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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압축성장 노하우 저개발국 지원에 큰 힘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미국의 견제 속에 출범했다. 미국·일본이 빠졌지만 세계 57개 주요국이 가입한 막강한 조직으로 부상했다. AIIB를 이끄는 건 중국인 진리췬(金立群) 총재와 부총재 5명으로 이뤄진 AIIB ‘6인회’다. 6인회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 AIIB 부총재인 홍기택(64·사진) 전 산업은행 회장이다. 한국인이 국제금융기구 부총재를 맡은 것은 2003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신명호 부총재 이후 13년 만이다. 홍 부총재의 임기는 3년이다. 1일부터 중국 베이징(北京) AIIB 본사로 출근한 그를 출국 직전 중앙SUNDAY가 만났다.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AIIB의 역할을 소개해 달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라는 조직 명칭대로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도로·항만·발전설비·철도는 물론이고 통신망까지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아시아 저개발국의 삶의 질과 후생을 향상시키는 게 AIIB의 출범 목표다.”



-AIIB 내 한국의 입지는. “국제기구에서 영향력은 지분 순으로 결정된다. 지분을 결정할 때 AIIB는 국내총생산(GDP)을 단순 환율이 아니라 실질 물가를 반영한 구매력평가(PPP)를 기준으로 삼았다. 역외 회원국은 GDP의 절반만 반영했다. 그 결과 역내의 중국(30.34%)과 한국(3.81%)의 지분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역외 회원국인 독일과 프랑스 GDP가 워낙 커서 (그 절반만 반영해도) 한국보다 덩치가 커졌다. 그 결과 중국·독일·영국이 큰 지분을 차지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도 한국은 부총재 자리 하나를 갖게 됐다.”



-홍 부총재의 역할은 무엇인가. “최고리스크관리자(CRO)를 맡았다. 사실 부총재 역할 중 핵심은 최고투자책임자(CIO)라 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CIO를 밀었지만 내부 역학 관계상 CRO를 맡게 됐다. CIO는 인도 출신 부총재가 맡았다. 인도는 출자국이면서도 동시에 인프라 수요가 많아 원조를 받는 나라인 만큼 CIO 자리를 강력히 원했다. 중국도 인도를 끌어안아야 해 CIO를 인도에 내주게 됐을 것이다. 그래도 CRO는 총재·CIO와 함께 4인으로 이뤄진 투자위원회의 멤버다. 핵심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다른 부총재는 어떻게 구성됐나. “나를 포함해 네 명 모두 박사 출신이다. 이사회와 대외관계 업무를 맡은 영국 출신 부총재는 국회의원과 재무부 차관을 지냈다. 투자담당 부총재는 인도 모디 총리가 구자라트 주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했던 경험이 있다. 독일 출신 부총재는 정책기획 담당을 맡았는데 현직 세계은행 부총재다. 5월 1일자로 부임한다. 세계은행과의 협력을 주로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출신 부총재는 총무 담당이다. 정부에서 차관급을 지냈다.”



-한국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AIIB를 국제기구로 정착시키는 게 핵심 미션이라면 한국에 대한 기여는 핵심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뤄질 수 있다. 인프라 개발 과정에 건설·플랜트·금융이 필요한데 AIIB가 단독으로 다 처리할 수는 없다. 어떤 프로젝트가 있을 때 AIIB가 할 수 있는 것은 20% 정도다. 나머지는 민간이 들어가야 한다. 거기에 국내 금융회사나 기업이 들어갈 여지가 있는지 볼 것이다. AIIB와 한국 기업이 ‘윈윈’하도록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한국이 어떤 부분에 기여할 수 있나. “압축성장을 겪은 한국은 저성장 국가에 필요한 경험을 많이 갖고 있다. 첨단 산업뿐만 아니라 공업화 초기에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도 그대로 보유하고 있어 아프리카와 아시아 저개발국가를 지원할 때 엄청난 힘이 될 수 있다.”



-산업은행 회장 경력이 도움이 되나. “산업은행은 특히 민간과 정부가 협력하는 대형 인프라사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노하우가 있다. 산업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국제적 수준이다.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타당성 조사와 관련한 노하우도 풍부하다. PF 전문가만 100명에 달한다. 이걸 잘 접목시켜 AIIB가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



-올해 AIIB 투자 규모는. “올해 8000억원 정도 예정돼 있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3조원가량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아직은 규모가 작다. 하지만 내년에는 투자 규모가 두 배로 늘어난다. 계속 덩치가 커져 제 궤도에 오르면 투자기금은 1000억 달러까지 커진다. 그때쯤 되면 산업은행을 능가하고 ADB와도 개발 프로젝트를 놓고 경쟁하는 단계까지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에도 개발 여지가 많을 텐데. “북한이 개방되면 AIIB의 지원 프로그램이 적격이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IIB의 규모가 커질수록 미국과 일본은 불편하게 여길 수도 있을 텐데.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미국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불가피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물러나면 일본도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언젠가 미국도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이 AIIB에 들어오면 한국 지분이 줄게 된다. 13년 전 중국이 ADB에 들어오면서 한국은 부총재 자리를 내놔야 했다. 그때 부총재가 현 진리췬 AIIB 총재다. 한국은 계속 ADB 부총재 자리 회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지분에 밀려 실패하고 있다. 한 번 빼앗긴 국제기구의 자리를 되찾아오기는 너무 어렵다. 자리가 없으면 발언권도 없다. 그게 냉혹한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업무를 뒷받침해줄 사무국의 규모는. “시작 단계인 만큼 다 합해 70명이다. 대다수가 중국인이다. 한국인도 기회가 되면 많이 지원하면 좋겠다.”



-대우는 어떤가. “월급에 주택과 차량 비용이 전부 포함된다. 베이징 임대료가 꽤 비싸 그걸 빼면 급여는 많지 않은 편이다. 차량도 제공되지 않는다. 중국도 어느새 투명해져 예산 집행이 깐깐하다. 베이징에 정착하면 중국인과 네트워킹을 많이 하려고 한다. 지금 중국어도 배우고 있다. 중앙대 교수직도 아직 2년 남았는데 일단 휴직계를 냈다. 안식년을 맞은 아내도 함께 간다.”



 



 



김동호 논설위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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