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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예술품, 최고의 외교관입니다”

김춘식 기자


“예술품과 유물이 최고의 외교관이다.”


유럽 최대의 아시아 미술 박물관인 기메 박물관의 소피 마라카유 관장의 말이다. 그는 “한국인이 한국 미술 작품에 대해 갖는 애정을 이해하고 해외로 반출된 고대 미술품을 반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합법적으로 유출된 한국의 유물들이 세계 곳곳에 자리 잡으면서, 오히려 외교의 한 축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불 수교 130 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을 방문한 그녀는 어려서 아버지의 손에 끌려 주말마다 루브르 박물관을 찾던 소녀였다.


지금은 참다운 문화교류의 의미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라카유 관장은 “프랑스에서 채용된 최초의 한국인이 1892년 기메 박물관의 한국 컬렉션을 관리하는 보조 큐레이터였다”며 “기메 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유물의 역사가 바로 한국과 프랑스 역사”라고 말했다.


 


-유물들이 외교를 한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프랑스의 예를 들어 보자. 프랑스는 해외에 나가 있는 프랑스 작품들이 자랑스럽다. 외국에 소장되어 있으므로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작품들 때문에 프랑스 문화가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사랑받는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미술이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사랑받는 이유는 어디를 가도 프랑스 작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회화는 뉴욕·런던, 그리고 언젠가는 중국에서도 자리를 잡으리라 생각한다. 한 나라의 미술품·예술품은 그 나라의 가장 훌륭한 외교관이라 생각한다. 한국도 그렇지만 프랑스도 작은 나라다. 그러나 한 나라의 가치는 그 국경 안에 존재하는 것들로 제한된 것이 아니다. 프랑스는 하나의 국가일 뿐 아니라 하나의 정신이다. 우리가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아무리 공격당한다 해도 우리의 정신과 가치를 세계와 나누고 공유한다면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다.”

기메 박물관 전경


기메(Guimet) 박물관은 프랑스의 실업가이자 수집가였던 에밀 기메가 1878년 프랑스 리옹에 설립했다.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던 기메는 많은 아시아 미술품을 수집했고 1889년 파리로 미술관을 옮겼다. 훗날 이를 국가에 헌납, 현재의 국립미술관이 됐다. 기메 박물관은 약 8만 점의 아시아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중국관·일본관이 각각 30%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유물이 차지하고 있다. 박물관 3층에 한국·중국·일본관이 있다.


-기메 박물관과 한국의 인연은 언제부턴가. “우리의 한국 유물 전시를 보면 매우 방대하고 잘 갖추어져 있는데 그 이유는 기메 박물관의 한국 유물은 한국과 프랑스의 외교관계와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1886년 수교를 하면서 한국에 부임한 첫 대사가 콜랑 드 블랑시였다. 그는 한국 미술에 매료돼 회화·도자기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에 샬 바라라는 프랑스 학자도 한국에 들어왔는데, 그 또한 한국 미술품들에 매료됐다. 그는 회화 작품도 수집했지만 민화·가구·섬유·가면·기타 생활용품들도 수집했다. 두 사람이 귀국해 1891년 프랑스 최초의 한국 미술 전시를 파리에서 개최하게 됐다. 이 두 수집가들의 한국 미술품들에 대한 열정적이지만 매우 다른 시각의 작품들 덕분에 프랑스는 한국 미술 세계에 대해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관엔 어떤 유물들이 있나. “블랑시와 샬 바라가 전시했던 유물들이 바로 기메 박물관의 한국 유물의 기반이 된 것이다. 그 뒤로도 많은 프랑스 외교관들은 한국 예술에 매료됐고 많은 미술품을 가지고 돌아와 박물관에 기증했다. 기메의 한국관은 프랑스 수집가들이 한국 예술품을 구매해 구성한 다른 관들과 달리 실제로 한국에 살던 사람들의 체취가 묻어 있는 독특한 전시관이다. 또 이 전시품들의 보조 큐레이터를 맡기기 위해 19세기 말 프랑스에 도착한 한국인을 최초로 채용한 것도 한국과 기메 박물관의 독특한 인연이랄 수 있다.”


