영을 담당하는 8명 중 한 명이 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중국의 중산층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이들이 열망하는 브랜드가 뭔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일주일에 꼬박 10시간을 운동에 투자할 정도로 운동광이기도 하다. 철인 3종 경기를 비롯해 마라톤을 취미생활로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클라우센은 “사람들의 삶을 매일 조금씩 더 풍요롭게 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소리를 통해 감동을 주는 회사”가 경영자로서의 목표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 회사가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잘 맞추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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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