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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의 교감은 학습할 수 없기를

레스토랑에 손님이 들어오자 귀엽게 생긴 ‘알파고 소믈리에’가 예약한 자리로 안내한다. 그리고 3차원 이미지를 통해 메뉴를 보여주고 주문을 받는다. 다음으로 주문한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가격대별로 설명한다. 손님이 “그러지 말고 오늘은 따로 마시고 싶은 와인이 있다”고 하자 ‘알파고 소믈리에’는 왜 자신이 추천하는 와인이 음식과 어울리는지 데이터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이 먼 미래의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이번 바둑 대결을 보면서 들었다. 이런 시대가 오면 수많은 소믈리에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지난달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 소믈리에 대회가 서울에서 있었다. 참가자들은 진지하게 와인을 눈·코·입의 감각을 통해 분석하고 최신 서비스 기술까지 선보였다. 사실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에서 소믈리에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단지 와인을 추천하는데 그치지 않고 와인 리스트와 재고 관리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좀더 확장하면 와인뿐 아니라 모든 술 종류와 심지어 물이나 주스까지도 관리해야 한다. 손님에게 와인을 추천하기 위해서는 먼저 훌륭한 와인들을 구입해 놓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신중하면서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하다. 손님들의 선호도나 메뉴·가격을 고려해야 하고 사업장의 특성 또한 잘 살려야 한다. 구입한 와인들의 특성을 모두 파악하고 모자란 와인이 없도록 물량을 매일 확인하고 확보하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와인 이야기] 알파고 소믈리에

이 같은 일을 인간과 알파고 중 누가 더 잘할 수 있을까? 아마 인공지능은 전 세계의 와인 종류와 생산자, 그들의 특징들을 데이터로 저장해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업장의 재고 관리와 판매 분석까지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인간의 후각은 한 번에 네 개 정도만 구별이 가능하고 시각은 그보다는 좀더 많고 다양하다고는 한다. 그러나 알파고에게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만 입력된다면, 청산유수로 색과 향과 맛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런 시대가 오면 레스토랑 주인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할지도 모르겠다. 인간 소믈리에보다 알파고는 더 정확하고 월급을 줄 필요도 없으며 속을 썩이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도 없을 터이니 말이다.



그럼 알파고에겐 약점이란 없는 것일까. 분명 있겠지만 인간보다 좀더 빨리 발전되고 융합되면서 결점을 보완해 나갈 것이다. 이런 시기가 온다면 소믈리에에겐 참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다른 일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와인 바의 주인이 되어 알파고를 부리면 좋겠지만 그게 돈 없는 젊은 소믈리에들에게 가당한 소리인가.



그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소믈리에의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손님과 인간적인 교감을 갖는 것이라 생각된다. 소믈리에는 손님에게 와인을 추천하면서 인간적인 호흡을 공유한다. 손님의 그날 분위기에 따라 와인을 추천하고 가끔 손님의 기분을 좋게 해주기 위한 창조적 제안도 하며 인간적인 교감을 형성할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테이블에서 손님에게 정성껏 와인을 서비스하는 마음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그 마음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만약 알파고가 이런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까지 읽어내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알파고의 몸통을 광내는 일이나 해야 할지도 모른다. 끔찍한 일이지만 그런 날이 온다면 차라리 나는 먼저 하늘 위로 올라가 아름다운 천사들과 와인이나 즐기게 해달라고 디오니소스에게 애절하게 부탁할 것 같다. 적어도 그곳에는 알파고가 없을 테니….



 



김혁 와인·문화·여행 컨설팅 전문가www.kimhyu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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