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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s & Analysis] 중국 ‘2% 금리’ 조건으로 日 따돌려, 태국·미얀마 등에서 치열한 접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전시된 중국의 고속철도 전시관 모습.


“어떻게 우리가 중국에 패배했나?” 지난 9월 50억 달러 상당의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수주 경쟁에서 중국에 역전패한 뒤 나온 일본 정부의 자조 섞인 자성의 목소리다. 이번 사건은 일본에 두 가지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하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전역의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 수주경쟁에서 일본이 중국에 밀리는 조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아베 정부의 아시아 외교전략 기반이 중국 파워에 의해 흔들리는 시발점일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中, 인도네시아 고속철 수주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수라바야까지 총 연장 739㎞의 고속철 사업에 자그마치 7년간 공을 들였고, 우선적으로 자카르타에서 반둥에 이르는 144㎞ 구간의 사업성이 가장 높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물론 사업권은 일본의 것이라는 나름의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구상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금조달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일본은 일본국제협력단(JICA)을 통해 75%의 자금을 0.1%의 장기 엔 차관 형태로 지원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보증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게다가 나머지 25%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민간기업이 부담해야 했다.이런 와중에 지난 3월 26일 베이징을 방문한 조코위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서 고속철 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고 양해각서를 체결함으로써 중·일 철도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중국이 제시한 투자비는 일본의 제안보다 7억 달러가 많았지만 중국은 모든 공사비를 2% 금리의 차관으로 지원하고 3년 내 준공할 것을 약속했다. 정부의 예산 부족과 채무보증을 부담스러워한 인도네시아의 선택은 일본이 아닌 중국이었다. 10월 16일 자카르타에서 중국국제철도공사(China Railway International)와 자카르타 및 반둥시 간 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합작사 설립 협정식이 거행된 것이다.이번 중·일 간 인도네시아 고속철 수주경쟁 사례는 작게는 중국의 자금력과 공기단축 속도전의 승리이고, 크게는 중국 고속철 외교의 쾌거라 할 수 있다. 포브스(Forbes)는 이러한 중국의 협상전략을 ‘비즈니스 대 비즈니스’ 방식으로서 일본의 ‘정부 대 정부’ 협상방식과 비교된다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 기업들과 중국이 철도 기자재 합작사업을 별도로 추진하면서 아세안 제3국에도 철도 기자재를 수출한다는 조건을 덧붙여 산업화 정책을 추구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또 다른 실리적 선물을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협상전략은 ‘고속철 외교’라고도 불리는데, 최근 발표된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계기로 탄력을 받는 형국이다.


거세지는 中 ‘고속철 외교’중국의 동남아 철도 전략 구상은 무엇일까? 이른바 범아(汎亞)철로망이다. 중국 쿤밍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로 이어지는 약 5000㎞의 철도망으로, 3개 노선으로 구성된다. 범아철로망 구상의 기원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동안은 요원한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자금과 일대일로 정책이 뒷받침되는 현재로서는 곧 현실화된다는 분위기다. 3개 노선을 살펴보면, 먼저 동부선은 쿤밍에서 베트남~캄보디아~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로 연결된다. 중부선은 쿤밍에서 라오스~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로 이어지며, 마지막 서부선은 쿤밍~미얀마~말레이시아~싱가포르 노선이다. 3개 노선의 종착지는 모두 싱가포르다.현실화 시기는 중부선이 가장 빠르다. 중국 윈난성 모한에서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간 시속 160㎞ 총 418㎞ 건설 구간이 올 12월 중 착공에 들어가며, 2019년 말 완공 예정이다. 1단계는 모한에서 라오스 보텐 구간으로 2017년 완공된다. 전체 공사 구간 중 197㎞가 터널이며, 전 구간에서 중국의 기술 표준과 설비가 사용된다. 공사비는 7조2000억원 규모로 중국이 70%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라오스가 조달하는데, 중국이 라오스 정부에 3% 저금리로 5억 달러를 대출해준다.중국의 고속철 외교가 거세다고는 하나 동남아 철도 시장을 독점하는 구도는 아니다. 태국을 보면 중국과 일본이 시장을 양분하는 형세다. 중국과 태국은 2014년 12월 ‘중·태 철도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태국 동북부 국경 지대인 농카이와 동남부 산업지대인 라용을 잇는 867㎞의 철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 노선은 국내선이지만 종국에는 중국의 범아철로망과 연결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선 일본은 1% 금리의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지원을 약속하며, 방콕에서 치앙마이 간 635㎞ 고속철 건설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태국에서는 같은 노선을 두고 중·일 간 정면대결은 피할 수 있게 됐다.미얀마는 어떨까? 중국의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 당초 2015년 완공 계획이던 중국 윈난성 쿤밍과 미얀마 카육푸 철도 노선은 착공도 하지 못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철도 사업을 계기로 중국의 내정 간섭을 우려하는 시각과 더불어 철도 건설의 부작용을 주장하는 사회단체와 주민들의 반대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10월 미얀마를 통과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개설한 중국으로서는 미안먀의 철도망 연결사업을 시간 문제로 볼지도 모른다.마지막으로 베트남을 보자. 베트남의 철도 정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1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철도 현대화 사업이다. 하노이와 호찌민을 잇는 1726㎞ 철도의 개·보수와 열차 운행속도를 현재의 시속 60~70㎞에서 2020년 84㎞, 2030년 96㎞로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는 호찌민과 하노이 도시철도 사업, 셋째는 호찌민과 휴양도시 나짱 간 429㎞ 준고속철도를 시작으로 하노이와 호찌민을 잇는 고속철도망의 완성이다. 당초 베트남은 일본 자금을 활용, 신칸센 방식의 남북 연결 고속철도 정책을 2010년에 천명한 바 있으나,? 2030년께 착공한다는 장기 플랜으로 수정한 상태다.


미약한 한국의 존재감중국과 일본의 동남아 철도 시장경쟁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한국·베트남 정상회담을 통해 베트남 국책 사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120억 달러 규모의 금융지원을 한다는 양해각서를 맺은 바 있다. 현재 그 일환으로 호찌민~나짱 준고속철도 복선 사업 참여를 모색 중이다. 한국이 참여하려는 또 다른 철도 프로젝트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를 잇는 324㎞ 고속철 사업이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민관협력사업(PPP)으로 발주될 예정인데, 한국은 지난 10월 입찰 참여를 위한 한국 컨소시엄을 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두 프로젝트 사업권이 한국에 돌아올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인도네시아 고속철 수주경쟁 사례는 사업성을 떠나 동남아에서 일본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중국의 존재를 확실하게 부각시킨 사건임에 틀림없다. 일본은 동남아를 안방시장으로 보던 과거의 안이한 태도로는 중국의 공세에 맞설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했다. 어떤 형태로든 다음 행보에 변화를 보일 것이다. 오랫동안 전통적인 우호협력 관계가 지속됐다 하더라도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경제적 이해타산과 더불어 특정 국가와 세력으로 힘이 쏠리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정치경제적 역학 세계의 생리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중국의 자금력과 일본의 탄탄한 기반에 대응할 한국만의 협상수단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개발해나가야 할지 고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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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