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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벤처 바이커리어스에 아마존·페북·삼성이 투자한 까닭은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이자 성악설을 창시한 순자(荀子)의 ‘권학편(勸學篇)’에 나오는 문구로, 흔히 제자가 스승을 능가할 때 쓰는 표현이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첫 대국에서 승리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말이다. 인간의 머리 속에서 나와 인간이 개발했지만 결국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고 그 끝조차 가늠할 수 없는 가공할 역량을 보여준 인공지능(AI)은 인류에게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같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인간처럼 사고하고, 감지하고, 행동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체계다. 아이폰의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Siri)’도 인공지능의 한 종류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사람의 개입 없이 의도한 바를 이루어주는 에이전트(Agent)의 개념으로 인공지능을 정의할 수 있다. 방의 형태와 청결 상태에 따라 동선을 정하는 로봇 청소기나 세탁물의 양과 종류에 따라 세탁방식을 최적화시키는 세탁기도 인공지능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의 개념은 미국의 다트머스 대학에서 1956년 수학자·과학자 등 10여명이 모여 연 회의에서 탄생했다. 수학교수인 존 매커시가 인공지능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1961년 민스키의 ‘인공지능에로의 진보’라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인공지능 연구는 급물살을 탔지만 컴퓨터 성능과 분석 대상으로 삼을 데이터의 부족으로 침체기를 맞기도 했다. 2000년 이후 컴퓨팅 기술이 발달하고 빅데이터가 등장하면서 인공지능 연구는 선험적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 스스로 데이터를 통해 패턴을 찾아내는 방식, 이른바 ‘머신러닝 (Machine Learning)’으로 진화한다. 2006년에는 인공지능 스스로 인간이 알려주지 않은 데이터의 특징값까지 추출해내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발표되면서 인공지능의 신기원을 개척하게 된다.


 홍콩 아이디야, 인공지능 펀드 운영 나서최근의 인공지능이 과거의 중흥기 때와 다른 점은 금융·의료·자동차·유통·광고 등 다양한 산업영역에 도입되면서 이론적인 개념에 머물지 않고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의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치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금융은 인공지능 활용도가 가장 높은 산업군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증권사 및 펀드사들은 오래 전부터 트레이딩에 있어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해 왔는데, 지금까지는 인간이 수학적 모델을 만들고 시장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했다면, 딥러닝 출현 이후로는 기계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시장 상황에 맞게 모델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홍콩의 헤지펀드 아이디야(Aidyia)는 올 1월 인공지능만으로 운영하는 펀드를 미국에서 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범용 인공지능을 오픈소스로 개발하자는 비영리단체 오픈코그(Opencog)의 창설자인 벤 고어젤(Ben Goertzel)이다.


 

자료: KT경제경영연구소


신용평가와 심사에서도 인공지능은 적용된다. 제스트 파이낸스(Zest Finance)는 동호회 정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 수, 심지어는 대출서류 작성에 걸린 시간까지 변수에 포함해 고객의 신용을 평가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월렛AI라는 스타트업은 소비 데이터와 SNS 및 GPS 데이터 등을 종합해 가장 합리적인 소비 결정을 돕는다.


의료 분야에서는 웨어러블 기기의 센서 데이터와 이미지 인식 기술 기반의 진단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최적화된 스마트 헬스 솔루션을 제공한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는 4주간의 생활 습관과 스마트 체중계를 통한 측정 데이터, 유전자 데이터 등을 분석해 SNS를 통해 조언한다.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이 빠질 수 없는 분야다. 구글과 도요타가 이 분야에서 적지 않은 데이터를 갖춰나가고 있다. 포드와 아마존은 스마트 시스템 싱크(Sync)와 음성인식 인공지능 알렉사(Alexa)를 연결해 집 안에서 음성을 통해 차량 상태를 파악하고, 차 안에서 음성인식으로 가전 기기를 제어하고 집까지의 거리·시간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이 밖에도 소매업·광고·미디어 분야 등에서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는 ‘자연어 분석’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온라인 쇼핑에 자연어 머신러닝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에게 몇 가지 질문을 통해 가장 어울리는 재킷을 제공한다. 이 서비스를 체험한 고객들의 재이용 비율은 75%에 달한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3월 24일에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대화형 로봇 페퍼로만 운영되는 휴대전화 매장을 선보였다. 로봇 페퍼는 스마트폰 상품 설명과 신규 가입 업무를 지원한다. 미국의 T모바일은 SNS를 통한 고객 민원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즉각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앞으로 고객의 음성을 인공지능이 파악해 상황별로 응대하는 고객센터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백화점 점포분석에도 AI 적용이처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관련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구글은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를 2014년 5억82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온도조절 패턴을 학습해 스스로 온도를 조절하는 ‘네스트’ 서비스를 선보였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크버그는 “딸을 위해 방을 수시로 점검하는 인공지능 도우미를 직접 개발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이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글 출신을 포함한 저명한 인공지능 연구자들을 잇따라 영입해 사진 공유 앱 ‘모먼츠(Moments)’에 얼굴 인식 기술을 적용했다. 사진에 포함된 사람들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그룹으로 분류해주고 개별적으로 사진을 보낼 수 있게 해준다.


전기차 제조회사 테슬라 역시 인공지능에 관심이 높다. CEO인 일론 머스크는 ‘오픈 AI’라는 재단을 설립하고 10억 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실리콘밸리 신생기업 바이커리어스(Vicarious)에도 투자했다. 바이커리어스는 인간의 두뇌에서 언어·수학 같은 인식 기능을 주관하는 신피질(neocortex) 재현 연구를 하는 기업으로, 이 알고리즘을 탑재하면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직관적인 지각을 갖게 된다. 최근 페이스북·아마존을 비롯해 스위스 로봇 제조업체 ABB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삼성전자도 이 회사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해 향후 알고리즘을 각종 스마트 기기에 적용할 계획이다.


중국과 일본도 인공지능 도입에 적극적이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는 미국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인공지능 전문가인 앤드루 응 교수를 영입했다. 바이두는 이 연구소에 약 3억 달러를 투자했다. 일본은 대기업과 벤처가 손을 잡고 인공지능 연구 및 서비스 개발이 한창이다. 영상 인식과 딥러닝을 결합한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는 아베자(ABEJA)는 미쓰코시 백화점과 공동으로 점포분석 연구에 인공지능을 적용하고 있다. 도쿄대·교토대 대학원 연구원들이 설립한 인공지능 벤처기업 ‘프리퍼드 인프라스트럭처(PFI)’는 NTT·파나소닉·도요타 등 일본 굴지의 대기업들로부터 공동연구와 투자를 받고 있다. 구글 레벨의 검색 역량과 빅데이터에 기반한 자동추천 엔진이 PFI의 핵심이다.


발전과 쇠퇴를 거듭하면서 진화해 온 인공지능은 향후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통신망 등과 연계해 다양한 서비스로 구체화되면서 진정한 개화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하고, 그 이후로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모셰 바르디 교수 역시 2045년이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중요한 부분을 기계가 직접 수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인간의 감성과 창의력까지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관점도 변해야 할 때다. 인공지능은 이제 편리함을 제공하는 도구가 아닌 인간의 동반자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인공지능과의 공존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미래 시대에도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김재필


KT 경제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kimjaepil@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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