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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그들, ‘앱 한류’이 끈다


딜라이트룸 신재명 대표는 학부 시절 매일 새벽 5시에서 일어나 공부한다고 다짐했지만 늘 실패했다. 이때 생각해 낸 것이 자명종을 화장실에 갖다 놓는 것이었다. 알람을 끄러 화장실에 간 김에 세수를 하면 잠이 깼다. 어느 날 미국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유사한 개념의 40만 원짜리 자명종이 총 2억원의 펀딩에 성공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침실 멀리 집안 특정 장소에 알람을 끄는 패드를 설치해 두고 기상을 강제하는 방식이었다. 신 대표는 조금 더 간단한 방법을 고민하다 스마트폰으로 특정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 ‘인증샷’을 올려야 꺼지는 알람 애플리캐이션(앱) ‘알라미’를 만들었다. ‘나라도 잘 쓰면 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구글 앱 스토어인 구글플레이에 올렸다.


결과는 예상치 못한 인기였다. 해외 전문지에서 ‘악마의 알람’으로 부르며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앱”으로 소개되며 유명해졌다. 신 대표는 “학생과 직장인 구분 없이 바쁜 한국에서만 인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해외 사용자들이 열광했다”고 말했다. 2012년 8월부터 현재까지 다운로드 건수만 500만을 기록했다. 이중 61.8%는 해외 사용자다. 이후 몇 차례 업데이트를 통해 ‘스마트폰 30번 흔들어 끄기’ ‘수학문제 3개 풀어 끄기’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무료 앱(애플 스토어는 유료)이지만 월 4000만~5000만원의 광고 수익이 난다. 최근 카이스트 컴퓨터공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신 대표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는 “3~4명의 팀을 구성하고 있고 조만간 서울에 사무실을 마련해 본격적인 개발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해외 사용자 겨냥, 메뉴는 아이콘으로양대 앱 스토어(애플 스토어·구글 플레이)에 올라와 있는 300만여 개의 앱(2015년 기준) 중 사용자의 선택을 받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유료·무료할 것 없이 대부분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사장된다.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보다 해외 사용자에게 인기인 한국산 앱이 적지 않다.


딜라이트룸과 같은 1인 개발자나 중소·인디 개발사가 소리 소문 없이 ‘앱 한류’를 이끌어가며 활약 중인 것이다. 혼자 혹은 3~4명이 개발을 시작해 직원 100명 이상의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영세업체가 아니면 대기업으로 양극화한 한국 산업 지형에서는 늘 “튼튼한 허리(중소기업)가 많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한류 앱을 만들어내는 정보기술(IT)기업들이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셀카 찍기 앱 ‘레트리카’를 만든 벤티케익도 그 중 하나다. 2012년 11월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백악관에 ‘레트리카 안드로이드 버전을 만들어달라’는 네티즌 청원페이지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프런트페이지’ ‘크림’ 과 같은 감각적 이름의 필터를 이용해 셀카를 찍는 단순한 앱이었지만 해외 사용자 반응은 뜨거웠다. 2014년 4월 구글 플레이에 오르자 사용자는 11배로 뛰었고 최근 2억7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하루 8000만 장의 사진이 레트리카로 촬영된다. 특히 브라질 스마트폰 사용자의 40%가 레트리카를 쓸 정도로 중남미에서 인기가 많다.