-다른 아시아관과 다른 한국관의 특징은 뭔가. “기메 한국관은 중국과 일본관 사이에 있다. 한국의 지리적 위치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전시함으로써 관람객들은 이 세 국가 미술품들의 유사점, 그리고 각각의 독특함을 느낄 수 있다. 아시아 미술만을 전문으로 하는 우리 박물관의 최대 장점은 하나의 국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에게 아시아 각국의 미술을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을 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관람하다 보면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이동하고, 그러다 보면 그 국가에 대해 느끼는 바가 크다. 화려하고 웅장한 중국관을 보고 나서 한국관에 들어오게 되면 얼마나 다른지가 확연해진다. 그 순수하면서도 단순한 현대적 미적 감각이 보는 사람을 매료시킨다. 한국 예술품의 장식을 보면 그 절제된 섬세함이 중국관의 작품들과 너무나 다르다. 한국 가구를 보면 또 너무 다르다. 병풍도 너무 새롭고 놀라워 빠져들 수밖에 없다.”


-현대 한국 미술을 어떻게 평가하나.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물으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한국은 중국도 일본도 아니다. 한국은 당당하고 순수하고 단순하면서도 귀족적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 한국관을 들어서면 매우 따뜻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한국 작품들은 화려하지만 절대 사치스럽지 않다. 그래서 나는 한국 예술품들은 절제된 미를 갖고 있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현대 미술품도 전시할 계획인가. “한국의 고대 미술 유물들을 보면 오늘날의 한국 미술과 디자인의 뿌리가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제 한국의 현대미술을 박물관에 도입할 시기가 됐다고 느낀다. 새로운 미술품, 새로운 예술가들의 뛰어난 작품들을 들여올 때가 됐다는 느낌을 갖는다. 최근 이우환 화백의 특별 전시를 했는데, 이 화백이 몇 개의 회화와 병풍 작품을 기증해 한국관의 한 부분에 화백의 이름을 딴 고정 전시 코너를 마련했다. 지난해엔 재불 한국화가 이배의 작품 전시회(사진)를 열었다. 이배는 창의적이면서 유머 감각이 뛰어난 숯으로 구성된 작품을 선보였다. 고전 미술품들과 같은, 부드럽지만 강한 한국적인 매력을 보여줬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표현한 전시회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현대 작가들에 대한 전시도 많이 확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고전 유물들과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상에서 준비하고 있는데 아주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이다.”


-기메 박물관과의 인연은. “젊었을 때부터 나와 다른, 이국적인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키프로스 출신 아버지의 영향일 것이다. 건축가인 아버지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매주 일요일, 나를 루브르 박물관에 데리고 다녔다. 그때부터 이국적 문화에 대한 이해와 호기심을 갖게 해주셨다. 지중해 영향, 그리고 이슬람 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전공도 아랍고전과 역사를 하게 됐다. 20대 때, 그 당시 가장 젊은 큐레이터로 루브르에 취직해 이슬람 유물을 맡게 됐다.”


키프로스 출신 아버지와 프랑스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마라카유 관장은 루브르 박물관의 이슬람관을 개관한 주역이다. 이슬람 유물과 미술품을 전시할 공간 건축 프로젝트를 맡아 10년에 걸쳐 이슬람관을 건축했다. 2012년 프랑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이슬람관 개관식도 했다. 이 작업을 끝낼 즈음, 기메 박물관장 제의를 받게 됐다고 한다. 그에게 박물관장으로서 느끼는 소회를 물었다.


“루브르에서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게 돼 새로운 것을 건축하고 창조했었다. 기메에서는 창조보다는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박물관에 어떻게 하면 나만의 비전이나 특성을 자연스럽게 투입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박물관장으로서 자랑을 하자면 기메 박물관은 유럽 유일의, 그리고 최대의 아시아 미술 박물관이면서 그 전시는 가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시아 미술품 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손지애 이화여대 초빙교수?jieaesohn@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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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