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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 & Culture] 광둥성, 주중 美대사 등 저명 화교 배출, 중국 근대화의 밑거름 제공

중국 광저우 주장의 하이주교.


 


광둥성은 1980년대부터 중국 경제발전 과정에서 용광로 역할을 했다. 1979년 설치된 경제특구 4개 중 3개가 광둥성에 들어섰고 이를 통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와 오늘의 중국 경제를 형성하는 기반 역할을 한 것이다. 광둥성의 면적은 한국(남한)의 약 1.8배, 인구는 2014년 현재 1억700만 명으로 한국의 두 배다. 광둥성의 수출은 2014년 7455억 달러로 한국의 5727억 달러 대비 1.3배나 많다. 광둥성을 하나의 국가로 간주한다면 1인당 소득은 한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경제 규모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화교들의 고향 자오칭, 대표 출항지 장먼광둥성의 중심은 중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자오칭(肇慶)·포산(佛山)·장먼(江門)·중산(中山)·주하이(珠海)·광저우(廣州)·둥관(東莞)·선전(深?)·후이저우(惠州)와 홍콩·마카오를 포함한 주장 삼각주 지역이다. 특히 광저우 서부에 있는 자오칭·포산·중산·장먼·주하이 등은 주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주장은 길이 2000㎞가 넘는 중국 제3위의 강으로 3개의 강, 즉 시장(西江)·베이장(北江)·둥장(東江)이 광저우 남쪽에서 합류한 것이다.주장을 통해 바다와 연결되는 이 지역은 명나라 시기 왜구의 공격을 많이 받았고, 불완전한 치수로 큰 홍수도 자주 겪었다. 1차 아편전쟁도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16세기부터 서양과 연결되기 시작한 마카오, 1차 아편전쟁 이후 개항한 홍콩이 지근거리에 있었다. 가난과 자연재해로 곤궁했던 사람들은 주장을 따라 내려가 홍콩이나 마카오로 이주했고, 더 나아가 세계로 진출했다. 주장 삼각주 서부 출신 화교들은 동남아뿐 아니라 홍콩, 마카오, 미·구주, 대양주 등 전 세계에 산재해 있다. 동남아가 주요 이민지로 부상하기 전 이주가 시작됐기 때문이다.주장 삼각주 서부 지역 중에서도 자오칭은 중국 역사에서 중요한 고장이다. 명청(明淸) 시기에는 광둥과 광시(廣西)를 양광이라 했고, 1564년부터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 건륭제가 총독부를 광저우로 옮긴 1735년까지 자오칭에 총독부가 설치돼 있었다. 따라서 자오칭은 주장 삼각주뿐 아니라 광둥성과 광시성의 중심 역할을 담당했다. 천주교를 전파하기 위해 16세기 후반 중국에 왔던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는 자오칭에서 거의 6년을 살았다. 그는 여기서 1584년 최초의 중국어 지도 ‘산해여지전도’를 만들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이런 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자오칭 출신 화교들은 이 지역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베트남의 호이안이나 말레이시아의 조호르바루에 있는 광조회관(廣肇會館)은 광저우와 자오칭 출신들이 만든 것이다. 화교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는 자신들의 고향인 현(縣)이나 주(州) 단위로 향우회관을 만들지만 인구가 적은 경우 인근 지역과 공동으로 설립한다. 광조회관은 자오칭 출신들이 광저우 출신들에 밀리지 않고 동등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자오칭이 역사적 고향이라면 실제로 많은 화교를 내보낸 지역은 장먼이다. 장먼시는 이 지역에서 면적이 가장 넓기 때문에 인구도 많고 해외이주민도 많았다. 장먼시는 카이핑(開平)·타이산(台山)·신후이(新會)·언핑(恩平)·허산(鶴山) 등 속칭 장먼 5읍으로 구성돼 있는데 광둥성 동부의 차오저우(潮州), 푸젠성의 민난(?南)과 함께 3대 화교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 인구의 4분의 1, 마카오 인구 3분의 2의 원적지가 장먼으로 추산된다. 장먼 5읍 모두 유명한 화교 출향지지만 특히 타이산이 유명하다. 현재 인구는 100만 명에 약간 못 미치지만 이곳을 원적지로 둔 화교가 세계 90여 개국, 130여 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6대 캐나다 총독을 지낸 우빙즈(伍氷志·Adrienne Clarkson·1999~2005)는 원래 홍콩에서 태어나 캐나다로 이주했지만 원적이 타이산이다. 최초의 중국계 미 주중대사를 지낸 게리 로크(Gary Locke·2011~2014) 역시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타이산을 원적지로 두고 있다.

중산시의 팍슨백화점.


캉유웨이·쑨원·량치차오의 고향주장 삼각주 서부 지역은 중국 근대화 과정에서 걸출한 3인의 인물을 낳았다. 포산 출신의 캉유웨이(1858~1927), 중산의 쑨원(1866~1925), 그리고 장먼 출신의 량치차오(1873~1929)다. 이들은 모두 중국의 근대화에 사상적 혹은 실천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캉유웨이와 량치차오는 개혁을 통해 중국을 근대화시킬 생각을 했으나 쑨원은 혁명을 통한 청나라 군주제의 붕괴를 목표로 했다. 유학에 기반을 둔 유신을 강조한 캉유웨이와 량치차오는 이견은 있었으나 동지 관계로 맺어져 혁명을 강조한 쑨원과는 타협하지 않았다.주장 삼각주 서부에서 출생했다는 점 외에도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화교의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들이 일본·미국·동남아·유럽에서 망명생활이나 유랑생활을 할 때 화교들이 돈을 거두어 생활비를 제공했고 거처도 마련해 주었다. 중국에서 개혁이나 혁명을 일으켰을 때 자금을 공급하기도 했다. 이들은 화교들의 지원을 얻기 위해 그들이 상상하는 미래의 중국을 지속적으로 설명하며 화교들의 애국심을 고취했다. 이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주장 삼각주 출신 화교들이 세계에 산재해 있었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동남아에 거주하는 인구는 적었다. 중산의 화교중학교도 1950년대에 귀국한 화교들이 설립했지만 중심 인물은 하와이에서 귀국한 사람들이었다. 쑨원이 10대 때 하와이로 이민간 형에게 건너가 공부하며 성장한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동남아의 유명한 화교 자본가 중에서 이 지역을 연고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그렇지만 이 지역에서도 동남아 화교의 흔적을 찾는 일이 어렵지는 않다. 중산 시내를 관통하는 시장의 지류 스치허(石岐河) 강변에는 말레이시아의 화교 기업인 라이언(獅子)그룹의 팍슨백화점이 서 있다. 고전적 스타일에 고급 석재로 지어 단아하고 품위 있어 보이는 건물이다. 라이언그룹이 연고도 없는 중산에 백화점을 건설한 것은 중급유통시장 확보를 목표로 하는 팍슨의 전략 때문이다. 주장 삼각주 지역은 이처럼 최고급 시장을 형성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성장과 함께 중요한 경제 지역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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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