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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상아의 나라 아니라 커피의 나라예요”

1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주한 코트디부아르 대사관저는 전체적으로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이다.



“코트디부아르, 즉 ‘상아 해안’은 이곳이 15세기 후반부터 상아 거래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붙여진 국명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제적인 상아 수출입 금지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어요. 지금 코트디부아르의 주 산물은 카카오와 커피입니다.”



[대사관저 오픈하우스] 코트디부아르

실베스트르 쿠아씨 빌레 주한 코트디부아르 대사는 본국에서 직접 가져온 원두로 커피를 내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순식간에 실내에 진한 원두향이 진동했다. 코트디부아르는 전 세계 카카오의 40%를 생산(세계 1위)한다. 커피 생산도 세계 9위(아프리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프랑스어로 코트디부아르, 영어로 ‘아이보리 코스트(Ivory Coast)’라고도 불리는 이 나라는 ‘코트뒤카페’ 혹은 ‘커피 코스트’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코트디부아르는 불어가 공용어다. 아프리카 서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말리·가나·라이베리아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국토는 한반도의 1.4배, 인구는 약 2270만 명이다.



 

2 실베스트르 쿠아씨 빌레 대사(오른쪽)와 그의 부인 사라 빌레가 본국에서 직접 가져온 커피를 즐기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주로 따뜻한 코코아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죠. 저 역시 커피보다 코코아를 더 많이 마십니다.” 대사 부인 사라 빌레가 말했다. 그녀는 20년간 아프리카개발은행(African Development Bank) 재정부회장의 비서로 근무했다. 남편이 주한대사로 부임하면서 일을 그만두고 일 년 전 한국에 들어왔다. 도착하자마자 목격한 서울의 즐비한 카페거리는 말 그대로 ‘컬쳐 쇼크(문화 충격)’였다. 부인은 “100m 걸을 때마다 다른 카페가 보인다”며 “경쟁업체가 워낙 많아서 장사가 잘 될지 궁금하다”며 웃었다.



 

3 코트디부아르의 상징인 코끼리를 형상화한 목재 장식품.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주한 코트디부아르 관저는 티 없이 깨끗한 화이트 벽에 체리브라운색 나무 마룻바닥으로 이뤄져 전체적으로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을 줬다. 거실엔 왕실에서나 볼 법한 골드 톤의 소파가 포인트를 찍었다. 군데군데 코트디부아르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는 갖가지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프리카의 원시적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전시품들은 무한한 상상력을 유발했다. 응접실 한쪽에 설치된 작은 테이블에는 카카오를 곁들인 양주와 코트디부아르산 원두, 전통 무용수들이 쓴다는 갖가지 종류의 가면들과 코끼리 목재 장식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6 코트디부아르산 원두. 7 코코아를 곁들인 양주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카카오를 곁들인 양주라니 신기했다. 부인은 “알콜 도수가 40도를 넘는데 외국 여행객들에게 인기 좋다”고 했다. 아프리카 전통 가면들은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한 갈색의 가면은 서글픈 느낌이 들었다. 부인은 “장례식 때 사용하는 가면”이라고 설명했다.



응접실과 다이닝룸을 잇는 한쪽 구석에는 형형색색의 옷을 걸친 흑인 남성들을 형상화한 목재 장식품들이 보였다. 빌레 부인은 “코트디부아르의 과거 전통 복식과 현재 진화된 패션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트디부아르 패션은 1893년~1960년 사이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유럽 스타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코트디부아르도 한국처럼 과거 지배국가인 프랑스에 대한 반감이 남아 있느냐고 물었다. 빌레 대사는 단칼에 아니라고 했다.



“현재 두 나라는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어요. 코트디부아르에는 수많은 프랑스인들이 살고 있고요. 원래 코트디부아르 땅에 약 80개에 달하는 토착언어가 존재한다는 걸 감안할 때 불어는 매우 고마운 존재입니다. 사회통합을 가능케 해주니까요.”



한국수출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는 대서양과 접하는 약 520km의 청정해안과 열대성 기후를 갖춰 연중 휴양지로 이용할 수 있다. 많은 국립공원과 자연보호 구역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 관광객의 방문 수요가 높다. 경제 수도 아비장은 현대식 도시계획, 고층 빌딩, 녹지 등이 조화를 이뤄 서부 아프리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힌다. ‘아프리카의 작은 파리’로 불린다고 한다.



코트디부아르는 관광자원과 커피 외에 광물자원도 풍부하다. 원유(1억배럴), 천연가스(283억㎡), 금(3t), 니켈(4.4억t), 망간(3500만t), 다이아몬드(연 30만 캐럿 이상 생산), 철광석(15억t) 등 다양한 에너지·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관저에는 많은 미술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이 가운데 대사 부부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것은 한국 박춘강 화가의 ‘비밀 정원(Secret Garden)’이다. 신비로운 보라색을 주조로 정원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그린 작품이었다. 빌레 대사는 박 화가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 그는 2012년 박 화가가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당시 직접 방문해 마음에 드는 작품 몇 점을 골랐다고 했다. 박 화가의 남편은 약 10년동안 코트디부아르 현지 경찰관들에게 가라테를 가르쳤다. 같은 기간 코트디부아르에서 살았던 박 화가는 그 곳에서 받은 영감을 작품에 녹여냈다. 한국 화가의 그림이지만 아프리카 느낌이 물씬 풍긴다.

4 코트디부아르의 패션이 프랑스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현대적으로 진화한 모습을 담아낸 인형. 5 풍만한 여인들을 위한 ‘아우라바’ 미인대회 참가자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상.



TV 옆에 설치된 또 다른 목재 장식품은 여인의 풍성한 몸을 발랄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대사 부인은 “‘아우라바(Awoulaba)’ 미인대회에 참가한 여인을 형상화한 것”이라며 “보통 이 정도로 뚱뚱한 참가자는 드물지만 평균 코트디부아르 여성의 몸체보다 굴곡진 사람들이 참가해 국민들에게 재미난 볼거리를 선사한다”고 했다. 99사이즈 이상의 코트디부아르 여성들이 풍만함을 뽐내는 이 미인대회는 아름다움에는 절대적 기준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코트디부아르와 한국 주택의 차이에 대해 묻자, 부인은 건축 재료를 꼽았다. 코트디부아르는 주로 강철, 콘크리트, 벽돌로 집을 짓고 바닥은 대리석으로 처리하는 반면 한국은 나무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부인은 “코트디부아르는 열대성 기후에 속해 있기 때문에 바닥에 난방시설이 전혀 없다”며 “대신 냉방에 신경 쓰고 가구와 옷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가정은 집 안에 제습기를 설치한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관저를 나설 때 부인은 코트디부아르의 예절문화를 알려줬다. 그녀는 자신에게 “나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달라(I ask for the road)”고 말해보라고 했다. 기자가 그대로 따라 하자 부인은 웃으며 “반만 알려주겠다(I will give you half the road)”고 화답했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집으로 초대받은 손님이 떠나겠다고 하면 주인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예의상 한번은 막아 선다고 한다.



 



이성은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lee.s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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