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정상 눈앞에 뒀을 때 새로운 도전 나서야 기업 지속성장 가능

일러스트=강일구



독일의 여류작가 루이제 린저(Luise Rinser)가 39세 때인 1950년에 펴낸 장편소설 『생의 한가운데 (Mitte des Lebens)』 는 린저가 대중적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는 1961년 전혜린이라는 천재 번역가의 의해 처음 소개된 이후 독자층의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수십 년 동안 세대를 넘나들며 많은 사람들이 애독한 스테디셀러이다.



[경영, 인문학에 길을 묻다 -7-] 루이제 린저『생의 한가운데』

전후 독일의 가장 뛰어난 산문작가로 꼽히는 린저는 1911년 남부독일 오버바이에른 지방의 피츨링에서 교사의 딸로 태어났다. 뮌헨대학에 진학하여 교육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1935년에 교사로 임용된다. 이 무렵부터 린저는 작가로서의 관심과 소질을 보였고 소설과 에세이를 간간이 발표하기 시작했다. 1933년 히틀러의 나치당이 집권한 이후에 한때 나치를 찬양하는 시를 쓰기도 했으나 종국에는 나치당 가입을 거부했고, 스위스에 거주하는 선배 작가 헤르만 헤세에게 나치를 비판하는 내용의 편지를 써 보내기도 했다. 1939년 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교사직을 사직하고 작곡자이자 지휘자인 호르스트 귄터 슈넬과 결혼한다.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던 중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남편 슈넬은 징집됐고 1943년 러시아 전선에서 전사했다. 신문사 기자로 근무하던 린저는 이듬해 군기문란 혐의로 체포돼 투옥된다. 1945년 나치가 항복하고 종전이 되자 그는 극적으로 감옥에서 풀려났다. 고향인 뮌헨에 정착한 그는 에세이·시·일기 그리고 여행기를 발표하는 등 왕성한 문필활동을 하였다. 『생의 한가운데』는 린저의 자서전과 같은 소설이다. 세 번의 결혼으로 성이 다른 두 아들의 어머니가 된 린저는 이 작품으로 문단의 인정을 받았고 슈켈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자기 신념 속에 살아가는 중년여성 니나『생의 한가운데』는 산문·일기·편지·메모가 뒤섞여 있는 특수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사랑·결혼·행복·희망·절망에 대한 냉담한 아포리즘(aphorism)이 잘 나타나 있다. 린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여주인공인 니나 부슈만은 린저가 그랬던 것처럼 굴곡진 삶을 살아간 한 여성으로 묘사돼 있다. 이 소설에는 니나와 니나를 18년 동안이나 사랑한 20년 연상의 의사이자 대학교수인 슈타인 박사 간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주된 모티브를 구성하고 있다. 슈타인은 처음 자신의 병원을 찾아 온 10대 소녀 니나가 한 여인으로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그녀의 아주 사소한 변화에도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니나는 그리 미인은 아니었지만 매력이 있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방종하면서도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지나간 과거는 괘념치 않는 생활스타일을 가졌으며 제법 인기 있는 여류 작가가 됐다. 슈타인은 니나와의 결혼을 진심으로 원했지만 그녀가 자기 친구의 아이를 낳은 것을 지켜보아야 했고, 자살하려는 그녀를 살려내는 등 복잡하고 무질서한 그녀의 삶에 어쩔 수 없이 개입하게 되면서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경험했다.



전쟁 중 니나는 나치정권의 미움을 받아 반란 방조죄로 15년형을 선고받고 투옥된다. 그러나 그녀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전쟁이 끝나고 니나는 석방돼 다시 자유의 몸이 되지만 슈타인과 결합하지는 않는다. 어느덧 마흔을 목전에 둔 니나. 그녀의 삶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니나는 이지적 여성으로서, 작가로서, 두 아들의 어머니로서 ‘생의 한가운데’ 서서 삶을 두려움 없이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의지로써 변화시키고자 하는 자기 신념 속에 살아가는 중년여성이 되어 있었다. 반면에 학식은 갖추었으나 늘 나약한 지식인 슈타인은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한없이 힘들어 했으며 암 투병을 하면서 니나를 생각하며 쓴 일기책을 그녀에게 남긴다.



 

『생의 한가운데』 초판본(1950).



전쟁 상처 입은 50년대 유럽 젊은이들 열광『생의 한가운데』는 전쟁의 상처로 허무주의에 빠져 있던 1950년대 유럽의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여성들은 전통의 굴레를 깨고 용기 있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니나의 모습에서 대리만족과 함께 새로운 여성상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애정소설을 넘어서서 생에 대한 강한 집념과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에 세대를 뛰어넘어 독자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칼 구스타브 융은 인간의 생애에 있어서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가 흔히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 위기는 중년을 맞아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찾아온다고 설명한다. 중년의 위기에 처하면 사람들은 지금까지 오랫동안 익숙하던 환경과 지위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불현듯 하게 되면서 지금까지의 계획과 시간을 재분류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경영학에서도 ‘중년의 위기’는 경력관리에 있어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경력관리(Career Development Program·CDP)란 조직 내 개인의 라이프사이클의 각 단계에서 거쳐야 할 직무와 경험을 개인과 조직이 함께 협의하여 일정한 패턴을 정하고 지원하는 것을 지칭한다. 신입사원이 회사에 입사해 정년퇴직할 때까지 경험하는 경력단계로서 대체로 탐색기(30세 미만), 성취기(30~45세), 유지기(45~60세), 퇴장기(60세 이상)가 있다.



