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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육아휴직 과감하게 늘려 저출산 넘자

한국은 10개월 후면 전대미문의 터널로 접어든다. 2017년이면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보다 65세 이상 노인이 더 많아진다. 반면 일할 사람(15~64세)은 줄기 시작한다. 1980년에는 유소년 인구가 노인의 13배에 달했다. 출산율 하락과 함께 폭을 좁히더니 내년에 역전되고 2060년 노인이 유소년보다 3배가량 많게 된다. ‘노인 국가’가 목전에 닥쳤다. 정년퇴직 연령인 60세 이상 인구는 이미 2011년에 유소년 인구를 추월했다.



그동안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미세하게 오르는 데 그쳤다. 게다가 매년 신생아는 줄고 있다. 가임여성 인구(분모)가 줄면서 출산율이 오르는, 통계적 착시현상이다. 성장률이 3%를 밑도는 이유가 인구 변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설

저출산 극복은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다. 그런데도 국회와 정부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지 않는다. 단편적인 총선 공약을 내놓을 뿐이다. 그나마 새누리당이 저출산 특위를 몇 번 열어 인구영향평가제 도입 등을 내놨고, 더불어민주당이 몇 가지 대안을 선보였다. 더민주당 공약 중에 눈길 가는 게 있다. 육아휴직과 남성 출산휴가 확대다. 육아휴직 수당을 통상임금의 40%에서 100%로 올리고, 남성 출산휴가를 5일(3일 유급)에서 30일(20일 유급)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도 비슷한 계획을 내놨다. 제 3차 건강가정 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2020년까지 남성 육아휴직 비율을 대폭 끌어올리기로 했다.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수백 가지이겠지만 주요 원인에서 빠지지 않는 게 워킹맘의 고단한 삶이다. 일과 육아를 위해 1인 2역, 3역을 하기가 너무 힘들다. 아빠가 책임감을 느끼고 함께 해야 하는데 그게 영 아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구멍이 뚫려 있다. 캐나다의 퀘벡주는 5주간의 아빠 출산휴가를 보장한다. 벨기에는 열흘이다. 한국(5일)은 너무 짧다. 그래서 더민주의 30일 공약은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 출산 후 3개월 이내에 남편이 30일 출산휴가를 내서 아이와 산모를 돌보면 산모 우울증을 줄이고 아이와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도 법적으론 부모가 각각 1년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지난해 4872명의 남성이 썼는데 이는 전체 육아휴직자의 5.5%다. ‘남성 1년’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이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합한 유급휴가는 52.6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길다. OECD 평균(9주)보다 훨씬 길다. 문제는 ‘법 조항’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사용하는 남성은 가장 적고, 그 기간도 짧다. 노르웨이는 전체 육아휴직의 21%를 남성이 쓴다.



한국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사 분위기 때문이다. 본지가 지난해 9월 직장 남성 600명에게 육아휴직을 못 가는 이유를 물었더니 ‘회사 눈치를 보거나 상사가 허용하지 않아서’라고 답한 사람이 46.4%로 가장 많았다. 기업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빈자리를 대체할 인력이 필요한데, 추가 고용에 비용이 발생한다. 그나마 대체인력을 구하려 해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대체인력이나 정규인력을 채용해 빈자리를 메우는 데가 38%에 지나지 않았다. 46%는 동료가 떠안고 있다.



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남성이 육아휴직을 기피하는 이유다. 아내에 이어 남편이 육아휴직을 쓸 경우 석 달간 최고 150만원(통상임금의 100%)의 수당을 받는다. 이 정도로는 소득 감소를 메우기에 미흡하다. 그 외 기간에는 통상임금의 40%만 나오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더 겪게 된다. 노르웨이 같은 나라는 임금의 80~100%가 나온다.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다. 미국의 페이스북은 남녀에게 각각 4개월치 유급 육아휴직을 주고 490만원의 출산축하금을 지급한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는 최대 1년 유급휴가를 준다. 남성의 육아 참여가 기업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캐나다 퀘벡주에서 육아휴직을 이용한 남성이 60%가량 증가하자 출생아동이 7% 늘었다고 한다. 육아휴직 비율이 1%포인트 오르면 출산율이 0.01명 증가한다는 보고서(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있다. 이제 우리도 발상을 바꿔야 한다. 남성 육아휴직에 과감해질 때가 됐다. 남성 근로자에게 육아휴직을 보내는 기업에 대한 지원금과 대체인력 채용보조금을 확대하되 중소기업 위주로 집중해야 한다. 회사가 육아휴직 신청서를 처리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갈 수 있게 하고, 건강보험의 임신·출산 기록을 토대로 출산휴가·육아휴직을 보내지 않은 회사를 찾아내 설득하거나, 경우에 따라선 벌을 줘야 한다.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은 기간만큼 근로시간을 추가로 단축할 수 있도록 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도 조속히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



“같이 목욕하고 잠을 자면서 부자간 신뢰를 많이 쌓았다. 아내가 일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부 역할이 고정된 게 아니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38세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수기다. 이런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퍼져야 저출산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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