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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영입 대신 인재를 키워라


여야 각당의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탈당 의원들의 구멍을 참신한 인재들로 채우겠다는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창당한 지 얼마 안 돼 황무지에 새로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 국민의당 사이의 각축에 불꽃이 튄다. 여기에 처음엔 외부 인사 영입에 소극적이던 새누리당까지도 친박계를 중심으로 새 피 수혈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더민주가 앞서가는 양상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멘토였던 김종인 전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해 당을 통째로 맡겼다. ‘청와대 문건 사건’의 주역인 전직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상고 출신 삼성전자 여성 임원, 성공한 40대 벤처기업인 등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문재인 전 대표의 집요한 설득기법까지 관심을 끌었다. 국민의당도 과거 박 대통령을 도왔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품에 안으며 반격에 시동을 걸었다. 새누리당에선 원유철 원내대표 등이 정치에 관심 있는 유명 인사들을 백방으로 접촉하고 있다.


하지만 영입을 둘러싼 잡음과 사고도 적지 않다. 철저한 숙고와 영입 인사에 대한 검증이 부족한 탓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첫 여성 영입 인사로 발표됐던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그림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이틀 만에 자진 하차했다. 국민의당은 지난달 8일 인재 영입 1호 발표 때 과거 부패 행위에 연루된 사람들을 대거 포함시켰다가 4시간 만에 취소했다. 새누리당도 영화 ‘히말라야’의 실제 주인공인 산악인 엄홍길씨에게 손길을 뻗쳤지만 거절당했다. 바둑기사 조훈현 9단에게 보낸 러브콜은 아직 회신을 받지 못해 유효하다지만 피겨 영웅 김연아 선수 등 스포츠 스타에 대한 영입 제안이 퇴짜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체면을 구겼다.


선거를 앞두고 정당들이 새로운 인사 영입에 목을 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비교적 잘된 공천으로 평가받는 1996년 15대 총선의 초선 당선자 비율은 45.8%였다. 2000년 16대 총선 때는 40.7%로 약간 낮아졌지만 탄핵 역풍이 지배한 17대 총선에서는 전체 의원 299명 가운데 초선이 187명으로 물갈이율은 역대 최고인 62.5%에 달했다. 그 결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바람을 탄 초선 의원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18대 총선 때는 초선 의원 비율이 44.8%, 이번 19대는 49.3%였다. 의원들을 절반이나 갈아치운 19대 국회가 입법 실적이나 의원들의 수준에서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걸 보면 정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물갈이가 능사가 아님은 이미 입증된 셈이다.


물론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정치권에 모시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고 어느 조직이든 새로운 바람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인재 영입이 4년마다 한 번씩, 그것도 공천 직전에 벼락치기식으로 이뤄지는 건 큰 문제다.정치 문외한인 사람을 선거 직전에 모셔와 3월 당내 경선에 투입하거나 4월 본선에 후보로 내려꽂는 이벤트 영입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정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공익을 위한 자기 헌신’이지만 이는 절대로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뼈를 깎는 각오와 소명의식 없이 무작정 정계에 뛰어든 이들이 보여준 폐해를 우리는 역대 국회에서 수두룩하게 확인하지 않았는가.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권한을 국민이나 공익이 아닌 계파 보스에 대한 충성이나 사익을 위해 휘두르고, 국회의원이란 ‘감투’에 기대어 온갖 기상천외한 특권을 누려온 의원들은 19대 국회에서만도 흘러넘쳤다.


이벤트 영입이 낳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선진국 정당처럼 리더를 내부에서도 키워내야 한다. 독일 기민당의 청년 조직에서 정치를 배운 헬무트 콜은 총리가 돼 독일 통일을 이끌었고, 사민당 청년 조직 출신의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총리로 독일 경제를 개혁했고, 옥스퍼드대 보수당 학생회에서 정치를 시작한 윌리엄 헤이그가 35세에 보수당 당수가 된 것처럼 말이다. 당내 청년 조직을 행사에 동원하는 이벤트 회사쯤으로 여기는 우리의 정치 풍토에선 꿈같은 이야기지만, 당내 인재영입위원회보다 인재육성위원회가 더 중요해지는 그날은 반드시 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 유권자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급하게 화장만 바꿔 표를 얻어보겠다는 정당들의 물갈이쇼에 무작정 박수를 쳐온 이도 그동안 적지 않았다. 국민을 대표할 준비가 됐는지엔 관심도 없이 그저 유명하다는 이유로 뽑아줬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적격자와 부적격자를 골라내는 유권자들의 눈이 정확해져야 순간적으로 유권자의 눈을 가려 위기를 모면해 보려는 정당들의 벼락치기 꼼수도 자취를 감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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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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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