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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판단으로 신흥종교에 들어가는 지성인 늘어나

세계적인 종교사회학자 아일린 바커 교수는 멀쩡한 지성인들이 신흥종교에 가입하는 이유에 대해 “세뇌가 아닌 주관적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빈 기자


2년 전 3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신흥종교에 대한 관심이 쏟아진 적이 있었다. 배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이단 시비에 휘말린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를 이끈 사실이 밝혀진 까닭이다. 신흥종교는 때때로 세간의 비상한 주목을 끌기도 한다. 1987년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을 비롯, 신흥종교 집단이 충격적인 사건을 일으킨 적이 적지 않은 탓이다. 요즘에도 일부 종교단체를 놓고 심각한 이단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말썽 많은 신흥종교에 빠지는가. 20여 년 만에 방한한 세계적인 종교사회학자 아일린 바커(78) 런던정경대(The London School of Economics) 석좌교수를 지난 4일 만나 신흥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바커 교수는 인터뷰 과정에서 ‘신흥종교(new religion)’ 모두를 싸잡아 ‘이단(cult)’이나 ‘사이비 신앙(pseudo religion)’이라고는 부르지 말아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적잖은 사람들이 신흥종교에 빠지는 이유는. “기성 종교들이 이들의 바람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 아니겠는가. 어느 종교인지를 막론하고 ‘나이가 어리다’ ‘믿음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신앙적 도움이 절실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신흥종교들은 많은 소외된 이들, 특히 젊은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곤 한다. 말하자면 신앙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종교적 갈증을 잘 풀어주기 때문이다.”


-신흥종교에 몰입하는 이유를 합리적 선택의 결과라고 해 파문을 일으켰는데. “그렇다. 많은 학자가 ‘세뇌(洗腦· brainwashing)’ 때문에 사람들이 신흥종교에 가입하게 된다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13년간에 걸친 인터뷰와 현장조사 결과 신흥종교 신자 대부분이 자신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들어간다는 결론을 얻었다. 멀쩡한 지성인이 오랫동안 신흥종교에 빠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신흥종교 신자와 일반인 간 차이 없어 -어떻게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됐나. “신흥종교 신자 그룹과 정상인 그룹 간의 사고체계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기본적으로 양쪽 간에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신자들의 사고체계가 정상이라는 얘기다.”


-세뇌 작업이 전혀 없었다는 뜻인가. “그건 아니다. 일부는 세뇌라고 부를 수 있는 반복된 설득 작업에 의해 신자가 된 경우도 있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신자들의 경우 수년 내에 뛰쳐나온다는 사실이다. 세뇌로 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신흥종교 대부분이 광신적 이단이나 사이비 신앙 아닌가. “일부에서 교주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 아동노동 강요, 성적 유린 등 비정상적이고 끔찍한 일이 저질러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종교단체에 대해서는 광신적 이단 또는 사이비 신앙이라 부르는 게 합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신흥종교를 이단이나 사이비로 매도하는 것도 부당하다. 역사를 보면 많은 기성 종교들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이단으로 몰려 탄압받곤 했다. 과거 중국에서는 천주교가 끔찍한 악마의 종교 아니었는가. 요즘도 파룬궁(法輪功)은 중국에서는 이단으로 탄압받지만 다른 지역에선 기(氣) 수련에 바탕을 둔 합법적 종교로 인정받고 있다.”   황당한 모순 믿는 정상인도 많아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 신자들도 모두 정상적이란 얘기처럼 들린다. “전부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정상인 중에서도 괴상한 미신이나 모순된 주장을 믿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예컨대 부활과 환생을 동시에 믿거나 사후 세계가 없다면서 천당과 지옥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주장 때문에 사이비 종교 옹호자라는 비판을 받지 않나. “그렇다. 세뇌가 아닌 자신의 판단에 따라 신흥종교에 가입한다는 이론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어느 정도 이들을 옹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 주장의 핵심은 신흥종교 신자들도 대부분 정상인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대체로 사회적으로 위험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신흥종교가 안전하다는 것인가. “물론 그렇다고 모든 신흥종교가 위험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옴 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 사린 가스를 살포한 일이나 존스타운에서 발생했던 엄청난 집단 자살극 같은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고 반드시 막아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기성 종교도 과거에 수많은 이들을 죽게 했다는 사실은 기억해야 한다.”


-옛날에는 신흥종교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됐었는데 요즘은 뜸한 것 같다. “아직까지 거론되는 통일교, ‘크리슈나의식회(Krishna Consciousness)’, ‘하나님의 자녀들(The children of God)’ 등 대부분의 신흥종교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생겨났다. 이들은 초창기에 가두 포교 등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활동을 벌여 논란이 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2·3세는 이처럼 눈에 띄는 활동을 피하고 집과 같이 조용한 곳에 머물면서 영적인 신앙생활에 치중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것이 요즘 들어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예외적으로 사이언톨로지 정도가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영화배우 톰 크루즈 같은 유명 인사가 신자인 탓이 크다.”


80세에 가까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전직 배우였기 때문인지 바커 교수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또렷했다. “재미있을 것 같아 신흥종교 연구를 시작했다”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그의 눈빛에는 여전한 호기심이 엿보였다. 특히 “모든 신흥종교를 광신적 이단이나 사이비로 절대 몰아서는 안 된다”고 말할 때는 확연히 톤이 올라갔다.   기존 신흥종교 소수화 뚜렷 -최근 신흥종교의 특징이라면. “과거에 주목받던 신흥종교는 신자들이 소수화되는 대신 새로운 유형의 단체가 계속 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新) 신흥종교라고 할까. 이들 신 신흥종교들은 우후죽순처럼 빠르게 생겨나고 있는데 이는 인터넷 덕분이기도 하다.”


-인터넷이 새로운 종교의 출현에 도움을 주나. “여러 방면에서 그렇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인터넷은 과거 불가능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해준다. 대표적인 예가 신흥종교에 대한 자료를 쉽게 찾게 해준다. 옛날 같으면 신흥종교 교리에 대한 설명 자료를 구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아울러 인터넷은 신흥종교 신자들 간, 그리고 교주와 일반 신자들 간의 소통과 유대를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한국에 있는 신흥종교 신자가 멕시코에 있는 교우와 얼마든지 연락하며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주들도 자신의 뜻을 중간 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곧바로 교인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됐다. 신흥종교가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연극배우가 되기를 원했다고 하는데. “꽤 잘나가는 연극배우로 활동까지 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그만둬야 했다. 그후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다 흥미가 있는 걸 선택한다는 게 신흥종교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연극배우 경험이 연구에 도움이 됐나. “그렇다. 연기를 하려면 감정이입이 잘돼야 한다. 신흥종교 연구를 하면서 신자들과 함께 생활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이들 신자의 감정에 어렵지 않게 동화되면서 이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신을 믿는가. “나는 신을 믿는 이들에게 각별한 흥미가 있을 뿐 신에 대한 관심은 없다. 무신론자에 가깝다.”


 


아일린 바커 신흥종교를 오랜 기간에 걸친 현장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영국 출신의 종교사회학자. 영국 런던정경대(LSE) 석·박사. 이 학교 교수로 활동하다 현재 석좌교수. 영국 정부 기금으로 ‘신흥종교운동정보센터(INFORM)’를 설립, 이 분야에서 선구자적인 연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정호 논설위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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