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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여성들 진취적으로 변해 사회 정의 갈망 커


석유산업의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내놓은 국가 혁신 플랜인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혁신을 이끌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31) 왕세자의 거침없는 행보 때문이다. 그는 국영기업인 아람코의 기업공개를 통해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를 설립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측근인 칼리드 알 팔리흐 아람코 회장을 석유장관에 기용했다. 또 “이슬람 여성이 아직 쟁취하지 못한 권리가 있다”거나 “여성이 일하는 것은 국가 생산력의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등 여성 권익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는 과연 국가 혁신에 성공할 것인가. 1970년대 말부터 중동 문제를 파고들어 퓰리처상을 받은 캐런 하우스(Karen E House) 하버드대 교수를 만나 사우디의 미래를 전망해 봤다.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의 편집국장을 끝으로 언론계에서 은퇴했지만 수십 번의 사우디 방문을 통해 2012년 『On Saudi Arabia(사우디아라비아 이야기)』를 출판했다.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하우스 교수는 인터뷰에서 “최근 사우디에 진취적인 여성 활동이 늘어나고 있으며 투명한 사회, 정의가 실천되는 사회에 대한 갈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현지에서 만나 본 사우디는 어떤 나라인가. “수년 동안 사우디 국민을 만났고 왕족과 수많은 정부 관리를 인터뷰했다. 특히 귀족의 둘째 부인, 빈민촌에 살고 있는 다섯 아이의 엄마, 젊은 대학생 등 다양한 여성을 만났고 이들을 통해 사우디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사우디는 매우 보수적인 전통을 간직한 사회의 모습과 지극히 현대적이고 진취적인 여성들이 활기를 띠기 시작하는 모습이 공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사우디의 전통적인 가정집에서 둘째 부인과 2층에서 같이 산 적이 있다. 남편은 하루는 그녀와 잤고, 하루는 아래층 본처와 잠을 잤다. 남편이 올라오는 날은 내 방에서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의 남편을 만난 적은 없다. 그녀는 여성의 사회 진출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낯선 여기자나 여성 앵커로 나오는 텔레비전 방송은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떠날 때쯤 그녀의 둘째 아들이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이러한 아들의 행동을 반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지했다. 그가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는 사실도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우디 사회의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인가. “사우디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그들이 느끼고 있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들은 서양의 민주주의를 원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사회가 투명해야 하고 정의가 실천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많은 석유자금이 어디에 쓰이고 얼마가 왕족들에게 가느냐 하는 사실들이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사회 정의, 투명성, 책임성에 대한 욕구가 점점 강렬해지는 것 같다.”


-국가 혁신 플랜인 ‘사우디 비전 2030’이 성공할까. “사우디에서는 지금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의 국왕은 젊은 왕세자에게 혁신 작업을 맡기고 지도층 인사들에 젊은 사람들을 앉혀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저유가 시대에도 적응해야 하는 도전을 맞고 있다. 또한 사우디 인구의 70%가 30세 미만인데, 이들 중 30%가 실업자다. 실업률 해소가 사우디가 풀어야 하는 최우선과제다.”


-일각에선 비전 2030이 정치적 속임수에서 나온 비현실적 방안이라고 비난한다. 이 혁신 플랜이 사우디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나. “일시적으로 석유가격이 조금 오를 수도 있지만 과거처럼 (배럴당 100달러대 이상)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러한 자구책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사우디 사람들은 70년대 석유파동 때부터 국가가 일방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체제에 익숙해져 있다. 진정으로 열심히 일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사회 전반이 평생 무료 의료보험, 무료 교육을 받아 왔다. 더 좋은 사회 복지를 받으려면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고도 기본 혜택을 누렸던 것이다. 어떻게 근로하고 싶은 생각을 불어넣을 것인가, 국가 혁신에 국민이 동참하게 할 것인가 하는 참여의식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혁신을 이끄는 왕세자는 30대 초반이다. “기성 세대와 달리 젊은 층은 다르게 생각하고 변화를 원한다. 이들은 석유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산업기반이 마련되고 그 위에서 성공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30대의 젊은 왕세자에 대한 존경과 기대가 대단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왕세자와 관리들은 새로운 미래를 이끌 세금제도, 국가 수입원의 다변화, 국영기업의 민영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시도가 사우디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경제정책의 성패에 달렸다고 본다.”


-사우디의 혁신이 정책의 성공에 달려 있다는 분석은 미국 정치에도 적용되나. “미국의 저소득층은 국가가 나를 돌보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갖게 됐고, 이런 불만을 버니 샌더스나 도널드 트럼프가 폭발시킨 것이다. 멕시코와의 국경 봉쇄, 이슬람교도 배척을 주장하는 트럼프에게 솔깃해하는 건 이를 100% 동의한다기보다 미국의 지도층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다. 80년대의 지미 카터 대통령의 임기 말에도 침체된 경제에 대한 불만으로 새로운 미국의 아침을 제시하는 로널드 레이건에게 희망을 걸었다. 결국 문제의 해결책은 더 나은 경제, 경제 부흥을 이끌 대통령에게 달렸다.”


 


 


손지애 이화여대 초빙교수?jieaesohn@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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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