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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반쪽짜리’ 안 되려면 이해충돌 방지조항 필요


헌법재판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모든 국민이 법 적용을 받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관련 연구원들이 낸 자료에 따르면 2015년 9월 기준으로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4만여 개 기관에 소속된 224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배우자까지 합칠 경우 400여만 명이 법을 지켜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공무원과 교사, 언론인들과 접촉이 불가피한 일반 국민도 부정청탁을 하거나 상한선 이상의 식사나 선물을 건넬 경우 법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이다.


특히 김영란법에 규정된 음식물과 경조사비, 선물 등과 관련된 가격 제한선은 공직자 등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사교·의례 또는 부조 등 일상생활 관행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김영란법은 향후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 방향을 설정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어 최대한 완벽성을 기해야 할 것이다.


9월 28일 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체들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사립학교 및 언론사 임직원들은 윤리강령을 점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기업체의 경우 공무원과 언론사 등을 상대해 온 부서들을 중심으로 기존의 접대문화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기업 등 법인 59만여 곳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접대비만도 10조원 가까이 됐다고 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접대문화에 거품이 잔뜩 끼어 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통계자료는 나오지 않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절반 이상의 접대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 분석도 있다. 이 같은 비용은 직원들 복지 후생이나 김영란법 시행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농·축·수산업이나 화훼산업 등을 위한 지원금으로 돌릴 경우 오히려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이처럼 사회 각 분야가 김영란법 시행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정작 정치권은 예외 조항을 통해 특권을 누리고 있다. 헌재의 합헌 결정 이후 국회의원을 겨냥한 비판이 계속되자 야당을 중심으로 일부 조항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회는 당초 법을 만들면서 자신들은 부정청탁을 받더라도 제3자의 고충과 민원을 들어줬다는 이유로 법망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했다. 더욱이 법률 선진국에선 당연하게 시행되고 있는 이해충돌 관련 조항은 쏙 빼 버렸다. 이러고도 국가의 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했는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정당의 입법활동 외의 부분에 대해선 국회의원도 법 적용 대상이 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며 “반쪽짜리 법안이란 지적이 있는 만큼 이해충돌 방지조항을 포함한 개정안을 조만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도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보다 이해충돌 방지조항이 더 중요한데 이 부분이 빠져 반쪽짜리 김영란법이 됐다”고 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해충돌 방지 부분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사립학교 및 언론사 못지않게 공공성이 중요한 법률·금융·의료 부문의 종사자들도 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할 것이다. 민간 사기업의 임원급 고위직도 마찬가지다. 사정 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각종 수사나 조사 등을 진행할 때 대기업 임직원들의 갑질이 공무원 못지않게 부패했다는 진술이 많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 반부패운동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가 올해 초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8년 이후 7년 연속 정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4개국 중 최하위 그룹인 27위를 차지하는 등 민간 부문의 부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부터 나온 평등권 침해니 과잉 입법이니 하는 비판적 주장은 헌재의 결정으로 일단락돼야 한다.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패고리를 없애기 위한 혁명적 발상에서 비롯된 김영란법의 취지를 고려해 법 시행이 잘될 수 있도록 국민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헌재가 결정문에서 밝힌 것처럼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법 집행권자의 예상되는 권한 남용을 미리 예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이 시행되고 집행되는 과정에서 공권력 남용이나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나타나면 그때 다시 위헌심판 청구소송을 내 법을 바로잡아도 늦지 않다. 이미 헌재의 결정이 난 마당에 요란스럽게 법의 모순점을 부각시키는 것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절제되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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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