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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속삭임에 절대 현혹되지 마라

일러스트 강일구



증시가 또 다시 충격에 빠졌다. 예상과는 달리 영국이 결국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쪽으로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자 지난달 24일 하루에만 코스피지수가 3% 하락했다. 장중에는 한때 4% 이상 빠지는 패닉 장세였다.



증시고수에게 듣는다

필자는 정치적 이슈에 대해 상대적으로 둔감한 편이다. 뉴스만 요란하지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실체적인 힘은 아닌 탓이다. 예컨대 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도 주식시장은 심하게 요동쳤지만 결국 그 영향력이 오래 가지 못했다. 차라리 공급과잉에 신음하며 지리한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세계 경제의 방향성이 더 무서우면 무섭지 정치적 이슈는 글쎄다.



하지만 지난달 말 온라인 게시판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쓴 글들을 읽어보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안 그래도 언론이 브렉시트에 대해 잔뜩 공포감을 키워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넘겨받아 온갖 최악의 시나리오를 갖다 붙이는 형국이었다. 상상력을 자극할 때 꼭 등장하는 사례가 바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다. 2008년 이래로 남유럽 사태, 중국 부채 우려, 브렉시트 등 무슨 사건만 터졌다 하면 금융위기와 같은 충격파를 맞을 것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금융위기를 트라우마로 가진 많은 투자자들이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주식시장을 떠나곤 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2008년 금융 위기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준 대형사건이었다. 그것도 초강대국인 미국에서 터진 일이었다. 절대 일어날 거 같지 않던 일을 현실에서 경험하면 그만큼 충격은 오래 간다. 그러나 잦은 빈도로 일어난다면 그건 대형사건이 아니다. 사실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대공황처럼 세기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었다. 근데 사람들은 1~2년에 한번씩 금융위기를 들먹거린다.



필자가 투자자문사를 창업한 2003년에 코스피지수는 600선대였다. 아무리 봐도 개별 주식들은 저평가돼 있었고 이웃나라 중국은 고도성장을 거듭하는 등 세계 경제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시장 전망을 좋게 보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들은 우리나라 코스피지수가 1000을 넘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도 늘 1000을 넘었다 곧바로 미끄러졌단 것이었다. 게다가 외환위기 사태의 트라우마가 너무 강했다. 기업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생각했다. 특히 당시 건설주는 분양 상황이 좋았음에도 기피해야 할 주식 1호로 여겨졌다. 한 마디로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빌미로 공포팔이를 하는 자들에게 현혹된 것이다.



지금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08년 금융 위기의 경험이 현혹하는 자들의 무기다. 여기에 더해 한국 증시는 2000을 넘을 수 없다는 지난 8년의 경험이 개인투자자들의 박스권 트레이딩을 부추기고 있다. 또 다른 현혹이다. 조선·중공업·해운 등 몇몇 한계기업들이 지수에 부담을 준 건 사실이나 우량한 회사들은 8년 전에 비해 장부가치가 크게 증가했다. 현혹이 야기하는 문제는 나쁜 건 더 나쁘게 보고 좋은 건 전체의 부정적 틀로 외면해버린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최악의 시기에 주식시장을 떠나게 만든다.



투자자들은 거시경제에서 발생하는 이슈의 파급력은 과신하는 반면 이에 응전하는 기업의 힘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이 시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시장을 개척해 물건을 팔고, 과거 핵심 사업의 전망이 밝지 않으면 새로운 사업을 키워내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투자나 인수를 불사하는 것이 기업의 생명력이다. 외부 요인에만 현혹되면 이런 활동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개별 기업이 제공하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마는 것이다. 아니, 더 적극적인 개념으로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흔들려 좋은 기업이 일시적으로 저평가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면 안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화제의 영화 ‘곡성’의 마지막 장면에서 외지인은 낫을 들고 자기를 찾아온 신부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이미 내가 악마라고 확신했다. 그 확신을 확인하기 위해 그걸 들고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아무 짓도 않고 가겠다고? 누가 널 그냥 보내준다 했지?”



위기라 불리는 것들 역시 투자자를 이렇게 현혹한다. “너는 이미 내가 악재라고 확신했다. 그 확신을 확인하기 위해 뉴스를 뒤져보고 있는 거야. 주식을 계속 들고 있겠다고?”



위기의 속삭임에 귀를 막고 확인 가능한 사실, 예측 가능한 대상에 집중하라. 절대 현혹되지 마라.



 



 



최준철?VIP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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