벤티케익 박상원 대표는 “처음부터 해외를 겨냥했기 때문에 앱스토어용 영어 버전만 만들어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어 버전은 지난해 12월에서야 출시됐다. 2010년부터 1인 개발사를 운영해온 박 대표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사용 메뉴에 글자 대신 아이콘을 사용하고 복잡한 기능을 배제했다. 레트리카의 해외 인기에 대해 그는 “한국에서 셀카 찍기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해외에서는 막 ‘셀피(Selfie)’라는 단어가 유행한 시점”이라며 “레트리카 출시와 이런 해외 상황이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셀카를 찍어보는 사람들은 쓰기 쉬운 앱을 선택했고 레트리카는 역설적으로 복잡한 기능이 적어 인기를 모은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나온 다른 셀카앱은 이미 셀카 찍기에 숙달된 한국 사용자를 위한 부가 기능이 많았다는 말이다. 현재 50개 언어를 지원하는 데, 대부분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해당 언어로 번역해 준 것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10월 1인 개발사를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했다. 직원은 12명으로 늘었고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 지원 센터인 ‘마루 180’에서 독립해 사무실도 얻었다. 그는 “혼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월 600만~700만명씩 사용자가 증가하며 요구 사항이 다양해졌고 경쟁 앱도 등장했다. 지난해엔 실리콘밸리 투자사로부터 총 600만 달러를 투자받으며 수익 모델에 변화를 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앞으로 동영상 촬영 기능, 사용자끼리 편하게 사진을 교환할 수 있는 메신저 기능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세계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한류앱으로 우뚝 선 업체도 있다. ‘핑크퐁 시리즈’로 알려진 스마트스터디다. 2010년 개발자 3명이 모여 창업, 2012년 출시한 ‘핑크퐁! 인기동요’가 국내외에서 히트를 치면서 급성장했다. 동요앱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85%다.


동요·동화·색칠놀이·숫자놀이 등을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리즈는 109개국 교육부문 앱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획 단계부터 해외시장을 고려해 영어판을 만든 뒤 한국어 버전을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영어·한국어·일어·중국어·스페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피지영 스마트스터디 홍보팀장은 “치밀한 사전조사로 각 시장의 트랜드 성격에 따라 맞춤 제작을 한다”며 “미국에선 부모가 동영상만 있는 앱을 좋아하지 않아 아이가 스스로 조작하는 인터렉티브 동요 앱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최근엔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 중이다. 현지 조사를 통해 핑크퐁을 중국어 ‘펑펑후’로 바꾸고 모든 음원 녹음은 중국 유명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현지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지난 3월 말 출시된 ‘핑크퐁 123 숫자놀이’는 40일 만에 60만 건이 다운로드 됐는데, 이중 35만 건이 중국에서 이뤄졌다. 피 팀장은 “샤오미 스토어와 바이두 스토어에서 핑크퐁 시리즈가 전체 앱 순위 2~ 3위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세계 앱시장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게임 앱 분야에서 성적이 좋은 중소개발사도 속속 나오고 있다. 2004년 피처폰 용 게임 개발사로 출범한 모비릭스는 2010년 오픈 마켓에 참여하며 모바일 시대에 빠르게 적응했다. 2010년 출시돼 6년간 인기를 누린 ‘미로찾기의 왕’(3500만 다운로드)을 비롯해 20여 종의 게임을 개발했다. 이 업체의 한 달 순수 이용자는 2500만 명으로 해외 사용자가 90%가 넘는다. 매출은 2014년 250만 달러에서 지난해 500만 달러로 배로 늘었다. 지난 4월 기준 전 세계 게임사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16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적이 좋다.


세계 5위권 개발자 수가 경쟁력모비릭스 사업기획실 노현관 이사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중소개발사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각 오픈 마켓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한 번의 성공을 노리기 보다 각 스토어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면서 지속적으로 시도하면 좋은 콘텐트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모두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각 앱 스토어에는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는 개발자가 훨씬 많다. ‘구글 혹은 애플 좋은 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상원 대표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며 “그럼에도 좋은 아이디어와 노트북 컴퓨터 하나로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인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거엔 게임·소프트웨어를 수출하려면 개발사가 각 국가별 게임 배급사를 찾아 개별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해서 대규모 조직이 필요했지만 이젠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민경환 구글코리아 구글플레이·앱 총괄은 “한국은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개발자 수가 가장 많은 국가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고 성과를 내기에도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 각종 앱에 대한 실패 경험에서도 앞서 있어서다. 개발자 풀이 풍부하고 정부차원의 창업 장려 의지도 확고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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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