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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Culture] 식량의 보고, 베트남의 ‘쌀 광주리’ 기후변화 따른 수면 상승 위협 적신호



베트남의 메콩 델타(Mekong Delta) 지역은 눈이 즐겁고 입이 즐거운 여행지로 유명하다. 메콩 델타의 진면목을 보고 싶다면 컨터(Can Thu)를 가보는 것이 좋다. 육해공을 망라한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한 신선한 로컬 요리부터 프랑스식 고급 요리까지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으며, 새벽시장의 활기를 통해 풍요로운 땅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이곳 여행의 백미는 매일 새벽 하우강 위에서 펼쳐지는 까이랑 수상시장(Cai rang floating market)이다. 새벽 어스름을 헤치며 오래된 수로를 따라 껀터 시내에서 배로 약 1시간을 지나 도착한 물 위 장터에는 각종 농산물과 채소, 과일을 사고파는 생활의 현장이 펼쳐져 있다. 물건을 파는 큰 배에는 저마다 긴 장대가 세워져 있는데, 장대 끝에는 호박·양배추·파인애플 등이 매달려 있다. TV나 라디오 전파 수신용 안테나와 빨랫줄을 달고 있는 배도 많은데 원거리에서 직접 생산한 농작물을 팔러 가족이 다 함께 배 위에서 생활하며 장사를 병행하는 것이다.그보다 작은 규모의 배들은 정박한 큰 배들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물건을 사기도 하고 배 위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의류나 생활용품을 팔기도 한다. 작은 쪽배를 솜씨 좋게 운행하며 아침식사용 국수와 커피를 싣고 또 다른 장사판을 벌인 이들과 이 일상의 매력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관광객들까지, 델타의 아침은 언제나 그렇듯 시끌벅적한 물 위 시장 풍광에서 시작된다.


동남아 최고의 곡창지대메콩 델타는 중국 윈난성을 출발해 4000㎞ 넘게 굽이굽이 달려온 메콩강이 남중국해와 만나기 전 어머니 강의 진면목을 펼쳐놓는 곳이다. 지질학적으로는 프놈펜 이남의 메콩 유역이 삼각주에 해당하지만 대체로 베트남 최남단 지역의 중앙 직할시 껀터를 포함해 안장성·벤째성·빈롱성 등 13개 지역을 메콩 델타로 이해한다. 삼각주는 바다나 큰 호수로 흘러들기 전 강의 하구에 넓게 발달하는 충적평야를 뜻한다. 고도가 완만하니 유속이 느려지고 강물에 섞여 흐르던 퇴적물이 오랜 기간 쌓여 형성된 땅인데, 퇴적물에 포함된 영양물질 덕분에 전 세계 대부분의 삼각주에는 중요한 농경지가 발달해 있다. 베트남의 메콩 유역은 바다까지 연장거리가 200㎞에 불과하지만, 수백 갈래의 지류와 수로로 갈라지면서 드넓은 평야에 어머니의 강이 품어온 풍요를 선물했다.이 풍요의 땅에서는 베트남 쌀 생산의 절반 이상, 양식업과 과일재배의 60~70% 정도가 이루어진다. 이 지역 약 2000만 명의 거주민뿐 아니라 전체 베트남인을 먹여 살리는 식량의 보고인 셈이다. 메콩 델타는 베트남의 쌀 광주리(rice basket)로 불리곤 하는데, 이 곡창지대 덕분에 베트남은 태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쌀 수출국이 될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수출하는 쌀은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의 식량원이기도 하다.메콩 델타 지역이 최고의 곡창지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랜 기간 반복돼 온 계절성 범람 덕분이다. 침수 피해도 있었지만 범람은 농경지와 수중 생태계에 주기적으로 영양물질을 공급하는 호의적인 연례행사였다. 2012년 독일 본대학에서 발간된 『아름다운 홍수(Beautiful floods)』라는 인류학적 현장보고서에서는 델타의 주민들이 우기 때마다 경험하는 홍수에 적응하며 생계 경제를 꾸려가는 모습을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그렇지만 개혁개방 이후 급속한 시장화와 도시화, 그리고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로 델타 지역에서 오랫동안 정착돼 온 반농반어의 경관과 사회·경제 시스템이 빠른 속도로 바뀌어 가고 있다. 델타 지역은 농업 분야의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베트남 전체 GDP의 27%(2009년 기준)를 담당하고 있지만, 이 지역의 사회·경제적 수준은 베트남 전체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급속한 시장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1차 산업만으로 생활을 유지하기에는 어려움이 큰 까닭이다.2005년 이후 베트남 대부분 지역의 인구성장률이 2% 내외인데, 델타지역은 0.5% 내외에 불과했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해외로 나가는 노동인구로 인해 인구 순유출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국제 결혼이주의 물결을 따라 중국·한국·대만으로 떠나는 결혼 적령기 여성의 수도 상당한데, 한국으로 시집 온 베트남 여성의 상당수가 델타 지역 출신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위협더 심각한 변화는 메콩 지역에서 농사짓고 물고기 잡는 일도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오늘날 메콩 델타 대부분의 지역은 기후변화, 삼림 감소, 상류 지역의 댐 건설, 지역 내 산업화와 도시화 진전으로 급격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먼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대부분 해발고도 1m 미만인 델타 지역이 당면한 실질적 위협이다. 이미 벤째성과 롱안성의 경우 해수면 상승과 염습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어 농경지와 양식장을 폐쇄하거나 이동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메콩강 상류 지역의 중국과 라오스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댐 건설은 강물에 의해 운반되던 영양물질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웃 나라 탓만 하기는 어렵다. 델타 지역에서도 껀터와 미토를 비롯한 큰 도시들이 성장하고 있으며, 항구와 산업시설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설을 짓고 유지하기 위해 메콩강의 모래 및 자갈 채취와 천변 개발 수준은 점차 확대될 것이다.이러한 변화가 메콩 델타 지역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델타에서 가까운 베트남의 경제수도이자 인구 800만의 최대도시 호찌민의 해발고도도 1.5m에 불과한데,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이 이미 이 도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열대야·가뭄·홍수 등 극단적 기후사건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도시 저지대의 침수 피해도 늘고 있다. 호찌민은 유엔 선정 기후변화에 취약한 세계 10대 도시에 포함된 적도 있다. 베트남 남부의 대부분 지역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위협의 적신호가 커져가고 있다.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곳곳에서 실험 중이다. 강변의 제방을 축조하는가 하면 바닷가에서는 염습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맹그로브(mangrove)를 식재하는 움직임도 있다. 변화된 범람 주기에 따라 농사력을 조정하거나 벼농사와 새우 양식을 병행하는 등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는 다양한 전략들이 시도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협은 자연과 가장 가까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매우 현실적인 문제다. 델타 지역이 세계 쌀 생산량의 20%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이곳의 문제는 곧 세계의 문제이기도 하다.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지구를 구할 마지막 2주일”로 불린다. 교토의정서의 효력이 만료되는 2020년 이후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참여해 새로운 기후변화 메커니즘을 만들어 내야 하는 일종의 데드라인이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우려가 많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전 지구적 위협에 대비하려는 공동의 결과물이 만들어져야 한다. 메콩 델타에서 만난 순박한 아이들과 여성 뱃사공들의 얼굴을 기억하며 파리발 소식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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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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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