탐색기의 신입사원들은 기술과 지식의 습득이 중요한 단계이므로 이 시기에 엄청난 양의 훈련과 교육을 받는다, 성취기는 개인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승진과 성장을 이루는 시기이며 조직에 만족하고 정착하는 시기이다. 유지기는 성취한 것을 유지하며 능력의 향상을 추구하지만 뜻대로 되지않아 ‘중년의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큰 시기이다. 마지막 퇴장기는 현역에서 은퇴해 일보다는 여가나 취미생활에 몰두하고 인생을 마무리하는 경력단계라고 볼 수 있다.



 ‘S자 커브’와 유사한 조직의 사이클유지기에 찾아오는 경력정체현상(일명 경력고원현상)은 ‘중년의 위기’의 대표적 현상이다. 이 현상의 주요 특징은 회사에서 더 이상 중요한 직책과 책임이 주어지지 않거나 노력해도 더 이상 업무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후배직원들로부터 ‘한 물 갔다’는 말을 듣기 시작한다. 중년의 위기를 겪는 사람들은 성장 잠재력과 동력이 거의 소진돼 옴짝달싹 못하고 ‘중간에 끼인(stuck-in-the-middle) 신세’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경력경로상 위로도, 아래로도, 밖으로도 갈 데가 없어 경력경로가 막힌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초조함과 좌절감을 느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체력이 저하되면서 건강도 점점 나빠진다.



영국의 경영학자 찰스 핸디는 저서 『모순의 시대(The Age of Paradox)』에서 지난 100년간의 전 세계 기업의 흥망을 연구했다. 그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는 조직의 라이프 사이클은 ‘S자 커브(sigmoid curve)’와 흡사하다고 말한다. 산 모양의 커브에 A점과 B점 두 점이 있다고 치자. A점은 정상을 500m 정도 앞둔 지점으로서 오르막길에 있고, B점은 정상을 지나 골짜기로 500m 정도 내려온 내리막길에 위치한다. 핸디 교수는 개인이나 기업이 A지점을 통과할 때 두 번째 커브를 시작해야 쇠퇴하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두 번째 커브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생으로 치면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고, 기업으로 말하면 새로운 전환점을 의미한다.



 자신을 던져 새로운 행복 추구해야산 아래에서 힘들게 올라와 A지점을 통과하는 등산객은 드디어 정상이 눈앞에 보이기 때문에 성취감에 도취되고 모티베이션이 충만한 것을 느낀다. 그러다가 정상을 정복하여 땀을 닦고 가지고 온 음식을 먹으며 승리를 만끽한 후 하산하게 된다. 하산하여 B점을 통과하면, 본격적으로 하향 곡선을 타게 되는데 이때부터 개인이나 조직은 쇠퇴기에 접어든다. 쇠퇴기에 접어든 기업이나 경영자가 다시 돌이켜 정상을 밟게 되는 경우는 핸디가 연구한 기업 100년사에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모티베이션의 결핍 때문이다. 핸디는 정상이 500m쯤 앞에 보이기 시작할 때, 즉 ‘생의 한가운데’에서 위기이자 기회가 찾아온다고 역설한다. 이 시기에 새로운 삶과 경력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정유회사 로열 더취 쉘은 1972년 세계 7위에 랭크되는 성공을 맛보기 시작했을 때 오일쇼크에 대비하여 새로운 ‘제2의 커브’ 시나리오를 준비하였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1년도 못돼 실제로 세계적인 오일쇼크가 발생했고 쉘은 세계 2위의 석유 회사로 급성장할 수 있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에는 니나형이 있고 슈타인형이 있다. 니나형은 인생의 불행과 굴곡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인으로서 자신을 용감하게 던져 새로운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스타일이다. 이에 비해서 슈타인형은 용기있게 자신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새 출발하는 니나를 부러워하면서도 자신은 실천하기를 두려워하고 결국 자신을 던지지 못하는 부류다.



우리 인생은 이러한 S자 커브를 걷고 있는 산행과 같다. 정상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가야 하지만 정상 정복 후 내려와야 하는 내리막을 미리 내다 보아야 한다. 한참 성장을 거듭하고 있을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새로운 업종에 진출해 조직을 만들고 사람을 모아 새로운 벤처를 시작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이러한 ‘S자 커브 형’ 경영자와 기업이 100년 지속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생의 한가운데’가 언제인지, 그리고 그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김성국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장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