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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 Ringer 인문산책] 고통받는 대중의 현자, 능청스러운 풍자로 삶의 맛 전파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에 있는 호자 나스레딘의 동상. 나귀를 타고 익살스럽게 웃고 있는 모습에서그의 풍자 정신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호자 나스레딘(Hodja Nasreddin)은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의 해학과 현명함을 상징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터키의 모태가 되는 13세기 셀주크 튀르크 시대에 활동했던 이슬람 현자로 이름을 알렸지만, 출생과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은 없다. 호자 나스레딘의 언행에 대한 기록들이 민담처럼 내려오고 있을 뿐이다.터키에서는 그를 호자(hodja, 호자는 선생님·지도자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나스레딘 또는 ‘부 아담’이라 부르고,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에서는 ‘나스레딘 아판지’ 또는 ‘나스레딘 호자’라고 하며, 이란과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물라 나스레딘’이라고 한다. 러시아의 카잔과 크림반도의 타타르 민족 사이에서도 유명한 인물이다. 기본적으로 이슬람 지역에서 전설처럼 전해지는 현자(賢者)라고 생각하면 된다.현대에 들어 나스레딘은 시간을 초월하는 다양한 역사적 인물들과 동시대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예를 들면 13~14세기를 풍미한 통치자들이었던 아미르 티무르, 보이저 1세, 술탄 알라예진 등이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유머 감각이 뛰어난 인물로 묘사되고 있으며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유명한 풍자시인으로, 타지키스탄에서는 시인 무시피키와 연관되어 언급된다.호자 나스레딘의 이야기는 일상생활을 기반으로 한다. 당대 사회의 부조리와 통치자들을 풍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어떤 경우에는 재판관, 지역 관리, 정신적 지도자가 되고, 한편으로는 영주와 군주에 대항해 싸우는 노동자와 농민의 편에 서기도 한다. 이 때문에 나스레딘은 고통받는 일반 대중을 대변하는 현자로 지금까지 추앙받고 있다.


고통받는 대중을 대변하는 이슬람의 현자호자 나스레딘의 이야기들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14세기의 위대한 정복자 아미르 티무르와 호자 나스레딘이 길에서 만났다. “내가 이 지역을 맡고 나서는 아직까지 페스트가 없었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미르 티무르가 호자 나스레딘에게 물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신의 은총이지요. 신은 한 곳에 두 가지의 불행을 동시에 보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 두려울 것 없던 아미르 티무르를 호자 나스레딘은 당당하게 비난한다. 한참을 생각하게 만드는 그의 답변 속에 신랄한 풍자가 들어 있다.어느 날 호자 나스레딘이 강연에 초청됐다. 그는 청중들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여러분은 내가 무엇을 강의할지 아시나요?” 청중들이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한마디를 남기고는 즉시 나가버렸다. “무엇을 강의할 것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 강연하고 싶지 않습니다!” 청중들은 너무나 당황했다. 이후 그를 다시 초청했는데, 호자 나스레딘은 이번에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청중들은 “네”라고 대답했다. 그는 또다시 한마디를 던지고는 나가버렸다. “여러분이 이미 다 알고 계시다고 하니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네요.” 청중들은 다시 당황했으며 화를 내기도 했다.결국 청중들은 다시 작전을 짰다. 그가 똑같은 질문을 던지면 절반은 “네”, 절반은 “아니요”라고 대답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호자 나스레딘은 예상대로 청중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청중들은 약속대로 절반은 “네”, 나머지 절반은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또다시 한마디를 남기고 나가버렸다. “알고 있는 절반의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에게 가르쳐 주세요.” 청중들은 결국 패배를 인정했다.청중들은 두 번이나 자신을 농락한 호자 나스레딘을 비난하는 대신 그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럴 경우 그가 어떻게 답할 것인가? 현자에 대한 믿음과 청중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이 이야기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능청스럽고 익살스러운 풍자와 해학의 미학이야기는 계속된다. 하루는 호자 나스레딘이 시장에서 까마귀를 샀다. 지나가는 이웃이 그에게 물었다. “손자 주려고 까마귀를 샀나?” 호자 나스레딘은 능청스럽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천만에, 내가 갖고 싶어서 샀어. 까마귀는 천년을 산다고 알려져 있잖아. 그래서 정말 그런지 보려고 샀어.” 이 답변을 들은 이웃 사람은 순간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저 사람이 정말 현자일까? 현자는 고사하고 미친 사람인 것 같은데.’ 여기서 우리는 호자 나스레딘의 의도를 이해해야 한다. 현자라고 존경받는 사람도 결국은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으며, 시대를 이해하고 대중들을 위로하는 현자 역시 그들과 같은 인간임을 이해시키려 노력한 것이다.한번은 호자 나스레딘이 공동묘지를 지나가다 도적 떼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 재빨리 숨었지만 도적 떼가 그를 보고 말았다. “넌 누구냐?” 호자 나스레딘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시체요.” 도적의 두목이 어처구니없어 하며 “흥, 말하는 시체가 어디 있어?”라고 위협을 가하려 했다. “제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여기는 제 무덤이 확실합니다. 저는 이 공동묘지의 시체죠.” 호자 나스레딘의 답을 들은 두목은 “시체가 어떻게 말을 하느냐?”면서 거의 그를 죽일 것같이 화를 냈다. 나스레딘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군요. 제가 실수를 했어요.” 두목이 “이 녀석을 실컷 두들겨 패줘라. 다시는 실수하지 못하게”라고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호자 나스레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답했다. “잠깐만요. 살아계신 분들, 당신들은 매일 수천 가지의 실수를 합니다. 그렇다고 누가 당신들을 패나요? 나, 이 시체는 평생 처음으로 단 한 번 실수를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나를 패려고 한단 말이오!” 이 말을 들은 도적 떼의 두목은 깔깔거리면서 웃고는 그를 풀어주었다.호자 나스레딘은 목숨을 빼앗길 뻔한 순간에도 상대방을 웃게 만들면서 위기를 모면한다. 그는 자신이 사는 세상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악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로서로를 긍정적으로 이해한다면 힘 있는 자와 힘 없는 자, 가진 자와 없는 자, 그리고 현자와 일반인 모두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그는 확신하고 있다.우즈베키스탄 부하라에는 나귀를 타고 익살스럽게 웃고 있는 호자 나스레딘의 동상이 서 있다. 지금도 그의 풍자와 삶의 철학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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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