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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레이어드 룩’ 교묘한 전략인가 튀고 싶은 걸까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혀 짧은 대사로 어수선한 연기를 할 때만 해도 그녀가 ‘로코의 여왕’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잠시 반짝했다 사라질 걸 그룹 출신 연기자 중 하나일 거라 생각했는데 ‘내 마음이 들리니’ ‘비밀’에서 연이어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더니 ‘그녀는 예뻤다’로 이젠 누구나 인정하는 사랑스러운 ‘로코 1인자’가 됐다.


비슷한 연기 톤이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웃을 때는 아이처럼 환하게 웃고, 울 때는 입 주위가 먼저 빨갛게 물드는 그녀를 보면 ‘진심’이 느껴진다.


그렇게 오랫동안 황정음의 드라마를 보며 그녀의 성장을 지켜봤는데, 최근 부쩍 드라마 속 패션이 눈에 들어온다. 평범치 않은 이해불가의 스타일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예뻤다’에서 보여준 ‘잭슨 스타일’은 흰 양말에 검은 구두 차림. 전설의 팝 가수 마이클 잭슨 스타일이다. 청재킷에 청바지, ‘청청 패션’에 터틀넥(일명 ‘폴라’ 스타일) 스웨터를 입고 등장할 때도 있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촌스러운 복고풍 패션을 선보였다. 세계 최고의 패션지 ‘모스트’와는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를 위한 명민한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요즘 방영중인 ‘운빨 로맨스’에서 보여주는 스타일은 어떤 계산에서 나온 걸까. 드라마 속 황정음이 맡은 역할 ‘심보늬’는 지독히도 나쁜 팔자를 갖고 태어나 그 운명에 휘둘리며 미신을 믿는 캐릭터다. 점집을 수시로 드나들고, 귀신과 액운을 떨쳐버리기 위해 가방에 소금과 붉은 팥을 휴대하고 다닌다. 다분히 만화적인 설정이고 실제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그래서일까. 황정음의 드라마 속 패션 역시 (원작의 웹툰과는 거리가 멀지만) 상당히 만화스럽다. 손으로 죽 찢어 만든 것처럼 올이 나풀대는 청청 패션은 기본. 긴 홈드레스 두 개를 치렁치렁 겹쳐 입고 등장하는가 하면 샌들에 두꺼운 양말을 신고 원피스 안에 두껍고 긴 청바지를 겹쳐 입기도 한다. 솔직히 날도 더운데 도대체 왜 그렇게 껴입고 다니는 건지 보기에 불편하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또 무슨 나쁜 일이 생길지 몰라 걱정하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갑옷을 두르듯 옷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 룩’을 선택한 거라면 이 또한 현명한 선택일 터다. 앞치마까지 이용한 홈드레스 레이어드 룩은 그 옛날 TV 영화 시리즈 ‘초원의 집’이 생각날 만큼 해맑아 보여서 운명주의자인 엉뚱한 보늬 캐릭터와 어울린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이 만약 기자의 해석일 뿐이라면, 그녀는 그저 튀기 위해 현실적이지 않은 불편한 패션을 선보인 배우가 된다. 몇 년째 식물인간으로 병원에 입원중인 여동생 걱정에 매일 눈물을 흘리는 보늬가 매일매일 ‘샬랄라~’한 옷을 갈아입는다는 건 평범한 시청자가 이해하기엔 불편한 설정이다.


드라마 역시 영화와 마찬가지로 영상·극본·음악·미술 등 다양한 장르가 촘촘히 잘 엮여야 비로소 빛을 발하는 종합예술이다. 의상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영화와 달리 드라마 속 의상은 여전히 배우와 스타일리스트의 욕심으로 극 중 캐릭터와 불협화음을 내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예뻤다’ 종영 후 황정음의 소속사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측은 황정음의 극중 패션을 ‘근본 없는 패션’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행에 충실한 ‘모스트 패션’과는 달리 가려 했다는 얘기다. 이번엔 뭐라고 할까.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 MBC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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