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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넘치는 한국 패션, ‘틀’을 깨라


패션계 큰 장이 지난주 서울에 섰다. 우선 서울디자인재단이 18일부터 22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한 서울패션위크다. 국내 47개 디자이너 브랜드가 2017 SS 컬렉션을 선보였다. 비슷한 시기(18~20일) 서울 남산의 제이그랜드하우스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패션 박람회 ‘패션코드’가 열렸다. 또 청담동 분더샵(스티브 J & 요니 P)과 압구정동 마켓오 주차장(99%이즈), 서울숲(BNB12) 등 시내 곳곳에서도 패션쇼가 진행됐다.


행사장마다 해외 바이어와 프레스 등 외국에서 온 패션 피플이 눈에 자주 띄었다. DDP내 프레스센터는 런던에서 온 패션 포토그래퍼, 뉴욕에서 온 패션매거진 에디터, 말레이시아의 패션 블로거 등 다양한 이들로 북적였다. 지난해 이맘때 열린 2016 SS 컬렉션에 참석한 해외 바이어는 71명. 그리고 이번 행사에는 200명을 넘어섰다.


한국 패션이 이만큼 성장했나, 하는 생각에 뿌듯했다. 서울패션위크가 진정 글로벌해진걸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이 불씨를 어떻게 살려나가야 할까, 고민도 들었다.


무엇이 이들을 서울로 끌어들인 걸까. 한국 패션 전문 웹진 ‘무트진’의 앤 라빈더 기자는 “런웨이에 오른 옷들이 한국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입는 옷과 많이 닮아 있었다”면서 “K드라마와 K패션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트가 K패션을 견인하고 확산하는 중요한 장치라는 얘기다.


드라마 주인공의 패션을 닮았다는 건 그만큼 컨템포러리(동시대적)하다는 의미다. 서울패션위크에 나온 옷들이 스트리트 스타일에 강하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뉴욕 W매거진의 에밀리아 페트라카 에디터는 “뉴욕 패션쇼에서는 런웨이 옷이 예뻐도 ‘내가 입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 하는데, 서울 쇼에서는 ‘사서 입고 싶다’는 끌림과 흥분이 생긴다”고 털어놓았다.


브랜드 론칭 10년 안팎의 30대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내는 ‘유스 컬쳐’도 서울패션위크의 강점이다. 덴마크 편집숍 헨리크 비브스코프의 룬 한센 바이어는 “장난기 가득 머금은 듯한 컬렉션, 형형색색 차려입은 젊은이들의 스트리트 패션 같은 열기와 에너지는 유럽에서는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산으로 갖고 있는 유럽 럭셔리 하우스들이 브랜드를 젊게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데, 이렇게 젊고 트렌디한 감성을 가진 서울은 이를 십분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하지만 컨템포러리하다는 특징은 양날의 검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프랑스 보그 옴므의 위고 콩팡 에디터는 “한국 패션이 더 글로벌해지기 위해서는 프랑스나 이탈리아가 하듯 한국의 뿌리, 문화적 요소를 고급스럽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그 이탈리아의 세레나 카스트리아노 에디터는 “밀라노의 런웨이쇼에서 장인의 솜씨가 깃든 예술적 컬렉션을 볼 수 있는 이유는 소규모 가내 수공업 형태의 장인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원단 개발부터 창의적인 표현 기법까지 디자이너와 영감을 주고 받으며 산업을 받쳐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룩이 비슷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라벨을 떼고 옷을 섞어 놓으면 어느 브랜드인지 알기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도 있었다. 패션박람회 트라노이의 데이비드 하디다 회장은 “밝고 화사한 파스텔톤 컬러, 길게 늘어뜨린 끈 디테일, 한글이나 영어를 새기는 레터링 기법, 여행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룩이 반복적으로 보였다”면서 “K팝, K드라마, K뷰티의 유행이 지나가고 난 뒤에도 한국 패션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think out of the box)’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글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 99%이즈·푸시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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