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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레전드 100곡 재해석 K팝의 뿌리 더듬어본다

교수로 변신한 함춘호의 기타 연주는 옛 모습 그대로다. 그는 “우리 가요 속에는 K팝의 원초적인 감성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가시나무’·시인과 촌장 3집 ‘숲’·1988)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간 풍경…”(‘풍경’·2집 ‘푸른 돛’·1986)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1980~90년대 사람들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2인조 포크 록 그룹 ‘시인과 촌장’. 거기에는 국내 최고의 어쿠스틱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함춘호(55)가 있었다. 주로 기타 연주를 담당했던 함춘호는 91년 팀 해체 이후 공식 무대에서 좀처럼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신승훈·김경호·보아·성시경 등 장르를 초월한 여러 인기 가수들의 앨범 제작에 기타 세션맨(녹음·공연 등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전문 연주자)으로 참여해 막후에서 활동하며 은둔의 연주자로 불렸다. 2011년 서울신학대 실용음악과 교수로 변신해 후진 양성에 전념하던 그가 모처럼 해외 공연에 나선다. 오는 12~17일 클래식 기타의 본고장 스페인에서 한국 가요를 자신만의 기타 연주 스타일로 재해석한 레퍼토리로 무대에 오른다. 공연 준비에 한창인 그를 지난 5일 만났다.


[su_youtube url="https://youtu.be/YZMXuJIXCG4"]


▶?함춘호 교수가 연주하는 '시인과 촌장' 시절 히트곡 '풍경'


-오랜만의 단독 공연이다. 그동안 좀처럼 무대에서 보기가 어려웠는데.“2년 전부터 한국 가요를 새롭게 해석한 ‘레전드 100곡’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내가 가진 연주 테크닉을 총동원해 가요에 담긴 정서를 현대 감각으로 편곡해 기타 연주 등으로 다시 풀어보는 작업이다. 현재 신중현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패티 김의 ‘초우’에서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에 이르기까지 80여 곡을 마무리했다. 이번에 유럽 현지의 한국 문화원 협조로 제자 10여 명으로 구성된 밴드 ‘비상’과 함께 독일·스페인에서 교민과 현지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유럽 공연을 하게 됐다. 클래식 기타의 본산으로 꼽히는 스페인에서 내 기타 연주를 어떻게 평가해줄지가 궁금하다. 마드리드 공연을 마친 뒤 본토에서 1000㎞ 이상 떨어진 라스팔마스도 찾아가 공연할 예정이다. 한국 원양어업의 전진기지로 널리 알려진 이곳에서 한인 진출 5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다. 현지에 한인 선원 묘지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던데 그곳을 찾아가 한국 가요를 들려주는 추모 공연도 하고 싶다.”


-어떤 노래를 들려주게 되나.“60년대 히트 가요 ‘커피 한잔’ ‘미인’에서 ‘서른 즈음에’ ‘J에게’ ‘거위의 꿈’ ‘붉은 노을’ 등으로 한국 가요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도록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혹여 시인과 촌장을 기억하는 사람을 위한 ‘가시나무’와 현지 노래인 ‘에레스 투(eres tu)’ 등도 준비했다. 한인 교회에서 가스펠 송 위주로 들려주는 별도 공연도 예정돼 있다.”


그가 가요에 빠진 이유는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K팝의 원초적 감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 선보이는 ‘레전드 100곡’의 재해석을 통해 K팝의 뿌리를 더듬어보겠다는 각오다.


“한국 가요 100년의 시간만큼이나 다양한 색깔을 담고 있는 곡들인 만큼 그 표현의 방법도 다양했다. 멜로디만 남겨 놓고 음악 구성과 사운드를 다시 만드는 일이 가장 어렵더라. 특히 요즘 아이돌의 음악을 기타만의 구성으로 만드는 작업은 까다로웠다. 이 작업을 통해 확인한 것은 2000년대를 중심으로 이전 음악은 멜로디와 가사가 음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이후 음악은 기술의 발전을 통한 다양한 사운드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덕규와 함춘호(오른쪽)로 이뤄진 ‘시인과 촌장’의 공연 모습. [중앙포토]


함춘호는 한국에서 드물게 각종 무대를 섭렵한 음악인이다. 성악 전공으로 들어간 예원예고를 그만두고 19세 때 가수 김정호가 운영하던 무교동의 ‘꽃잎’에서 통기타 가수로 데뷔했다. 한때 기타 하나만 들고 지방 나이트클럽 밴드를 전전하는 생계형 음악까지 경험했었다. 그러다 ‘시인과 촌장’ 결성 이후 수려한 감성과 주옥 같은 멜로디로 팬들의 마음을 울리게 됐고, 독학으로 배운 출중한 기타 연주가 터져 나오면서 실력 하나로 한국 최고의 기타 거장으로 자리 잡았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세션 활동에 몰두하다 보니 대중과 소통하는 나만의 음반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교직을 맡은 2~3년 전부터 가수보다는 연주자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어린 시절 기타를 배울 적에 주변에서 공부 안 한다며 혼났던 기억들이 남아 있지들 않나. 그런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쳐보고 싶어 교수가 됐다. 올해부터 문화예술 공연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어려운 소외계층을 제자들과 함께 찾아가는 ‘소망버스 공연’을 시작했다.”


-가수 송창식 공연 때마다 전속 연주자로 등장하던데.“중1 때 5000원짜리 세고비아 기타를 사서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는 ‘송창식 키드’였다. 그의 노래가 나에게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는 공연에서 ‘합’이 너무 잘 맞는 사람이다. 무대에서 논다는 기분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올 12월께 환경미화원 등 사회적 약자를 초청해 합동 공연을 할 계획이다.”


-최고의 연주자로서 기타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음… 많은 곡을 정복하려 하는 것보다 한 곡을 집중적으로 연습해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실력 향상에 훨씬 도움이 되더라. 처음 연습할 때는 시간이 걸리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연주기법도 향상되고 소리도 많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연주는 기술에 있는 게 아니라 전달에 있다. 내 마음속 표현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그에게는 ‘시인과 촌장’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도시인(都市人)과 시골 촌장을 뜻하는 ‘시인과 촌장’. 활동 당시의 음반 중 ‘사랑일기’ ‘비둘기에게’ 등이 담긴 2집 ‘푸른 돛’은 아직까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14위에 오를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시골 무대를 떠돌던 시절 하덕규(현 백석예술대 실용음악학부 학부장)와 만나 의기투합했다. 비록 2년여 짧은 시간 활동하다가 음악적인 견해 차이로 헤어졌지만 아직도 그와는 그때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벌써 30여 년이 흘렀다. 얼마 전 학교 일로 서로 만났을 때 더 늦기 전에 옛날의 감성으로 돌아가 공연 한번 같이 해보자는 말이 나와 진행 중이다. 기다려달라.”


 


 


홍병기 기자 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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