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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높아도 문제지만 확 떨어지면 훅 간다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주부 김성은(60·서울 양천구·가명)씨는 3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 준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식습관도 신경 썼다. 하지만 늘어난 체중이 문제였다. 키 160cm인데 몸무게는 80kg이 넘었다. 비만이 당뇨병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한 김 씨는 봄을 맞아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음식량을 줄이고, 밤이면 2시간씩 집 주변을 뛰다시피 걸었다.


하지만, 얼마 후 손이 떨리고 머리가 멍해지는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식은땀이 나고 속도 자꾸 허해졌다. 당뇨병에 좋다는 운동과 식습관 관리가 역으로 저혈당을 일으킨 것이다. 순천향서울병원 내분비내과 박형규 교수는 “저혈당은 당뇨병의 ‘치료 부작용’으로 꼽힌다”며 “특히 야외 활동과 운동량이 급격히 느는 봄철엔 저혈당이 발생할 확률이 큰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은 30세 이상 11명 중 1명이 앓는 ‘국민 질환’이다. 음식을 통해 섭취한 포도당이 분해되지 않아 생기는 병이다. 혈당(혈액 속 포도당)이 높아지면 혈관이 타격을 받으면서 눈·콩팥·심장 등 전신에 합병증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포도당을 분해하는 인슐린 주사나 혈당강하제 같은 약물과 운동, 음식 조절로 평생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약도 과하면 문제가 생긴다. 당뇨병 환자에게 합병증만큼 위험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혈당이 떨어져 발생하는 저혈당이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이상열 교수는 “혈당을 단순히 낮추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떨어뜨리는 게 중요하다”며 “하지만 당뇨병환자 중엔 이를 모르거나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당뇨병 환자가 저혈당을 겪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불규칙한 식사다. 당뇨병환자는 흔히 약(경구용 혈당강하제)을 먹거나, 인슐린 주사를 맞아 혈당을 낮춘다. 문제는 식사를 건너뛰거나, 평소보다 음식을 적게 먹고도 같은 용량의 약물을 맞았을 때다. 몸이 에너지를 내기 위해 부족한 포도당을 사용하면서 저혈당을 일으킨다.


두 번째는 과도한 운동이다. 활동량이 많을수록 몸에 필요한 에너지도 증가한다. 박 교수는 “특히 봄에는 산에 오르다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운동을 한 뒤 술을 마시면 저혈당 위험이 더 커진다. 순천향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김혜정 교수는 “알코올이 간에서 포도당을 만드는 걸 방해하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 혈당이 더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은 약물을 과량 투여할 때다. 의사 상담 없이 약물을 조절하거나, 실수로 두세 번 맞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 교수는 “반복적으로 저혈당을 겪거나 합병증이 발생하면 몸이 저혈당의 ‘위험 신호’를 보내지 않는 ‘저혈당 무감지증’이 발생한다”며 “이런 이유로 나이가 들수록 저혈당을 겪을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자료: 경희대병원


실제 이 교수가 당뇨병 환자 4350명을 약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50세 이전은 연평균 3.72건의 저혈당을 겪었지만 50대 4.26건, 60대 9.34건, 70대 이상은 25.75건으로 나이가 들수록 저혈당을 앓는 경우가 늘었다.


저혈당의 증상은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와 비슷하다. 식은땀, 공복감, 손 떨림, 빠른 맥박, 집중력 저하 등이다. 혈당이 떨어지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심장의 부담이 커진다. 특히 새벽에 혈당이 떨어지는 야간 저혈당이 위험하다. 자기도 모르는 새 심·뇌혈관질환이 악화돼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뇌도 타격을 받는다. 포도당은 뇌의 유일한 에너지원이다. 혈당이 떨어지면 뇌 활동이 줄면서 정신착란·의식소실 등이 발생한다. 반복된 뇌 손상은 치매나 인지기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상열 교수는 “급격한 혈당 변화는 염증반응을 촉진하고 자율신경계·호르몬 교란을 유발한다”며 “이런 손상이 누적될수록 건강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저혈당은 당뇨병의 합병증이 아니다. 관심을 갖는 만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식사·운동·약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심한 운동을 할 경우엔 거기에 맞춰 식사량을 늘리거나 약물의 양을 줄이는 식이다.


만약 저혈당을 경험했다면 당시 자신의 행동과 증상이 어땠는지 기억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등산이나 산책을 할 때는 혈당을 높이는 각설탕이나 사탕·주스 등을 챙긴다. 적정량(섭취 당질 15∼20g)은 오렌지 주스 1∼2컵, 각설탕 2∼3개, 사탕 3∼4개 가량이다. 박형규 교수는 “인슐린 주사나 약도 환자의 생활습관에 따라 조절할 만큼 다양하다. 저혈당을 겪었다면 스스로 해결하기보다 의사의 조언에 따라 약물·운동·식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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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