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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 강유정의 까칠한 시선] 꿈과 모험으로 완성한 ‘라라랜드’


‘여기, 꿈꾸는 사람이 있어요. 아마 바보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그 꿈 때문에 마음이 아픈 사람, 그 꿈 때문에 인생마저 엉망이 된 사람.’

그런 사람들을 위해 한 여자가 노래한다. 우리가 ‘꿈’이라 부르는 것 때문에 마음을 다친 사람, 남들이 ‘꿈에 불과한 것’이라 말하는 무언가에 인생을 걸었다가 삶 자체를 망친 사람을 위해. ‘라라랜드’(12월 7일 개봉,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여자 주인공 미아(엠마 스톤)는, 생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를 최후의 오디션에서 이처럼 꿈을 노래한다.

어린 시절, 미아는 자신의 이모를 통해 ‘영화’라는 것을 접하고 사랑에 빠져 버린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연기를 향한 이모의 열정에 전염된다. 한겨울 프랑스 파리의 차가운 센강에 맨발로 뛰어드는, 낭만적이고 계산적이지 않던 이모의 꿈. 그러나 그 꿈은 끝내 알코올중독자의 삶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그래서 미아는 두렵다. 그 역시 꿈꾸고 있지만, 미아가 가까이에서 확인한 꿈의 실체는 마냥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꿈에 깊이 데어 버린, 상처뿐인 낙오자의 삶이었다. 꿈에 마음을 다친 그는, 결국 ‘다시는 무대 위와 카메라 앞에 서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기회는 인생의 밑바닥에서 찾아오는 법. 모든 것을 내려놓은 그 순간, 미아에게도 ‘진짜 배우’로 설 기회가 찾아온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두 번째 비상이 더 중요하다.

‘라라랜드’는 꿈에 대한 영화다. 이 영화의 제목은 저마다 꿈을 안고 몰려드는 할리우드, 로스앤젤레스의 애칭이다. ‘라라랜드’ 오프닝 시퀀스는 이 도시에 모인 젊은이들의 꿈이 얼마나 다양한지 총천연색으로 보여 준다. 배우 지망생 미아 외에도 연주자, 댄서, 심지어 파쿠르(Parkour·장애물을 활용한 훈련법)·스케이트보드 퍼포머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 재주를 가진 이들이 화면을 수놓는다. 말하자면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길은, 수많은 꿈을 가진 이들로 인해 늘 병목현상이 빚어진다. 가려는 사람은 많지만, 실상 그 꿈의 도시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다. 물론 그곳에 들어간다고 해서 모두 스타로 부상하는 것도 아니다. 현실적으로 꿈을 이룰 가능성은 너무도 낮다.

하지만 할리우드는 여전히 ‘꿈의 공장’이다. ‘라라랜드’를 만든 다미엔 차젤레 감독이야말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나름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 아닐까. 차젤레 감독은 거의 명맥이 끊긴 재즈와 영화를 접목해 새로운 음악영화 문법을 개척했다. 다르게 해석하면 이것은 ‘할리우드는 재능 있는 누군가를 언제나 환영하고 기다린다’는 의미다. 비록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자존심이 바닥에 내리꽂히는 일은 비일비재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견디고, 차젤레 감독처럼 꿈을 이루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할리우드는 그 꿈의 동력으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한다.

할리우드의 새로움은 단순히 인력의 재충전이나 스타의 세대교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독창적인 영화적 문법의 수혈이야말로 그 새로움의 핵심이다. 안전하게 기획된 수많은 영화 속에서 누군가는 모험을 한다. 꿈은 모험의 자원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 모험을 해야 꿈도 현실화되는 것이다. 가령 ‘라라랜드’ 속 캐스팅 디렉터가 무명 여배우의 1인극을 보고 그에게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미아는 결코 배우로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꿈꾸는 자의 노력만큼이나, 그 노력을 기다려 주고 끌어와 주는 누군가도 필요하다.

물론 우리 영화계도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문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어쩐지 최근에는 ‘안전 지향적 흥행이나 성과만을 노린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즉, 기득권이 모험은 줄이고 자꾸만 모범 답안 노릇을 하려는 것이다. 꿈꾸는 이들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모험할 각오도 필요하다. 각오 없는 설득이나 권유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만큼이나 뻔뻔한 자기변명 아닐까.


글=강유정 영화평론가, 강남대학교 교수. 허구 없는 삶은 가난하다고 믿는 서사 신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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