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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수 없는 찝찝함, 정신 갉아먹는다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손에 더러운 것이 묻은 것 같아 몇 번이고 손을 씻는다. 한 번 입은 옷도 반드시 세탁하고 몇 시간 동안 샤워를 한다. 청결에 집착하는 강박장애의 주요 증상이다.



강박장애 환자 절반이 2030

'강박(强迫)'은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끊임없이 사로잡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병이 오면 강박장애가 된다. 강박장애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으로 나뉜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는 것이 강박사고다.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사고나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강박행동은 강박사고를 나름대로 해결하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대개 강박사고를 하게 되면 심하게 불안해지기 때문에 스스로 불안을 줄이려고 강박행동을 한다. 예를 들면 손에 뭔가 묻어 오염된 것 같다는 강박사고가 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손을 씻는다. 가스불을 끄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다시 돌아가서 가스렌지를 확인한다. 결재서류를 작성하면서 뭔가 잘못된 것 같아 반복해 확인하느라 제 때 결재를 올리지 못한다. e메일을 확인하느라 보내지 못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물건이 제자리에 없으면 심한 불안을 느끼고 대칭이나 직각이 되도록 정렬하는 행동, 물건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는 행동,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으는 행동 등이 있다. 간혹 강박사고나 강박행동만을 따로 보이기도 한다.



 



깔끔·완벽 지나쳐 괴로우면 병강박은 한마디로 찝찝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찝찝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강박사고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자신의 아이를 해칠 것 같기도 하고 가족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도 한다. 뾰족한 젓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찌를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성기를 만질 것 같거나 자기도 모르게 욕을 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생각을 중화하기 위해 강박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행동이 어려우면 찝찝한 생각을 없앨 수 있는 생각을 떠올린다. 이를 '중화사고'라 부른다. 예를 들어 머릿속에서 4라는 숫자가 떠올라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길까봐 걱정되면 일부러 7이라는 행운의 숫자를 떠올린다.



강박장애 환자들은 이런 사고나 행동이 이상하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 속에 자리잡은 불안 때문에 그만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이 증상은 정신 에너지를 심하게 고갈시킨다. 증상이 심하면 가정이나 직장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물론 건강한 사람들도 어느 정도 이런 경향이 있다. 특히 깔끔하고 완벽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꾸 확인하는 강박적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쳐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본인의 괴로움이 크면 장애가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강박장애로 진료 받는 환자는 2011년 2만959명에서 2015년 2만4133명으로 약 15% 증가했다. 이중 남성은 2015년 기준 1만4069명으로 여성(1만64명)의 1.4배다. 연령대별로 보면 20~30대가 47.8%(1만1539명)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중 20대 남성 환자가 4069명(16.9%)으로 가장 많았다. 젊은 층 환자가 많은 이유로는 강박장애가 10~20대에서 많이 발병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이 시기에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강박장애는 생산성이 높은 나이에 발병해 지속되기 때문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어릴 때 틱장애 겪은 사람 발병 많아강박장애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정신 질환보다 생물학적 원인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균형 이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강박 증상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나 심리적인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일부에서는 부모가 강박 증상이 있을 경우 자녀에게 유전되기도 한다. 특히 어린 시절에 틱 장애를 겪은 사람이 강박장애도 앓는 경우가 많아 취약한 인자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강박장애는 초기에 치료하면 효과가 좋은 편이다.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행한다. 약물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를 주로 사용한다. 세로토닌이 뉴런으로 재흡수되는 것을 막아 뉴런이 연결되는 부위에 세로토닌이 많아지도록 하는 원리다. 통상적인 약물치료보다 주로 고용량을 사용하고 2~3개월 정도 지나야 증상이 호전된다. 인지행동치료는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 노출시킨 후 강박행동을 못하도록 막고,강박사고에 대한 인지오류를 교정한다. 환자가 같은 상황을 반복해 마주하면서 불안한 생각이나 행동에 익숙해지도록 연습한다. 행동치료가 반복되면 환자는 그 상황에 익숙해지면서 강박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차츰 불안을 덜 느끼게 된다. 즉 찝찝한 것을 견디게 하면서 아무리 찝찝해도 괜찮다는 경험을 하도록 돕는다.



 



성격 문제로 치부, 치료시기 놓칠 수도강박장애는 정신적 에너지 소진이 심하다. 방치하면 우울증·중독 같은 합병증이 오기 쉽고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치료가 더뎌진다. 특히 강박장애 환자의 절반 가량은 아동기에 시작되지만 성격 탓으로 치부하거나 병을 숨겨 성인까지 증상이 지속되곤 한다. 초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강박이라는 현상이 자연적으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다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무척 많다. 아무리 사소한 찝찝함이라도 그것을 해결하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쓰고 정신적 소모가 커 괴롭다면 반드시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을 시작해야 한다.



 



채정호 객원 의학전문기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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